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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파문' 박태환, "남성호르몬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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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파문' 박태환, "남성호르몬인 줄 몰랐다"
  • 박상우 기자
  • 승인 2015.03.27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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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주사로 알았다" 주장, "국민들께 사죄" 눈물

[스포츠Q 박상우 기자] “피부 트러블 치료차 병원에 갔다. 남성호르몬인 줄은 몰랐다.”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태환(26)이 남성호르몬인 줄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물파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초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먼저 박태환은 미리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신의 소회와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태환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수영선수 박태환입니다.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려 말로 다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입니다. 우선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빚은 것에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지난 23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도핑 양성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거의 매월 도핑테스트를 받았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분명 뭔가 잘못 나온거라 생각했습니다. 양성반응을 최종 확인한 후에는 제가 알고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이해받고 용서받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올림픽선수로서 병원을 찾아가고 약물을 처방받는 전 과정에서 스스로 좀 더 체크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을 깊이 후회합니다.

청문회에서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너 같은 선수가 네 몸에 그런 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이번 결과에 대해 반성합니다.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과정이 어찌됐든 저의 불찰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도핑 사실을 알게 된 후 지난 몇 개월은 매일매일이 지옥같은 순간이다. 처음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그 병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주사를 놓지 못하게 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하고 자책했습니다.

수영만 알고 그 하나로 사랑 받아온 제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인간적으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혼자만의 능력이 아닌 국민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압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믿음으로 응원해주신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고통을 나눠진 채 자식이 행여 맘 다칠까 대놓고 울지 못하는 가족과 애써 괜찮다며 말씀해주시는 수영연맹에도 그저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응원해주신 팬들과 미디어 분들께도 진작에 사과드리지 못한 점도 죄송합니다. FINA의 기밀유지 조항으로 마음과 달리 사죄드리지 못한 점, 아무 말도 안한 점, 더 마음을 열지 못한 점 사과합니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태환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질의문답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어떤 비난도 질책도 달게 받겠다. 깊이 자숙하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내년 3월 2일 징계가 끝난 후에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FINA에서 올림픽의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2004년부터 태극 마크를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약물이나 악의적인 방법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몇몇 지인들은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이 억울하지 않냐고 보란 듯이 재기하라는 말을 해줬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도핑에 걸린 선수가 따오는 메달이 무슨 의미냐는 말도 했습니다. 모든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듣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평생 스스로 감당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지만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내가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및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 후 결정하겠습니다.

다섯 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한 후 단 한번도 수영이 없는 삶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영광스런 순간도 있었고 가장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수영을 하면서였다. 수영선수로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가장 행복했습니다. 선수로서 자격을 상실하는 18개월이 가장 힘들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수영선수로서 당연히 누려온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내가 가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고 봉사하는 시간들로 채우겠습니다. 올림픽이나 메달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죽고 싶은 만큼 힘들고 외로운 순간에 언제나 보듬어 준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2014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사력을 다해 메달을 딴 선관이, 규철이, 규웅이, 준혁이 정수, 기웅, 성겸이 등 후배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제 이름으로 딴 수영장을 만들어주고 도와주신 인천시청 관계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께도 큰 빚을 졌습니다."
 

다음은 박태환과 일문일답.

- 병원은 2013년 10월말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다. 병원은 2013년 12월에 주사를 놨다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아니라면 왜 2013년 10월 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낮은 것을 알고도 이듬해 7월에 가서야 주사를 맞았는지.

“호르몬 수치가 낮았다는 얘기를 2014년 9월 3일에 도핑 양성반응 결과가 나온 이후에 의사에게 들었다. 전에 2013년 12월에 주사 맞았는데 2014년 1월 도핑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안 나왔다.”

- 네비도가 남성갱년기호르몬 치료제인 줄 몰랐나.

“몰랐다. 혈액 검사할 때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왔는데 혈액 검사는 했지만 그 결과가 나온 건 알지도 못했다.”

- 어떤 치료받는지 환자가 몰랐다는 건가.

