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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 유지한 '만수', 긴장 풀지 않은 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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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 유지한 '만수', 긴장 풀지 않은 모비스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3.02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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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전자랜드전 주전들 정상 출전…사상 첫 3년 연속 챔피언 목표 정규리그 우승 확정 기쁨 접어

[인천=스포츠Q 임영빈 기자] 울산 모비스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유재학(52) 감독에게 어느 한 경기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54경기는 그에게 모두 똑같았고 방심은 없었다.

유재학 감독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맞대결에서 주전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며 74-66으로 이겼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4강 플레이오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법도 했지만 유재학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면서 자칫 흔들릴 수도 있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다잡고자 했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플레이오프 우승을 거둔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유재학 감독의 생각이다. 유재학 감독은 1위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비스 선수들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유재학 감독이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전에서 손을 들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려는 신중함

모비스는 2009~2010시즌 이후 다섯 시즌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지난 1일 서울 SK가 원주 동부를 75-69로 잡아주면서 1위를 확정지었다.

우승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시즌 개막 전 유재학 감독과 모비스 주전 포인트 가드 양동근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됐다. 함지훈과 이대성 등은 수술과 재활로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했던 외국인 용병 로드 벤슨이 구단과 마찰을 빚고 방출됐다. 주전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줄 후보 선수층도 두껍지 못했다.

시즌 개막 전 전력 누수가 심했으나 유재학 감독의 시스템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동근과 함지훈, 문태영 등 베테랑들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모비스는 올시즌 평균 득점 78.2득점과 72.8실점으로 전체 10개팀 가운데 팀 득점 2위, 팀 최소실점 3위에 올라 공수 균형을 맞췄다.

▲ [인천=스프츠Q 노민규 기자] 양동근이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은 양동근의 헌신이 빛났다. 2004~2005시즌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있다. 52경기에서 평균 34분 59초동안 뛰며 11.8득점, 4.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사령관 역할을 수행했다.

이 때문에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양동근이 다섯 시즌 동안 쉰 적이 없어 정신적 피로가 대단할 것”이라며 “기복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이 때문에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유재학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풀어진 모습을 보일 때 선수들이 다친다. 평소대로 할 것”이라고 주전들을 모두 내보냈다.

시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리그 1위 등극으로 선수들의 마음이 헤이해질 수도 있다. 양동근, 함지훈, 문태영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나서며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대비하겠다는 유재학 감독의 단호함이 묻어났다.

▲ [인천 스포츠Q 노민규 기자] 유재학 감독이 2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준비는 철저히, 마음은 편안히

정규리그 1위 우승의 기쁨은 그에게 잠깐이었다. 그의 시선은 4강 플레이오프 이후를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학 감독의 모비스는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올랐지만 통합 챔피언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비스가 최근에 통합 챔피언에 오른 것은 2009~2010 시즌의 일이다.

또 모비스는 KBL 3연패를 바라보고 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세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팀은 없었다.

그러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팀이 만만치 않다.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6강 플레이오프 승자와 만나게 된다. 모비스는 오리온스, LG와 올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팽팽했다. 특히 LG를 상대로는 2연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대결을 벌였던 팀이기에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유재학 감독은 더더욱 선수단의 분위기를 긴장 상태로 만들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고 해서 풀어줬다가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 또는 LG의 도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승을 했지만 선수들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길게 배정했다”며 “양동근의 경우 남은 경기에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 휴식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상적으로 출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동근 역시 “경기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감독님 말씀을 들었다.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아직 정규리그 한 경기가 남았다. 또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단이 정규리그 우승 분위기를 이어갈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 정규리그 기간동안 평상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유재학 감독과 모비스 선수단 일동이 다짐했듯이 평상심을 유지해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챔피언 등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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