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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힐러' 큰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은 '50점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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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힐러' 큰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은 '50점 드라마'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1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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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가 행복한 결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현실성 높은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작품성과 반비례했다. '힐러'가 남긴 아쉬운 부분이다.

10일 방송된 '힐러' 마지막회는 세 주인공인 서정후(지창욱 분), 채영신(박민영 분), 김문호(유지태 분)가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 모습이 그려졌다.

▲ [사진=KBS 2TV '힐러' 방송 캡처]

이날 서정후와 채영신, 김문호는 어두운 세력들의 힘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언론계를 좌지우지하고 악행을 저지르던 어르신(최종원 분)을 무너뜨렸다.

서정후는 어르신의 모함으로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범죄자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 김문호 역시 어르신을 비롯해 악행을 일삼던 정치세력의 계략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하지만 세 사람은 그동안 어르신의 악행을 알고 있는 결정적 제보자의 도움으로 이런 위기를 모두 벗어났다. 특히 서정후는 어르신에게 제보자의 동영상이 있으니 만나자는 미끼를 던져 도청기기를 심고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는 데 성공했다.

모든 사건과 복수를 마무리한 이들은 모두 해피엔딩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서정후는 누명이 풀려 채영신과의 달콤한 로맨스를 이어갔다. 김문호 역시 잘 나가는 기자로 사는 삶을 즐겼다.

▲ '힐러' 주인공 유지태 [사진=KBS 2TV '힐러' 방송 캡처]

◆ 힐러의 구성과 현실감 박수 받아야 한다

이처럼 '힐러'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이런 힘은 단연 '힐러'만이 가지고 있던 탄탄한 내용구성과 현실감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힐러' 제작진은 그동안 탄탄한 내용구성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개연성 없는 사건의 등장이나 해결을 배제했다. '힐러'속에서 나온 사건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 해결 과정 역시 확실한 방법과 전개가 존재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탄탄한 스릴러물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들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풀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힐러'는 그동안 드라마들에서 나오던 말단 기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권력 핵심부와 연결된 '권력형 기자'들을 조명했다. 현실감을 내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권력형 정치 비리의 내용과 조합을 시도하며 현실성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탄탄한 구성과 현실감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도 빛이 났다. 수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유지태의 내면 연기와 지창욱, 박민영의 톡톡 튀는 감성연기의 완성도가 높았다.

'힐러'는 이렇게 장점이 많았던 드라마다.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나타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기억되게 됐다.

▲ '힐러' 주인공들인 지창욱 박민영 유지태(왼쪽부터). [사진=스포츠Q DB]

◆ 하지만 큰 것을 놓친 '힐러'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시청률 때문이다. '힐러'는 드라마 초반 10%대의 시청률로 1위를 달리던 드라마였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경쟁작 SBS '펀치'에게, 후반에는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에게까지 밀리며 최하위(7.9% 닐슨 제공, 전국기준)로 막을 내렸다.

'힐러'의 시청률 부진에는 이유가 있다. 아주 완벽한 구성을 추구하려던 제작진의 노력이 '역효과'를 낸 것이다. 초반부터 이어진 개연성 높은 전개와 극의 현실감을 무조건 지키려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복잡함과 실증을 느끼게 됐다.

좋은 예가 서정후의 극 중 역할 변화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이다. 서정후는 드라마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악한 청부업자였지만 중반부터 적절한 선역 변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극의 전체적인 전개를 맞추기 위해 선역으로서의 주인공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멈칫거렸다.

이처럼 '힐러'는 작품을 너무 잘 만들려다 보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놓친 모양새다. 결국 '힐러'는 지나치게 좋은 것을 보여주려다 가장 기본적인 시청자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드라마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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