“호르몬 진료를 받으려고 찾은 것이 아니다. 피부 관리를 위해 소개 받아 병원에 갔다.”

- 피부트러블 치료라도 어떤 치료인지 의사는 당연히 고지하고 환자도 물어볼 의무 있지 않나.

“수영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부가 건조해 얼굴이 붉어서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갔다. 피부 관리를 받게 됨과 동시에 비타민에 대한 처방을 의사가 해줬다. 그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도핑과 관련된 것은 먹을 수도 없고 문제 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의사에게 설명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투약기록이나 진료기록을 공개할 수 있는지.

“(변호사가 답) 검찰에서 해당 병원장에 대해 기소했다. 형사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재판과 관련된 질문은 답변이 곤란하니 양해 바란다.”

-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언제 알았고 올해 1월 미국 전지훈련 왜 갔나.

“지난해 전국체전 경기 후 알게 됐다. 11월 3일께로 기억한다. 미국은 훈련장소를 알아보기 위해서 갔다. 호주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만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훈련하는 것으로 얘기됐다.”

- 도핑검사 결과 후 자격정지를 알면서도 미국 간 이유는 무엇인가.

“(변호사와 상의 후) 그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 순간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어떠한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전에도 말했지만 병원에 갔을 때 도핑과 관련된 금지 약물에 대해 의사와 얘기를 나눴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태환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질의문답 도중을 눈물을 닦고 있다.

- 은퇴를 생각 안한 이유는 결백하기 때문인가.

“먼저 사죄에 말씀을 드린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한 수영을 이런 일로 수영을 못하는 것은 한순간도 살아온 인생을 다 흔들렸다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은퇴나 운동선수로서의 목표를 두는 것은 생각하기 굉장히 어렵다. 이번일로 여기 계신 분들과 사랑을 주신 팬들에게 실망을 드려서 사죄드리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 FINA 청문회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했던데 청문위원들에게 고의성 없다는 부분을 얼마나 납득시켰나.

“(변호사가 답) FINA 청문회에 저는 동석했고, 다른 변호사가 변론을 진행했다. 청문회 마치고 그 변호사가 평하기를 많이 참작됐다고 했다. 참작한 것으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하더라. 의사가 왜 기소됐는지는 지금까지 기사에 나온 것이 전부고, 거기에 대해서는 청문위원들의 추가질문이 없었다. 고의로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부분은 충분히 소명된 것으로 본다.”

- 병원 주장과 엇갈린다. 의사는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호르몬이라는 사실은 몇 번이나 얘기했다는데, 호르몬이라고 들은 적은 없나.

“의사는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7월29일에 도핑 관련해서 의사에게 말했고, 의사도 호르몬 얘기는 안 했다.”

- 리우 올림픽 기회가 주어진다면 출전하겠는가.

“많은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하다. 일단 내년 올림픽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힘든 훈련도 잘 받으면서 준비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출전하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제가 선수로서 이런 일로 실망감 안겨 드렸고, 가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다. 지금 올림픽 출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제게 힘든 일이다.”

- 호르몬 주사 여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말하기로는 비타민 처방으로 알았다고 했는데, 호르몬 주사라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명확하게 말해달라.

“문제된 시기에 호르몬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 과거에 병원에서 치료나 처방을 받을 때는 단지 '저는 도핑을 조심해야 된다'가 아니라 성분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 없나.

“원래 감기 걸렸을 때 보통 어렸을 때부터 가능 병원이 있다. 이비인후과인데, 다니면서 약 처방할 때 항상 리스트를 확인했다. 이 병원에 갔을 때도 도핑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의사에게 성분 리스트를 받았고 그 리스트를 회사에 전해줬다. 당시 매니저가 확인했을 때 문제없었다.”

- 테스토스테론이나 호르몬 이야기가 리스트에 없었다는 건가.

“그렇다.”

- 주사는 총 몇 번 맞았나.

“지난해 7월29일 이후에 감기 심하게 걸려서 소염제 주사를 한 번 맞았다. 그 외엔 없다. 그 이전에도 맞은 적 없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박태환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uncle8712@spor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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