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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인천했다' 유상철 감독이 지킨, 지켜낼 약속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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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인천했다' 유상철 감독이 지킨, 지켜낼 약속 [K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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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인천이 또 인천답게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살아남았다. ‘생존왕’ 타이틀을 지켜내며 다시 한 번 극적으로 K리그1(프로축구 1부)에 잔류했다. 

인천은 30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38라운드 방문경기에서 경남FC와 이른바 ‘단두대매치’를 벌여 0-0으로 비겼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이 “생존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내 더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는 이제 남아있는 또 하나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승점 34를 쌓은 인천은 11위 경남(승점 33)을 승강 플레이오프(PO)로 밀어냈다. 다음 시즌도 K리그1 무대를 밟는다.

인천이 또 다시 극적으로 1부리그에 잔류했다. '생존왕'답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은 팬들도 결사의 각오로 나섰다. 무려 16대의 버스를 대절해 대규모 원정응원을 벌였다.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경기 내내 “할 수 있어! 인천”을 외치며 선수들을 북돋웠다.

유상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비기려는 생각은 없다”며 맞불을 놓겠다 예고했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승점을 쟁취했다.  

올 시즌도 쉽지 않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으로 선수생활 말년을 인천에서 보낸 레전드 이천수에게 전력강화실장을 맡긴 뒤 허용준, 콩푸엉 등을 영입했지만 핵심 전력 문선민을 내보낸 탓인지 빈공에 시달리며 시즌 초부터 고전했다. 결국 욘 안데르센 감독이 4월 사퇴했고, 5월 유상철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줄곧 최하위와 11위를 오가던 인천은 유 감독 부임 후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많은 시간 몸 담지는 않았지만 구단 레전드로 꼽히는 남준재를 제주 유나이티드 김호남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인천은 경남과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10위를 차지, 다음 시즌도 K리그1에서 뛰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반격의 불을 지핀건 간판공격수 스테판 무고사였다. 9월 선두 울산 현대와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3 극적 무승부를 견인했다. 이후 9경기에서 3승 4무 2패를 거두며 순위를 10위까지 끌어올렸다.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한 뒤 2승 1무 1패로 잔류 기대감을 키웠다. 해당기간 무고사는 14골로 득점 4위까지 점프했다.

특히 34라운드 성남 원정은 기폭제였다. 경기 직후 유상철 감독의 건강 이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김진야와 김호남 등 선수들은 물론 이천수 실장까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추측에 힘을 실었다.

인천은 지난 19일 유 감독의 투병 사실을 알렸고, K리그에 유 감독을 향한 응원물결이 일었다. 이윽고 상주 상무와 37라운드 마지막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챙기며 다이렉트 강등을 면하면서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사령탑에 오른 뒤 13경기 만에 거둔 홈경기 승리였다. 가장 극적인 순간 안방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후반기 영입된 케힌데가 13경기 만에 첫 골을 넣고 격하게 포효했고, 인천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겨울비는 아랑곳않는다는 듯 응원가를 열창했다.

그리고 최후의 매치업을 준비했다. 이날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남이 전반부터 밀어붙였고, 인천은 역습으로 응수했다. 후반에는 인천이 오히려 효율적인 경기운영으로 경남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전반이 끝나기도 전 김진야를 빼고 명준재를 투입한 것은 승리에 대한 의지였다. 경기 막판 경남의 파상공세를 몸을 던져 틀어막았다.

유상철 감독이 잔류를 확정지은 뒤 활짝 웃어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상철 감독은 경기 후 “오늘 비기려고 온 게 아니다. 비겨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위험한 생각이니 버리자고 이야기했다. 원정이라 선수들이 많은 부담을 갖고,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의지와 열정을 보인 게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원정이 아닌 것처럼 느꼈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임하면서 팬들과 한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 몇 년째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내년만큼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할 것”이라며 다음을 논했다.

다사다난했던 인천이 역시 ‘생존왕’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팬들 사이에서 늘상 “진작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볼멘소리를 부르는 행보임에 분명하나 K리그에서 가장 독보적인 색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결국 캐릭터답게 살아남으며 다음 시즌 또 다른 희망을 키운다. 

유 감독이 지켜야 할 약속은 하나 더 남았다. 인천과 유상철 감독의 동행이 계속될 수 있을까. 그는 “모르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저 또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갖고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겠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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