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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서건창 판박이' 이은총, 빛고을 리드오프 걱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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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서건창 판박이' 이은총, 빛고을 리드오프 걱정 끝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0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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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선수-우투좌타-악바리 근성 쏙 빼닮아, KIA 외야 구멍 속 희망으로 자리매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최근 KIA는 1군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헐거워 보이는 외야 라인업을 내놨다. 지난 이틀간 마산 NC전에서는 좌익수 오준혁, 중견수 노수광, 우익수 이은총이 선발로 나섰다. 웬만한 KIA 골수팬이 아니고서야 이름조차 한번 들어보기 힘들었던 무명 선수들이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KIA는 김주찬, 신종길, 나지완 없이도 NC전 6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생소한 삼총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바로 이은총(24)이었다. 그는 7일 경기에서 1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4월까지도 무명이었던 이은총을 보고 타이거즈 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상대 투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 어떻게든 누상에 살아나가고야말겠다는 집념의 표정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

▲ 이은총의 타격폼은 서건창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육성선수 출신, 우투좌타, 왜소한 체구라는 점도 서건창과 유사하다.[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서건창 판박이, 어쩜 이리도 닮았나 

이은총은 양쪽 무릎을 맞대고 두 다리를 최대한 모은 채 배트를 두어번 휘두른다. 잔뜩 웅크린 자세는 마치 소녀를 연상시킨다. 힘을 한데 모았다가 한번에 폭발시킨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서건창(넥센)과 타격폼이 쏙 빼닮은 이은총이다.

이은총은 7일 NC전 수훈선수로 선정된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서건창이 치는 걸 봤다”며 “나한테도 잘 맞는 것 같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잘 하고 있으니) 팬들께서 비슷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3cm, 72kg로 왜소한 체격, 육성선수(신고선수) 신분으로 입단한 스토리, 우투좌타로 빠른 발을 지녔다는 점도 서건창과 유사한 이은총이다. 경남고-동아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KIA에 입단한 이은총은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후 1년 만에 마침내 1군 무대를 밟았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근성도 일품이다. 이은총은 전날 5타석에 들어서 26개(타석당 5.2개)의 공을 봤다. 리그 정상급 투수인 에릭 해커에게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12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던 해커는 이은총의 끈질긴 콘택트에 혀를 내둘렀다. 

▲ 이은총은 팀내에서 '악바리'로 불린다. 입단 1년 만에 기회를 얻은 그는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며 좋은 인상을 심어 KIA의 새 리드오프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이종범의 극찬, “간절함이 보인다” 

“간절함이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야구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중계를 맡은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입이 마르도록 이은총을 칭찬했다. 덕아웃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장면, 아웃돼서 돌아오는 전 타자에게 반짝이는 눈으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자 “대기타석에서는 저런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은총을 치켜세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한 이은총은 “2군에서 항상 1군을 꿈꾸면서 많이 준비해왔다, 한 타석, 공 하나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나가고 장점은 발전시키려 노력해왔던 것이 이제야 실전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옛날 ‘타이거즈’ 선수들은 이름값으로 야구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기량은 초호화 군단 삼성에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독기를 품고 팀으로 뭉쳐 결과로 보상받곤 했다. 이은총이 보여주는 허슬 정신이야말로 현재 KIA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KIA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승을 노리기는 힘든 전력이다. 이범호, 최희섭, 박기남 등 주축 야수들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나지완은 타격 부진으로, 김주찬은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외야도 큰 구멍이 난 상태다. 리빌딩에 중점을 둘 때다.

날쌘돌이 이은총이 이런 페이스를 유지해 ‘빛고을 왕자’로 거듭난다면 팬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수 있다. 만일 서건창의 신화에 버금가는 스토리까지 그려나간다면 ‘타이거즈팬들이 이은총으로부터 은총받았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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