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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악의 연대기' 추적 스릴러의 숙성과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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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악의 연대기' 추적 스릴러의 숙성과 부패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07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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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설정...인물 감정 깊이 다루며 차별화 꾀해

[스포츠Q 용원중기자] 승진을 앞둔 강력계 최창식 반장(손현주)은 회식 후 택시기사로 위장한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위기를 모면하려던 최반장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한다. 다음날 아침, 시체는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개되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된 최반장은 좁혀오는 수사망을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한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경찰서에 나타난다.

‘악의 연대기’는 제목에서 암시되듯 현재의 사건이 과거의 범죄와 긴밀하게 연관된 설정을 통해 대물림되는 인간의 죄악을 추적 스릴러 장르에 담아낸다.

 

극단의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부패한 형사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 전모를 아는 범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으며 두뇌싸움을 벌여가는 점에서는 지난해 흥행작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를 연상케 한다.

‘끝까지 간다’는 기발한 착상과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전개로 웰메이드 스릴러 탄생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반면 ‘악의 연대기’는 보다 복잡한 구성과 겹겹의 반전, 인물의 감정에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비슷한 설정의 ‘끝까지 간다’에서 부패 형사와 악질 형사의 심리대결을 숨 가쁘게 끌고 가며 관객을 흡인했던 점이 ‘악의 연대기’에선 십분 살아나질 않는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나 메시지에서부터 숙성한 맛은 있으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사건을 끌어들이고, 반전을 이중 삼중으로 가동하나 스토리에 녹아들기보다 군더더기처럼 여겨지게 된다. 이는 스릴러 장르 특유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동성애 코드는 맥락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배우 없이 오롯이 남자들로만 판을 짰음에도 ‘악의 연대기’에선 수컷들만의 격렬한 향기가 풍기질 않는다. 공들여 제작한 티가 물씬 나며,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가 아님에도 ‘한 방’을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주진 못하는 점은 의외이며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악의 연대기’는 완급조절을 통해 적당한 속도감과 긴장을 유지한다.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비리와 손잡았던 최반장이 고군분투 과정을 겪으며 과거의 순수하고 정의롭던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은 ‘추적자’ ‘숨바꼭질’ ‘쓰리 데이즈’를 통해 스릴러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로 자리매김한 손현주의 충혈된 눈빛과 깊이 있는 연기로 감정의 파고를 키운다.

최반장의 오른팔인 오형사 역 마동석의 호쾌함, 강력반 막내인 차동재 형사 역 박서준과 숨겨진 인물 김진규 역 최다니엘의 절제된 연기는 좋은 편이며,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누비며 이뤄지는 액션 시퀀스는 매우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1시간42분. 15세 이상 관람가. 5월14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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