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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남자 피겨 이준형-김진서 '라이벌 체제'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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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남자 피겨 이준형-김진서 '라이벌 체제'의 명과 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1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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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종합선수권 우승 양분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선수층 얇아 이들 넘을 유망주는 없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남자 피겨스케이팅이 다시 한번 이준형(19·군포 수리고)과 김진서(18·갑천고)에 의해 양분됐다. 4년째 이들이 한국 남자 피겨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준형은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시니어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141.15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까지 더한 최종 합계 209.90점으로 우승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이준형을 앞섰던 김진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점프가 이뤄지지 않으며 최종 합계 197.84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현재 한국 남자 피겨는 이준형과 김진서가 이끌어가는 중이다. 종합선수권에서 2012년부터 올해까지 4회 연속 이들이 우승과 준우승을 주고받고 있다.

2011년 챔피언이었던 이동원(19·과천고)이 한때 이들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긴 했지만 2012년부터는 이들의 기세에 완전히 눌린 분위기다. 이동원은 올해 불참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준형이 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시니어부문 남자 싱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준형은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냈다.

◆ 이준형-김진서, 서로에게 자극받으며 성장중

이준형은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03.81점을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고 7차 대회 3위로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올랐다. 주니어 대회이긴 하지만 한국 남자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또 종합선수권 209.90점으로 김진서가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받았던 209.35점을 넘는 국내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오는 3월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ISU 세계피겨선수권에 처음으로 나가게 됐다.

이준형은 "아직 연기가 주니어에 맞춰져 있다. 스케일이 작고 남자다운 연기가 안된다. 세계선수권에서 시니어다운 연기를 하려면 점프와 스케이팅 스킬을 훈련해야 한다"며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도 떨어지고 무릎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이 부분을 보완해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시니어에서 활약하려면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 쇼트프로그램을 깔끔하게 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랬다. 세계선수권에서 프리스케이팅에 나가는 것도 목표이지만 쇼트프로그램을 클린하고 싶다"고 밝혔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진서가 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시니어부문 남자 싱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진서는 2012년부터 이준형과 번갈아가며 종합선수권 우승을 나눠갖고 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진서도 만만치 않다. 김진서는 챌린저 시리즈인 온드레이 네펠라 트로피 등에 출전,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시니어 최초 세계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김진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16위까지 올라 한국 남자 선수로 역대 최고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준우승자 자격으로 3월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에 나가는 김진서는 "마지막에 흔들리긴 했지만 지난 대회보다 실수가 적어 만족한다"며 "남자 선수가 많지 않아서 책임감이 무겁다. 평창 올림픽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선수 숫자는 갈수록 감소, 차준환만이 희망

이준형과 김진서가 남자 피겨를 오랫동안 양분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을 넘어서거나 위협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종합선수권에서 시니어부문 남자 싱글에 출전한 선수는 8명으로 36명이 나온 여자 싱글과 대조적이다. 주니어부문은 더 심각해 3명만 나왔다. 57명이 나선 주니어 여자 싱글도 하늘과 땅 차이다.

원래 프리스케이팅은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통해 24명을 추려 나서지만 선수가 적어 무의미해졌다. 또 시니어, 주니어를 모두 통틀어 초등학생 선수는 단 한명이었다. 미래를 짊어질만한 선수가 없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진서(뒷줄 왼쪽부터), 이준형, 차준환 등 시니어부문 남자 싱글 수상자들이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에서 수상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나마 평창 올림픽팀에서 이준형, 김진서와 함께 훈련하고 있는 차준환(14·휘문중)이 희망이다. 올해 2학년으로 올라가는 차준환은 점프 연기가 불안정하긴 했지만 쇼트와 프리 최종 합계 181.13점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민석(22·고려대)에 앞서 3위에 올랐다.

김민석은 "여자는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대회가 한번 지나가면 새로운 얼굴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기량도 뛰어나다. 남자와 너무 비교된다"며 남자 피겨의 얇은 선수층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가 "후배들이 나보다 오래 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하길 바라는 마음 외에도 남자 피겨를 이끌어갈만한 선수가 없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여자 피겨는 김연아(25)가 몰고 온 열풍 속에 선수들이 증가세에 있다. 최근 새로 피겨를 시작하는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낙관한다. 하지만 남자 피겨는 선택지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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