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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비운의 수학천재 삶 통찰한 ‘이미테이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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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비운의 수학천재 삶 통찰한 ‘이미테이션 게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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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이미테이션 게임’은 크로스워드 퍼즐의 귀재이자 명문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27세의 천재 수학자, 난공불락의 독일군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바꾼 앨런 튜링의 베일에 싸여진 실화를 스크린에 복원한 작품이다.

일명 ‘튜링 머신’으로 인공지능 기틀 마련, 인류 최초 컴퓨터 발명이라는 천재적 면모와 업적은 실존 인물 영화화의 전형성에 갇혀버리기 쉬우나 앨런 튜링의 어둡고도 드라마틱한 ‘코드’들은 빛나는 각본과 연출력을 통해 긴장 가득하고 여운 강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1951년 영국 맨체스터, 홀로 사는 앨런 튜링 교수의 저택에 도둑이 침입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영화는 제2차대전 시기인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군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무한대에 가까운 암호 조합을 만들어내는 독일군의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런던 외곽 블레츨리 파크에 일급 기밀 암호 해독 기관을 설립, 뛰어난 수학자·언어학자·체스 챔피언·대학생 등을 모집한다.

이 팀에 자원한 앨런 튜링은 암호 해독을 위한 특별한 기계 ‘크리스토퍼’를 발명하지만 24시간마다 1590억의 10억배 경우의 수가 생성되는 에니그마 체계 때문에 번번이 좌절한다. 이런 와중에 비상한 두뇌의 여성 수학자 조안 클라크가 암호 해독팀에 발탁, 앨런 튜링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크리스토퍼의 발명으로 통계상 전쟁기간 2년 단축, 무려 1400만명의 목숨을 구한 앨런 튜링의 암호해독팀은 전후 해체되고 활약상은 봉인된다. 튜링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2년의 치료 끝에 자살한다. 비운의 천재 수학자는 사후 59년 만에 엘리자베스 2세에 의해 왕실 특별사면을 받으며 역사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다시금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란한 비주얼과 특수효과 없이 오롯이 서사에 빠져들어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은 채 몰입하게 하는 힘이다. 단순히 비운의 천재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도 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비범과 평범, 인간과 기계, 일반과 성적 소수자의 변증법을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가 눈부시다.

플래시백 기법이 작품에 이토록 정교하게 녹아든 예도 흔치 않다. 크로스워드 퍼즐의 빈칸을 채워가듯 앨런 튜링의 10대, 20대, 30대 후반을 넘나들며 그의 비범함, 고독, 거만하고 집요한 괴짜 면모, 아이 같은 순진함을 하나씩, 차곡차곡 드러내며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캐릭터의 역사성' '입체적인 캐릭터'의 교과서를 보는 기분이다.

영화에 어울리는 얼굴을 지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튜링의 천재성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놀라운 흡입력을 가동한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예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버디' '헤드헌터'의 모튼 틸덤이 감독을 맡았으며 다음달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러닝타임 114분. 2월17일 개봉.

goolis@sp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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