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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킬레스건 꼬리표 떼고 '봄배구' 열쇠 쥔 권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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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킬레스건 꼬리표 떼고 '봄배구' 열쇠 쥔 권준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0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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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부문 2위 일취월장, '컴퓨터 세터' 신영철 감독의 조련 속 매서운 성장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국전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삼성화재도, 대한항공도 이 물오른 젊은 팀의 기세에 기가 죽어버렸다.

빈틈이 없다.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전광인, 쥬리치, 서재덕 삼각편대의 공격력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1순위 루키 오재성을 영입해 탄탄한 리시브 라인을 구축한데다 세터 권준형(26)마저 일취월장의 기량을 보여주며 연승 퍼레이드에 힘을 보태고 있으니.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2015 V리그 홈경기 우리카드전은 한국전력이 왜 잘 나가는지를 잘 보여줬다. 선수들은 각자 위치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후위에서는 열심히 공을 받아 올렸고 쌍포는 뒤에서 넘어오는 공을 센스 있게 해결했다.

▲ 권준형은 이번 시즌 세트당 10.96개의 세트를 기록해 유광우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제몫을 다해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언제나 그렇듯 전광인, 쥬리치가 35점을 합작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재성의 디그쇼와 베테랑 센터 하경민의 블로킹 4개 역시 칭찬받아 마땅했다. 권준형도 돋보였다. 그는 세트 36개(세트당 12개)로 팀의 최다연승 기록을 6연승으로 늘리는데 숨은 주역이었다.

◆ 성균관대 동문들과 꽃피운 배구 인생 2막 

권준형은 지난 시즌 LIG 손해보험에서 주전 세터 역할을 맡았다. 시즌 내내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효동을 제치고 출전 기회를 잡았다. 27경기 87세트에 출전했다. 그러나 에드가, 김요한의 입맛에 맞는 토스를 올리지 못하며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준식, 김진만의 반대 급부로 주상용과 함께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다. 성균관대 08학번 동기 서재덕에다 2년 후배 전광인과 재회하게 됐다. 지난해 7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부터 주전 자리도 꿰찼다.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지난 시즌 처참한 성적을 낸 한국전력은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성균관대 리베로 오재성까지 보강했다. 동문 셋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기자 권준형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전광인 서재덕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시즌 초반 애를 먹었지만 팀 적응을 마치고 안정적인 토스워크를 펼치고 있다.

세트 부문에서는 10.96개로 유광우(삼성화재)에 2위다. 지난해 11, 12월에는 방송사가 뽑은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하는 영광도 누렸다. 신영철 감독 역시 “준형이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지도록 같이 연구하겠다”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

◆ 컴퓨터 세터에게 배우는 권준형, 한국전력의 열쇠 

▲ 시즌 전 한국전력의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권준형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공격수들에게 양질의 공을 올리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빅스톰 제공]

시즌 개막 전 한국전력은 괜찮은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세터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시즌 양준식이 그랬듯 권준형도 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권준형은 주위의 평을 뒤집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묵묵히 훈련에만 매진했다.

물론 아직 갈길은 멀다. 권준형 스스로도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수훈선수 인터뷰 때마다 “우리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토스만 잘 하면 된다. 잘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최근 의왕 훈련장에서 만난 김철수 코치는 “준형이가 여기서 조금만 더 페이스를 올려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선전을 당부했다. 권준형 역시 “세터로서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더 잘 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고민”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한국전력 사령탑은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신영철 감독이다. 2009년 대한항공의 세터 전담 인스트럭터로 재직하며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를 길러낸 경력이 있다. 권준형은 “감독님께서 최고 세터 출신이니 모든 것을 잘 배우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한국전력의 ‘봄 배구’ 승선은 확실해 보인다. 그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이 주전 세터의 성장세가 멈춰서는 안된다. 한국전력의 키는 전광인도, 쥬리치도, 서재덕도 아닌 세터 권준형이 쥐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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