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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영리하게 소비한 '토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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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영리하게 소비한 '토토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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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1990년대 신드롬’을 일으킨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90년대를 소환한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영리함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 12월27일과 1월3일, 세밑과 세모에 방영된 MBC TV ‘무한도전’ 특집 ‘토토가’는 90년대를 대표하는 MBC 가요 버라이어티 쇼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과 몇 해 전 기획돼 히트한 ‘나는 가수다’를 뒤섞은 프로그램이다. 당시 가요계를 장악했던 인기가수들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을 부른다는 설정은 별것 아닐 것 같았지만 파급력이 대단했다.

90년대를 다룬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90년대 인기가수들이 주축이 돼 노래 경연을 펼친 ‘나는 가수다’는 당시 X세대였던 3040 세대 시청자의 추억을 환기시킨 것과 아울러 요즘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

▲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무대 모습[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토토가’가 이들 포맷과 다른 점은 당시의 문화를 소재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주체들이 그때의 언어로 시청자와 호흡을 주고받는 데 있다. 고아라, 정우, 유연석이 90년대의 청춘을 아무리 생생하게 그려낸다 해도 연기일 뿐이다. 디바 박정현이 김건모의 ‘첫인상’을 멋들어지게 열창한다 해도 재해석일 따름이다.

그런데 ‘토토가’는 2주에 걸친 특집 무대에서 당시 MC로 명성을 떨치던 이본을 진행자로 내세우고 쿨, SES, 소찬휘, 지누션, 엄정화, 김현정, 터보, 김건모, 조성모, 이정현을 섭외해 그 시절의 의상과 안무에 맞춘 자신들의 히트곡 스테이지로 시청자를 90년대로 ‘돌려놨다’.

팝·R&B 발라드부터 힙합, 록, 트로트,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의 공존, 솔로가수와 그룹의 건강한 경쟁, 요즘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처럼 정교하진 않으나 정감 가는 율동, 신나는 댄스비트를 타고 흐르는 슬픈 멜로디, 기본에 충실한 스트레이트 창법은 가요계 황금시대였던 90년대만의 매력이다.

▲ '토토가' 가수들의 출연 열창 장면

출연 가수들은 최소 15년에서 많게는 20년이라는 세월 탓에 몸매는 후덕해지고 호흡은 달렸으나 90년대 트렌드 의상을 입은 채 작정하고 몰려든 팬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기된 표정과 눈물은 출연진, 방청객, 시청자 모두 같았다.

사이사이 드러나는 스타들의 희로애락은 짠한 감정을 자아냈다. 생계를 위해 10년 동안 홀로 밤무대에서 터보로 활동했던 김정남, 사회봉사자로 오인받는 션(지누션), 잘 뛰는 예능인으로 여겨지는 김종국, 세 아이 육아에 파묻혀 지내다 열정을 재확인한 ‘다산 요정’ 슈(SES), 가수활동을 접은 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누와 김현정 등의 사연은 예능 속 다큐였다.

‘무한도전’의 하류인생인 박명수-정준하가 내놓은 기획안을 가다듬어 만만치 않은 섭외과정을 거쳐 무대로 구현한 제작진을 바라보며 왜 ‘무도’ 폐인이 그토록 많으며 견고한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토토가’ 후폭풍으로 가요계는 요동치고 있다. kt뮤직 음악사이트 지니를 비롯해 멜론, 엠넷 등 주요 음원사이트 2일자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무한도전'이 지난달 27일 ‘토토가’에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특히 터보의 ‘러브 이즈’ 방송 후 10분만에 지니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SES와 김현정의 노래 역시 1주일가량이 지난 이날 오후 여러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다.

▲ 90년대 가수들의 무대에 열광하는 '토토가' 방청객들

올해 새 음반을 낼 예정인 김건모와 김현정은 새삼 관심을 받고 있으며 소찬휘는 탄력을 받아 6일 디지털 싱글 ‘글래스 하트’를 내놓는다. 이들을 비롯한 출연 가수들의 공연 섭외와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에 ‘토토가’에 출연하지 못한 가수들이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가요평론가 강태규씨는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 가요계에서 소외된 중견가수들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대중과 가요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토토가’를 계기로 가요계 편중 현상이 해소되고 90년대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 여러 포맷의 가수들이 공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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