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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착하지 않은 여자들' 세련된 '사회풍자' 시청자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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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착하지 않은 여자들' 세련된 '사회풍자' 시청자 빨아들였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3.06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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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녀')이 방송 단 4회 만에 수목드라마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착않녀'의 큰 인기요인은 시청자 공감을 끌어내는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가장 편하게 즐기는 가족극이라는 요소에 극의 중심인 '사회 풍자적 블랙코미디' 소재를 잘 버무려 놓은 작품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주인공들은 사실은 '정말 착한 여자들'이다. 뼛속까지 착한 심성을 지녔고 착하게 살아 왔지만 사회는 그들을 자꾸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만들어 버린다. 아직 초반이지만 주인공들이 겪는 절절한 사연과 한탄조 대사들은 언뜻 우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들이 눈물을 쏟을 때면 더불어 가슴이 미어지고 통쾌하게 복수할 때는 같이 가슴이 후련해진다. 

최근까지 방송된 내용을 보면 극은 외부의 권력에 의해 '사회적 약자' 혹은 실패자로 전락한 김현숙(채시라 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 [사진=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공]

김현숙이라는 인물은 무척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하지만 담임선생으로 부임한 나현애(서이숙 분)와의 갈등을 빚기 시작하며 인생이 꼬였다.

나현애는 불합리하고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인물이다.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했고 성적이 나쁜 학생은 왕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학생 하나 나현애의 절대권력에 반기를 들지 못했다.

나현애가 어떤 횡포를 부려도 학생들은 단지 수긍할 뿐이었다. 철옹성 같은 나현애의 권력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김현숙이었다. 김현숙이 똑똑해서 반기를 든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평범한 학생이 보기에도 부조리한 현실에 '할 말'을 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김현숙의 반기의 대가는 혹독하게 돌아왔다. 그는 나현애의 계략에 왕따가 됐고 끝내 고등학교까지 퇴학을 당했다. 이후 김현숙은 중졸 출신이라는 사회적 선입견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일반 주부로 살아가게 됐다. 그는 꿈많은 소녀였지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정체된 인생이 됐다.

'착않녀'의 이 같은 내용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풍자하고 있는 느낌이다. 권력자들의 횡포와 이를 그대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대중, 반기를 들었다 몰락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5일 방송된 내용에서도 강력한 사회풍자적 모습은 그대로 나타났다. 현숙은 현애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있었다. 하지만 고교 시절 막강한 권력으로 자신을 짓누르던 현애에 대한 공포 트라우마가 발동했다.

▲ 김현숙을 연기하고 있는 채시라. [사진=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 캡처]

직접 대놓고 만나 쓴소리를 하고 복수를 하겠다는 계획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던 찰나 억울한 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가던 환자의 주변인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살아야지 어떡하나'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현숙을 자극했고 현애와의 정면 맞대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힘없고 약한 자들은 참고 살 수 밖에 없다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해부하는 극 중 내용이었다.

이처럼 '착않녀'는 우리 많은 대중이 느끼는 사회의 모순을 계속해 비판하면서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이런 비판을 절묘한 블랙코미디와 가족주의를 섞어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분명한 '착않녀'만의 매력이다.

▲ [사진=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 중 이처럼 세련되고 진지한 사회적 풍자를 담은 드라마는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진화'라고 해도 될 만큼 4회까지 보여준 '사회 풍자적' 얼개는 탄탄했다. 앞으로 '착않녀'가 보여줄 세련된 사회풍자의 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KBS 드라마 김 모 작가는 "'착않녀'의 사회풍자는 역대 어느 드라마도 시도하지 못한 세련됨이 있다"며 "이런 세련된 풍자를 바탕으로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갖춰져 큰 인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작가는 "이런 풍자가 어디까지 갈지 의문"이라며 "'착않녀'라는 드라마 자체가 등장인물이 많은데 사랑과 코믹, 가족애를 다 보여주면서 세련된 사회풍자 지속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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