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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배구팬 흥미 돋우는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솔직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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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배구팬 흥미 돋우는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솔직 화법'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1.09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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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지난해 인천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박기원(66) 감독은 과거 20년 동안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휘했고, 2003년에는 이란 국가대표팀을 맡기도 했다.

해외에 거주한 기간이 길어서일까. 박기원 감독의 화법이나 제스처는 다른 팀 감독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 박기원 감독(왼쪽 두번째)이 V리그 1라운드 삼성화재전에서 진성태(왼쪽)에게 지시사항을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예를 들면 다른 팀 감독들은 경기를 패해도 인터뷰실에서 감정적인 소회를 밝히기보다는 분석적인 의견을 낸다. “이러이러한 점이 안 돼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었다. 다음에는 이 점을 보완해서 나오겠다”는 식의 워딩이 ‘패장 인터뷰’의 주를 이룬다.

하지만 박기원 감독은 조금 다르다. 패배 원인을 분석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밝힌다.

지난 7일 대전 삼성화재와 2017~2018 V리그 1라운드 맞대결이 끝난 뒤에도 그랬다. 이 경기를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한 박 감독은 기자회견실에서 화를 감추지 않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마음을 다 잡고 취재진 앞에 선 박기원 감독의 첫 마디는 “창피합니다”였다. 박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는 창피한 것을 떠나 울고 싶다”며 답답해했다.

물론 이날 대한항공의 경기 내용은 박기원 감독이 평정심이 흔들리는 게 이해될 정도로 안 좋기는 했다. 선수들이 다소 무기력해 보였고,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도 3득점에 그쳤다. 분위기가 살지 않다보니 상대를 제압할 수 없었다.

▲ 박기원 감독이 V리그 1라운드 수원 한국전력전에서 대한항공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박기원 감독은 이처럼 확 가라앉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했을 수도 있다. 박 감독의 이런 멘트는 호불호를 떠나 배구 팬들에게 하나의 흥밋거리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이번에는 저 감독이 어떤 말을 할까” 기대하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

지난달 12일 V리그 미디어데이 때는 비장한 출사표를 던져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당시 박기원 감독은 “지난해 챔프전이 끝난 직후의 허탈했던 그 시간을 하루도 잊지 않았다.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엔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와신상담’의 심경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천안 현대캐피탈에 밀려 준우승에 그친 직후에는 작심한 듯 심판 판정에 대한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 시즌 심판들의 수준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팀을 잘 보고, 못 보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이야기”라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지난 시즌 유독 판정시비가 많았는데, 박기원 감독은 심판들 스스로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표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리그를 위해 총대를 멨다고 볼 수 있는 대목.

우리는 특정 인물이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를 ‘틀린 것’으로 규정짓기도 한다. 박기원 감독의 이런 발언들은 배구에 대한 열정이 많아서 나오는 ‘다른 것’으로 인정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박 감독의 ‘솔직 화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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