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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앵그리맘'·'여자를 울려' 학교의 세계에 들어선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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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앵그리맘'·'여자를 울려' 학교의 세계에 들어선 어른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21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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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학교는 하나의 세상이다. 졸업 후 1, 2년만 지나도 그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마법의 공간. 청소년기의 또래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순간에 충실하고, 당시의 감정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존재하는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다.

총 16부작 중 절반을 넘어선 MBC '앵그리맘', 지난 18일 첫 방송을 한 '여자를 울려'. 이들 드라마들은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앵그리맘'의 조강자(김희선 분)와 '여자를 울려'의 정덕인(김정은 분)은 그에 맞서며 학교의 세계에 들어간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 사학비리 속 '슈퍼맨 판타지' 깨는 '앵그리맘' 조강자

'앵그리 맘'의 조강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딸 오아란(김유정 분)을 위해 '조방울'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 신분이 된다. 이같은 설정으로 인해 유쾌한 상황들이 벌어지지만 '앵그리맘'은 마냥 밝지만은 않은 드라마다.

▲ [사진=방송 캡처]

학교에 들어온 강자는 그 설정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가해자 학생들과 사건에 얽힌 건달들을 주먹으로 제압할 때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강자는 학교 폭력과 연관된 사학비리 사건에 휘말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여기에 맞서며 그는 구둣발에 맞기도 하고 칼에 위협도 당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는 대신,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연출을 맡은 최병길 PD는 "강자가 슈퍼맨처럼 혼자 처리하는 판타지는 청량감은 주겠지만, 그렇게 끝난다면 드라마의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이는 학생들의 문제가 결코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어른이 이들의 문제에 개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또한 불 같은 성격에, 짧은 교복 치마 차림으로 철없게 보이는 조강자는 극중 가장 어른다운 인물이기도 하다. 아란에게 피해를 준 고복동(지수 분)에게 밥도 차려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하는 이해심이 있는 까닭이다. 이는 겉으로는 인자하고 좋은 선생의 모습을 띈 채, 뒤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이들과는 대조된다.

◆ '착한 말'로 조언하던 어른에서 내려온 '여자를 울려' 정덕인

'여자를 울려'의 정덕인(김정은 분)은 학교 앞 밥집을 운영한다.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에게 밥을 파는 그는 강력반 형사 출신으로, 학생들과 절친하게 지내다 폭력 사건에 휘말린다.

▲ [사진=방송 캡처]

딸을 위해 조강자가 직접 교복을 입었다면, 정덕인은 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에게 "어른들에게 말해 보라"며 "무섭더라도 가해자들에게 눈빛에서 밀리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이는 어른인 덕인에게는 적절히 여겨지는 해결책이고, 이미 싸움에 능한 그에게는 통하는 내용이지만 피해자에게는 먹힐 리 없다.

그의 조언을 듣고 가해자에게 맞섰던 피해자는 피투성이가 돼 돌아왔고 덕인은 충격받는다. '피해자가 누구냐'며 "소속 반을 알아야 (담임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교사의 말에 그는 "선생이란 사람들이 복잡한 일에 엮일까 전전긍긍, 자기 앞가림할 생각만 하면 엄마들이 대체 누구를 믿고 학교에 보내냐"며 울부짖는다.

연출을 맡은 김근홍 PD는 "'앵그리맘'의 조강자가 딸을 위해 나서는 직접적 당사자라면, 덕인은 식당 손님의 딱한 처지를 보고 나서는 간접적 당사자"라고 둘의 차이를 언급했다. 학생들을 아끼지만, 그들과 말이 '통하지는' 않았던 덕인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고 난 후 변한다. 한 걸음 뒤에서 지켜봤던 어른에서 학생들의 시선으로 다가선 것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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