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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한국야구에 '나비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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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한국야구에 '나비효과'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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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경제제재 조치 해제…쿠바 '야구천재'들 '허리케인' MLB 러시 촉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존 F. 케네디 대통령 재임 시절 끊겼던 미국과 쿠바의 외교가 이어졌다. 1961년 이후 단절됐던 양국의 국교가 무려 53년만에 정상화되면서 미국 스포츠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간) 쿠바와 외교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 국교 정상화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수십년 동안 양국 관계를 향상시키는데 실패한 낡은 접근 방식을 끝내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과 쿠바 국민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여행 및 송금 제한 등 조치 해제 등 각종 경제제재 조치 역시 해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가 불러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쿠바 출신 스포츠 선수, 이 가운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많은 쿠바 출신 선수들이 MLB에 진출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구태여 쿠바를 탈출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자신의 집에서 MLB 스카우트들과 계약을 맺는 시대가 오면서 카리브해를 넘는 진출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 MLB, '미개척 보고' 쿠바와 활발한 교류 가능해진다

그동안 쿠바 선수들의 MLB 진출은 보편화됐다. 아마야구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평가받고 있는 쿠바 선수들은 자국 야구협회의 엄격한 통제로 실력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바다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미국은 그들에게 꿈이나 다름없었다. 야구만 잘하면 수백만 달러의 수입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나가려면 쿠바를 탈출해야만 했다.

쿠바를 탈출하기 위한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같은 경우는 멕시코 범죄조직의 도움을 받아 쿠바를 빠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범죄조직에게 연봉의 일부를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 정상화로 쿠바 선수들은 더이상 목숨을 건 탈출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도미니카공화국이나 푸에르토리코 등 주변국 선수들처럼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MLB로 나갈 수 있다.

MLB 사무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구단들에게 이번 변화가 쿠바와 관련한 사업 시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첫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미국과 쿠바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MLB 구단들이 쿠바의 풍부한 야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멕시코, 푸에르토리코의 사례처럼 MLB 구단들이 쿠바에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할 수 있다. 풍부한 자원과 MLB 구단들의 노하우가 결합될 경우 만만치 않은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

MLB 구단들이 '미개척 보고'인 쿠바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쿠바의 야구 산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쿠바에 마이너리그 팀을 둘 수도 있다. 이미 1954년부터 1960년까지 신시내티 레즈의 트리플A 팀인 쿠바 슈가킹즈가 있었기 때문에 MLB 구단들의 마이너리그 팀 재설치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 한국·일본 등 장점 사라져, 쿠바야구 공습 끝?

반면 한국과 일본 등은 쿠바 선수들로부터 매력을 잃었다. 쿠바는 지난해 9월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허용했지만 미국은 경제제재와 거래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탈출을 통한 망명 없이는 진출이 불가능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구태여 망명하지 않고도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 야구는 MLB보다 연봉이 적긴 하지만 생명을 건 탈출을 하지 않고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쿠바 선수들이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은 이제 매력을 잃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거처럼 MLB에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기량이 통하는 선수들 위주로 한국과 일본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특급 선수들은 꿈을 좇아 MLB로 향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쿠바 야구의 아시아 공습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과 일본 구단 입장에서도 쿠바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어진다. 쿠바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8강에 그치는 등 프로들과 대결에서는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구단으로서는 MLB로 모두 나가고 남은 선수들을 구태여 영입할 이유가 없다.

◆ 아시아권 선수들의 MLB 진출 도전 영향은

쿠바 선수들이 대규모로 MLB로 몰려온다면 아시아권 선수들의 MLB 진출 도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쿠바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포스팅 금액도 없다. 향후 MLB 사무국과 쿠바야구협회의 협상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계약금의 일부 정도가 쿠바협회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MLB 구단들이 쿠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별도로 드는 금액은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던 선수들의 MLB 진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진출은 사실상 막힌다고 봐야 한다. 한 시즌에 한두명 정도, 많아도 세명 정도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MLB 진출에 도전하는데 이 정도는 쿠바 선수들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진출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성공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다. 별도 금액이 들어가는 포스팅 시스템에 MLB 구단들이 구태여 투자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MLB 구단들이 쿠바 현지에 마이너리그 팀을 구성하고 쿠바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더더욱 아시아권 선수들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쿠바 선수들과 맞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선수가 아니라면 그만큼 MLB 진출은 어려워지게 된다.

올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하려고 했던 김광현(SK)이나 양현종(KIA) 역시 향후 미국 도전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6일 포스팅을 신청한 강정호(넥센) 역시 포스팅에 변수가 생긴다면 미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됐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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