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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높인 동부산성, 1위 축성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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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높인 동부산성, 1위 축성도 보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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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승 달리던 LG전 이어 선두권 SK·모비스 연파…정규리그 우승 경쟁 3파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원주 동부가 심상치 않다. '동부산성'은 더욱 견고해지고 탄탄해졌다. 성벽도 높아진 듯한 느낌이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 구도를 양강에서 3파전으로 만들었다.

동부는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선두 울산 모비스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김주성(18득점) 등의 활약을 앞세워 76-67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동부는 4연승을 내달리며 31승 14패를 기록, 2위 서울 SK와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선두 모비스와도 2경기차에 불과하다.

아직 동부와 모비스는 6라운드 9경기씩, SK는 1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9~10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2경기차 정도는 쉽게 뒤집힐 수 있다. 6라운드 맞대결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과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려 있는 1, 2위를 차지하기 위한 3강의 경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해질 전망이다. 모비스, SK, 동부가 모두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동부의 경기력은 모비스와 SK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 원주 동부 김주성(왼쪽)과 윤호영이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선수는 동부산성의 주축이다. [사진=KBL 제공]

◆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60점대 실점

동부는 2월 출발이 약간 불안했다. 약점인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면서 하위권팀인 안양 KGC인삼공사에 66-71로 졌다. 그러나 지난 4일 서울 삼성전에서 75-68로 이겨 충격에서 벗어난 뒤 하루 걸러 치러지는 경기에서 잇따라 창원 LG와 SK, 모비스를 연파했다.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바로 LG전. 당시 LG는 새해 들어 단 한번도 지지 않으며 11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사실상 풀타임을 뛰고 있는 데이본 제퍼슨을 앞세운 공격력이 뛰어나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올시즌 평균 득점도 79.3점으로 전체 1위다.

동부는 이 팀을 단 62점으로 묶고 18점차 완승을 만들어냈다. 당시 제퍼슨을 17득점으로 비교적 잘 묶었다. 특히 2쿼터에는 동부가 25점을 뽑는 사이 LG를 단 10점으로 봉쇄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어 SK를 72점으로 묶고 11점차 승리를 거둔데 이어 팀 평균득점 79.0점으로 2위인 모비스를 상대로 67점으로 막아냈다. LG라는 가장 '핫'한 팀과 모비스, SK 등 선두권 팀을 잇따라 잡아내면서 동부가 2월 들어 가장 뜨거운 팀이 됐다.

동부가 이처럼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수비다. 동부는 10일 경기까지 68.9실점으로 유일하게 60점대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LG, SK, 모비스 등 3경기를 치르면서 실점이 67점에 불과해 수비가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 원주 동부 윤호영(가운데)이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백코트를 하고 있다. 윤호영을 주축으로 김주성과 데이비드 사이먼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면서 동부의 수비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사이먼-김주성-윤호영의 트리플 타워, 상대팀엔 블랙홀

동부의 최대 강점은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과 함께 김주성, 윤호영이 이루는 '트리플 타워'다. LG 제퍼슨과 SK 애런 헤인즈,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모두 트리플 타워의 덫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했다. 라틀리프도 10일 경기에서 14득점에 그쳤다.

동부의 트리플 타워가 상대팀에 블랙홀이 되는 것은 하이 포스트와 로 포스트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세 선수의 완벽한 호흡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는 197cm의 윤호영이다. 변형 지역방어로 상대 가드진부터 빅맨까지 막아내고 김주성과 사이먼은 주로 로 포스트에서 윤호영을 지원하며 이중 방어막을 친다.

그러다보니 윤호영이 부진하거나 부상이 있을 때면 동부산성의 방패가 다소 허술한 점이 없지 않았다. 윤호영이라는 톱니바퀴가 빠지면 수비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동부이다보니 그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주는 것도 관건이다.

벌써 30대에 들어선 윤호영은 올 시즌 평균 33분39초를 출전하고 있다. 30분대 출전시간이 계속되면 다시 피로가 쌓여 컨디션 저하로 다가올 수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과정에서 윤호영이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선두권을 위협할 수 없다.

김영만 감독은 김창모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 데뷔 2년차로 신인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했지만 김영만 감독은 모비스전에서 1쿼터에 김창모를 내보내 모비스의 주득점원인 문태영을 밀착 수비했다. 김창모는 이날 1득점도 올리지 못했음에도 13분을 뛰면서 윤호영의 출전시간을 어느 정도 줄여줬다.

김창모는 190.4cm의 키로 윤호영보다 키가 작긴 하지만 발이 빠르기 때문에 수비에는 일가견이 있다. 윤호영이 높이로 승부하는 수비라면 김창모는 빠른 발로 상대 공격을 따라잡는다. 김창모와 윤호영이 갖고 있는 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보완관계도 될 수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이 강한 팀은 승리하지만 수비가 강한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고 했다. 현재 동부가 딱 그 면모다. 동부산성의 재건으로 상위권에 꾸준히 자리하고 있고 이제 선두권을 넘보는 위치까지 올랐다. 동부산성의 위력이 6라운드까지 이어진다면 대역전극이 나올 수도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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