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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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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도약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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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해 국내 극장가에 일어난 특별한 현상 중 하나는 다양성 영화의 눈부신 도약이다.

소규모 저예산 예술영화·독립영화들이 상업영화와 비교했을 때 현격히 적은 개봉관 수와 취약한 정보 등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아트버스터(아트+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관객 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었다.

CJ CGV가 지난 12월11일부터 15일까지 764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CGV를 방문한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을 설문조사한 결과 관객 10명 중 7명은 다양성 영화를 한 번 이상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람 연령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고르게 나타났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음을 방증한다.

 

25~29세의 79.9%, 30~34세의 82.7%가 다양성 영화를 접했다고 답했다. 10대는 절반 이상, 50대도 62.4%에 이르렀다.

1년간 10회 이상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렇지 않은 관객과 비교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CGV아트하우스 이용률이 높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봉 후 CGV아트하우스관의 이용률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가장 먼저 일어났던 기적은 지난 3월20일에 개봉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세계 최고 부호인 마담D의 살인범으로 몰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지배인인 구스타브와 그를 따르는 로비보이 제로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다룬 영화는 다양성 영화임에도 국내에서 7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아트버스터의 포문을 열었다.

8월13일에 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300만 관객을 모아 국내 다양성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원스’로 인디 음악영화의 새 역사를 썼던 존 카니 감독이 7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연말연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1월27일 개봉 이후 연일 흥행 신기록을 쓰다가 마침내 SF 대작 ‘인터스텔라’마저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현재 384만 관객을 모은 영화는 '비긴 어게인’을 누르고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다. 76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노년의 부부애를 진솔하게 다뤄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 마음을 적신 게 주효했다.

 

이외 청춘의 다양한 얼굴과 성장담을 다룬 '한공주' '족구왕'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레디액션 청춘' '들개' '프란시스 하' '보이후드' '마미', 음악영화 '인사이드 르윈', 로맨스영화 '그녀' '자유의 언덕', 다큐멘터리 영화 '60만번의 트라이' '목숨', 여배우의 이면 세계를 다룬 '맵 투 더 스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등이 상업영화에선 접하기 어려운 독창적이면서도 신선한 내용,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대중을 자극했다. 

이렇듯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다영성 영화에 대한 정보 및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CJ CGV 설문조사에서 다양성 영화를 관람했다고 밝힌 7명 중 1명은 자신이 본 영화가 다양성 영화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다양성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10명 중 3명은 ‘다양성 영화에 대해서 알지 못해서’ ‘재미없을 것 같아서’ ‘어디서 상영하는 지 몰라서’ 등의 이유를 댔다.

관객들은 “사회적으로 무거운 이슈를 다루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의 영화들을 다양성 영화로 통칭하는 줄 알았다”며 “보다 적극적인 영화 홍보와 상영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10명 중 8명 꼴로 다양성 영화를 봤다고 답한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10명 중 6명만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다양성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상영관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영화의 경우 일반관 확대는 물론 전용관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 달에 한 번 다양성 영화를 일반 영화관으로 확대 상영하는 ‘아트하우스데이’(옛 무비꼴라쥬데이)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성 영화를 접할 기회가 부족한 지방에서 인지도와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시네마톡’ ‘큐레이터’ 등의 프로그램들은 다양성 영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하는 20대에게 주효했다.

지난해의 결실을 토대로 올해 다양성 영화가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의 다양성 영화 제작·개봉 지원제도 확충 및 아트하우스데이·경기도다양성영화관·아트하우스모모·스폰지하우스·씨네큐브·선재아트센터·KT&G 상상마당 등 몇 개 되지 않는 예술영화 전용관 확대,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배급한 아트하우스데이의 박혜정 과장은 "아직도 다양성 영화를 찾아보는 관객은 많지 않기에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다양성영화 전용관 상영작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게 필요하다"며 "'다양성 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기획전·영화제 개최 등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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