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농구 대통령'에게도 계속되는 부진은 큰 부담이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주 KCC의 버팀목이 됐던 허재(50) 감독이 끝내 사퇴했다. 2005년 6월 1일 취임한 뒤 9년 8개월만의 '하야'.

KCC 구단은 9일 허재 감독이 직접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왔으며 이에 오는 11일 고양 오리온스와 경기부터 추승균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허재 감독은 2004~2005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던 신선우 전 감독에 이어 KCC의 2대 감독으로 부임한지 10년 만에 KCC에서 물러났다.

허재 감독은 KCC를 이끌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부임 첫 시즌인 2005~2006 시즌 29승 25패의 기록으로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던 허 감독은 2008~2009 시즌부터 2010~2011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면서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허 감독은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2006~2007 시즌 15승 39패로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2~2013 시즌 역시 13승 41패로 꼴찌를 기록헀다. KCC는 2012~2013 시즌부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올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도 2012~2013 시즌과 2013~2014 시즌은 전태풍(부산 케이티)이 팀을 떠나고 하승진이 군에 입대했다는 점이 참작됐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김민구가 있었고 하승진도 복귀했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데려온 김태술까지 있어 '봄 농구'를 노렸다.

하지만 허 감독의 올 시즌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민구는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김태술은 KGC에서 보여줬던 만큼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가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하승진이 부상 투혼 속에서 버텨줬지만 끝내 성적 추락을 막지 못했다.

결국 KCC는 45경기를 치르면서 11승 34패의 기록에 그쳤다. 올시즌 한때 9연패를 기록하기도 했고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남은 9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20승으로 이미 22승을 기록한 6위 인천 전자랜드를 넘어서기가 불가능해졌다. 하승진은 코뼈 골절에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수술까지 미뤘지만 KCC는 끝내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도 허 감독은 스타 출신 지도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깬 지도자로 KBL에 각인됐다. 2008~2009 시즌 챔피언팀 감독 자격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이끌기도 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말도 안되는 중국 취재진의 비난에 "뭐라고 하는거야, 짜증나게"라는 말로 일갈하는 특유의 카리스마도 충분히 보여줬다.

허 감독은 당분간 농구 일선에서 물러나 지친 심신을 추스릴 예정이다. 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떠나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대한농구협회가 향후 농구 대표팀의 전력 강화와 유지를 위해 전임 지도자를 둘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다 KBL에서도 몇 팀이 새로운 감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쉰이라는 나이 역시 그를 그냥 놔둘 수 없는 이유다.

■ 허재 감독 역대 기록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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