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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전성시대, 홀로서기 성공 배경은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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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전성시대, 홀로서기 성공 배경은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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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가 홀로서기에 제대로 성공했다. 2019~2020시즌은 프로배구 여자부가 평일 5일 중 3일이나 남자부와 같은 시간 경기했고,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남자배구를 웃돌며 배구판 여풍을 실감케 했다.

여자배구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여럿 있다. 아이돌 팬덤 못잖게 한 명 한 명 큰 인기를 누리는 스타의 탄생과 전력 평준화에 기인한 치열한 순위 다툼,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등 요소들이 모여 현 여자배구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2일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주요 시청률 지표를 공개했는데,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1%를 넘겨 1.05%를 기록하며 남자부(0.83%)를 앞질렀다. 이는 지난해 프로야구(KBO리그) 평균 시청률(0.88%)보다도 높다.

여자배구 인기, 그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여자배구가 시청률과 평균관중에서 모두 남자배구를 앞질렀다. [사진=KOVO 제공]

◆ 시청률-화제성이 증명한 여자배구 인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리그 조기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 총 192경기(남자부 112경기, 여자부 80경기)가 펼쳐졌다. 올 시즌 V리그 통합 시청률은 0.92%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기준(216경기) 평균 시청률 1.00%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남자부는 0.24%나 감소한 0.83%를 기록했다. 반면 여자부는 지난 시즌 0.90%에서 0.15% 상승한 1.05%로 출범 이래 처음 평균 시청률 1%를 돌파했다. 또 직전 시즌 대비 약 108만6000명 증가한 총 1468만9519명이 여자부 경기를 시청했다. 경기수는 적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시청자가 여자배구를 지켜봤으니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남자부와 여자부는 경기 시간이 완전히 분리됐다. 여자부는 수요일에 2경기를 몰고, 주말 각 1경기씩 배정했다. 남자부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경기씩 열렸다. 2018~2019시즌 여자부 평일 경기를 오후 5시에서 7시로 옮겨 효과를 보더니 이번 시즌 남자부와 평일 사흘 동안 정면승부를 벌인 것이다.

그 결과 여자부가 남자부의 시청률을 흡수했다. 남자부 시청률이 크게 하락하고, 여자부가 크게 상승해 이를 증명한다. 2014~2015시즌 남자부 평균 시청률은 1.05%, 여자부는 0.78%였고, 2018~2019시즌에는 남자부 1.07%, 여자부 0.90%로 간격이 좁혀졌다. 이윽고 2019~2020시즌 역전됐다. 

올 시즌 최고 시청률 경기는 2월 16일 펼쳐진 인천 흥국생명과 김천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1.67%)이었다. 여자부 최고 시청률 TOP 10 중 흥국생명과 수원 현대건설 간 4경기가 포함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을 앞세운 양 팀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다영이 자신의 토스를 득점으로 연결한 고예림에게 뽀뽀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 클립은 누적 조회수 70만 회 가까이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올 시즌 여자부 1위 현대건설은 '미녀군단'으로 불리며 인기를 자랑한다. [사진=KOVO 제공]

◆ 관중 동원도 남자배구 앞섰다

2018~2019시즌 여자부 평균 관중은 2571명으로 남자부(2440명)를 앞질렀다. 2016~2017시즌(남 2555명, 여 1688명), 2017~2018시즌(남 2331명, 여 1972명) 등 남자부와 간극을 보였던 여자부가 최근 5시즌 동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남자부를 추월한 시즌이었다. 물론 유료관중 숫자나 비율에서 남자부가 여전히 더 큰 흥행력을 갖췄다는 분석이지만 여자부의 비상이 프로배구 전체의 상승 효과로 이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전반기 역대 최다 관중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후반기 관중이 감소하고, 5라운드 이후 무관중 경기를 벌인 탓에 5라운드 기준 총 관중은 지난 시즌(43만4791명)보다 10%가량 감소한 39만2331명으로 집계됐지만 3라운드까지는 지금껏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여자부 평균 관중은 2315명으로 남자부(2083명)를 또 상회했다. 가장 많은 관중이 찾은 남자부 경기는 지난 1월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우리카드-대전 삼성화재 경기(4165명)였는데, 여자부 최다 관중 경기는 지난해 10월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서울 GS칼텍스의 맞대결로 이보다 훨씬 많은 4843명이 들었다. 또 올 시즌 최다관중 1~3위 경기 역시 모두 여자부였다.

선수들 역시 상승한 여자배구 인기를 실감한다. [사진=KOVO 제공]

◆ 선수들이 꼽은 상승요인은?

이에 대해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간판 선수들이 여자부가 남자부와 비교해 갖는 경쟁력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 시즌 통합 최우수선수상(MVP) 이재영(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인기가 많아졌는데, 올 시즌에도 수준 높은 경기한다면 팬들이 많이 봐주실 것”이라며 “올해 더 많은 팬들이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니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문정원(한국도로공사)은 “여자배구는 랠리도 길고 끈끈한 맛이 있다. 남자부가 파워풀하다면 여자부는 랠리의 재미가 있어 인기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고, 오지영(대전 KGC인삼공사)도 “나도 경기 재방송을 볼 때면 숨 막히면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자배구 랠리의 묘미를 느낄 때가 많다. 또 다양한 표정이나 세리머니가 남자부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강소휘(GS칼텍스)는 “시청률도 많이 올라가고 직전 시즌 만원관중도 몇 번 있었는데, 예쁘고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서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봤다. 실제로 배구판 많은 미녀스타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화제를 모으며 때때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한다. V리그보다 앞서 진행된 KOVO컵에서는 박혜민(GS칼텍스)의 인터뷰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는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표승주(화성 IBK기업은행)는 “요새 배구 인기가 많아졌다고 느낄 때가 많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몰라 더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소위 ‘2강’으로 꼽히는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대한항공이 최근 3시즌 연속 남자부 챔프결정전에서 맞붙은 것과 달리 여자부는 전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됐다는 평가다. 특히 2018~2019시즌 상위권 4개 팀이 마지막까지 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올 시즌에는 직전 시즌 5위에 머문 현대건설이 1위로 올라섰다.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여자부 인기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사태가 애석하다. [사진=FIVB 제공]

◆ 3연속 올림픽 진출로 화룡점정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여자부 인기에 불을 붙였다. 2018~2019시즌 막판 부임한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 세계 배구의 흐름을 쫓아 속도감 있는 토털배구를 접목시켰고,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에서 좋은 경기를 하며 국제 무대 경쟁력을 뽐냈다.

김연경(엑자시바시)을 제외한 대표팀 전원이 V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재영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이 최종예선에서 부상 투혼을 펼쳤고, 3연속 본선행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주전 세터로 자리잡은 이다영, 김연경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운 강소휘, 미들 블로커(센터)로 다시 태극마크를 단 한송이(KGC인삼공사)까지 대표팀에서 맹활약하자 자연스레 V리그로 시선이 옮겨졌다.

올림픽 최종예선 직후 후반기 여자부 경기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만 아니었다면 역대급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래서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배구판 최대 화두는 여자부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이다. 이번 시즌까지 남자부(26억 원)에 비해 적은 14억 원이 책정됐는데, 현 여자부 인기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여자배구는 어느새 겨울 실내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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