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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무엇이 루키 정효근을 깨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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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무엇이 루키 정효근을 깨웠는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1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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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 "부진이 아니라 실력" 일침...헬프 수비로 거듭나며 공격도 살아나 "수비공헌도 더 높이고파"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부진이 이어지면 그게 실력이라 생각한다. 첫 시즌이니 부진이라고 하기보다는 잘하든 못하든 그것이 내 실력인 것 같다.”

현실을 받아들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비록 전면에 서는 주연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했다. 신인이니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섰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의 말 한마디가 루키 정효근(22)을 깨웠고 올 시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서울 SK를 잡는 성과를 이뤘다.

전자랜드는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SK와 경기에서 73-67로 이겼다. 시즌 맞대결에서 4연패를 당한 끝에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인 전자랜드는 홈 팬들 앞에서 SK 공포증 탈출을 선언했다.

▲ 정효근(앞)이 11일 프로농구 SK와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루키를 깨운 유도훈 감독의 일침

이날 비록 득점은 적었지만 수비에서 제몫을 해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전자랜드 신인 정효근. 그는 16분 33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4점 3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했다. 특히 4쿼터에 나온 블록슛 2개는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명장면이었다. 지난 7일 안양 KGC인삼공사전부터 2경기 연속 4점 3리바운드 경기.

KGC인삼공사전에 앞선 5경기에서 합계 2점 3리바운드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창원 LG전에서 유도훈 감독에게 따끔하게 혼난 뒤 절치부심, 제 면모를 되찾고 있다.

LG전에서 패한 뒤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의 부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부진한 것이 아니라 그게 원래 실력”이라며 “대단한 선수로 키우려고 했던 것이지 결코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정효근도 이를 인정했다. SK전을 마친 뒤 그는 “그 이야기가 나온 다음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며 “그 이후 반성을 많이 하고 마음을 다잡은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미팅을 한 게 약이 됐다. 프로에서 첫 시즌이니 못해도 실력, 잘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정효근이 11일 프로농구 SK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덩크슛을 꽂아 넣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수비에 눈뜨니 공격도 살아나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정효근은 자신의 역할인 수비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쌓아놓은 게 적은 만큼, 잃을 것도 없었기에 과감하게 코트를 누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번(파워포워드) 수비에 중점을 두고 나왔고 상대 주포 애런 헤인즈가 공격할 때 도움 수비를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

이날 SK 빅맨들은 많은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김민수(6점)와 최부경(5점), 코트니 심스(4점), 박승리(3점)가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고비 때마다 턴오버까지 범하며 흐름을 내줬다. 23점을 올린 헤인즈는 1쿼터에 2점, 3쿼터 무득점에 그칠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정효근의 수비에 유도훈 감독도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늘 경기 수비의 축이었다. 헬프 수비의 감을 찾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공격에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간혹 쉬운 찬스를 놓치기도 했지만 4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특히 경기 종료와 함께 호쾌한 슬램덩크를 선보여 홈 스탠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신장이 좋은 만큼 공격에도 욕심이 날 터. 하지만 정효근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는 팀에서 공격 비중이 크지 않다. 다만 쉬운 찬스를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넣겠다”며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되고 싶다. 수비가 되다보니 출전 시간도 늘어나더라. 수비가 잘 되면 공격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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