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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헌신' 다짐 지킨 손흥민, 얻은 게 골러시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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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헌신' 다짐 지킨 손흥민, 얻은 게 골러시만일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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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버리고 동료 활용한 플레이 하면서 득점 기회 오히려 많아져…5경기 5골로 득점 페이스 가속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의 득점 페이스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특히 지난 1월 벌어졌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더욱 득점포가 뜨거워졌다. 아시안컵 이후 치러진 분데스리가 정규리그에 5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한 경기 한 골의 페이스다.

손흥민은 9일(한국시간) 벤틀러 아레나에서 열린 파더보른과 2014~2015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키리아코스 파파도풀로스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앞선 후반 39분과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넣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연속 2골까지 더하며 파더보른에 3-0 완승을 거두고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4위에 복귀했다.

정규리그 9호골과 10호골을 연달아 터뜨린 손흥민은 이로써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두자리 득점을 올리며 팀내 최다득점 1위이자 전체 분데스리가에서도 피에르 에메릭 아우바메양(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함께 득점 공동 7위가 됐다.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 출신인 토마스 뮐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이상 바이에른 뮌헨)과도 불과 한 골 차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에서는 단연 1위다.

이와 함께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골과 DFB 포칼 1골을 포함해 시즌 15호골과 16호골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활약에 독일 분데스리가는 물론이고 독일 언론과 축구전문사이트도 호평 일색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하면서 "올 시즌 벌써 세번째 멀티골을 성공시켰으며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넣었던 10골에 벌써 도달했다"며 "또 레버쿠젠의 11개의 슛 가운데 7개에 관여하면서 공격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평가했다.

또 독일 일간지 빌트는 손흥민에게 곤살로 카스트로, 골키퍼 베른트 레노와 함께 팀내 최고 평점인 2점을 부여했다. 축구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카스트로(8.97점)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8.65점의 평점을 매겼다.

◆ 팀 동료에 대한 헌신, 상대 수비 분산되면서 탈압박

손흥민의 15호골은 깔끔하고 간결했다. 율리안 브란트가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카스트로가 헤딩으로 페널티지역 가운데에 있던 손흥민에게 떨궜다. 손흥민은 카스트로의 헤딩 패스가 땅에 닿기도 전에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16호골 역시 작품이었다. 레버쿠젠의 역습 상황에서 브란트가 뒤로 내준 것을 아크 왼쪽에서 재차 오른발로 편하게 마무리했다. 두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을 괴롭히는 수비수는 없었다.

손흥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레버쿠젠 주득점원이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프리뷰에서 손흥민을 키 플레이어로 예상하기도 했다. 수비가 불안한 파더보른이라면 당연히 손흥민에 대한 집중 견제가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단 3개의 슛만으로 멀티골을 만들어냈다. 이 가운데 유효슛이 2개였으니 골문 안쪽으로 향한 슛이 모두 골망을 흔든 것이다.

손흥민이 이처럼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팀 동료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등 한층 성숙된 경기 운영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팀에 대한 헌신을 약속했다. 그는 독일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팀으로 돌아가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며 욕심을 버렸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직접 슛을 노리기보다 더 좋은 위치의 팀 동료에게 패스를 해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치른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5경기에서 5골을 넣으면서 슛은 단 11개에 그쳤다. 이 가운데 한 경기는 교체로 들어간 것이었으니 선발로 출전한 4경기 가운데 11개의 슛으로 경기 평균 3개가 약간 넘는 수치다.

대신 키패스, 즉 동료들의 슛으로 이어지는 패스가 많아졌다.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패스 성공률을 76.5%로 높은 수치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키패스는 3개로 레버쿠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동료들이 득점 기회를 살려주지 못해 어시스트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해낸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팀이 1-0으로 이겼던 프라이부르크와 23라운드 경기에서도 2개의 키패스로 팀내에서 가장 많았다.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수들도 손흥민만 막을 수 없게 됐다. 수비는 자연스럽게 분산됐고 자연스럽게 손흥민에 대한 압박은 느슨해졌다. 손흥민이 후반 39분 골을 넣기 전까지 슛은 단 1개에 그쳤고 팀 동료에 대한 패스에만 집중하다보니 파더보른도 손흥민에 대한 수비가 느슨해졌다.

두 골 모두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하게 골을 넣은 비결이다. 팀 동료에 대한 헌신적인 플레이가 자신의 탈압박으로 이어진 것이다.

◆ 시즌 20호골을 향해, 레전드 차붐 기록도 넘본다

아직 손흥민이 남겨둔 경기는 많다. 이제 시즌 폐막까지 두 달여를 남겼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DFB 포칼 외에도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10경기가 남아 있다.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라면 레전드 '차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기록을 노려볼만 하다.

차범근은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1985~1986시즌 19골을 넣었다. 당시 분데스리가 정규리그에서 기록했던 17골 기록까지는 멀어보이지만 앞으로 3골만 더하면 시즌 정규경기 기록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

또 4골을 더하면 차붐이 이뤄내지 못했던 한 시즌 20골 기록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손흥민의 득점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일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분수령이다. 1차전에서 1-0으로 이기긴 했지만 2차전을 넘지 못한다면 8강에 진출하지 못해 경기수가 크게 줄어든다. 반대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게 되면 최소 2경기를 더 확보하게 돼 손흥민의 득점 기회는 더욱 늘어난다.

손흥민이 팀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가 더욱 빛을 발한다면 레버쿠젠의 공격력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손흥민이 욕심을 버리고 팀 동료에게 더욱 기회를 많이 만들어줄수록 손흥민 자신도 공격력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욕심을 버리니 더욱 중요한 가치가 보이고 소중한 것을 얻는다는 교훈까지 깨달은 손흥민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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