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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과 함께 사라지다, 파울볼의 행방을 찾아서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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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과 함께 사라지다, 파울볼의 행방을 찾아서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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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프로야구 무관중 시대. 관중과 함께 사라진 것이 있으니 바로 파울볼과 홈런볼이다.

관중 없이 조용한 야구장에서 취재를 하던 본 기자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 많던 파울볼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20일 서울 잠실구장. 파울볼이 나올 때마다 움직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많은 파울볼은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다름 아닌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기 진행 보조요원이었다. 파울타구가 관중석으로 향하면 조용히 움직여 공을 수집해갔다.

그렇다면 이 공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공의 소유권이 있는 홈팀 두산 홍보팀 직원은 “수거된 공은 구단에 회수되고 선수들이 훈련할 때 사용된다”고 밝혔다.

가장 보편적인 활용법이다. 다른 구단이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었다. 10개 구단에 모두 확인해봤지만 크게 다른 답변은 없었다.

기존엔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다. 관중에게 돌아갔던 공이기 때문. 그러나 관중이 사라진 지금은 수거해 자연스럽게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지극히 당연한 방식이다.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경기 보조 요원이 관중석으로 날아든 파울타구를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하게 이 공을 활용하는 구단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스포테인먼트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SK 와이번스. 연습경기 때부터 램프의 요정 지니로 변신한 진행 보조요원이 텅 빈 관중석에서 동분서주했다.

영화 알라딘에도 나오는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로 변신한 요원이 경기 도중 발생한 파울볼과 홈런볼을 주우러 다녔고 이는 구단 공식 유튜브 방송과 SNS 등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당첨자에게 전달됐다.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취지였다.

SK 홍보팀 직원은 “정규시즌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무관중 경기를 동안 쭉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 구단은 KIA 타이거즈였다. 개막 시리즈에 맞춰 ‘주섬주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 기간 동안 팀 득점수만큼 파울볼과 홈런볼을 모아 기간 종료 후 열릴 첫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사인볼을 전달할 예정이다.

 

KIA 타이거즈는 주섬주섬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전달할 파울볼을 모으고 있다. SK 와이번스 또한 팬들을 위해 파울볼을 활용 중이다. [사진=KIA 타이거즈 인스타그램 캡처]

 

KIA 홍보팀 직원은 “원래대로라면 관중 여러분들의 몫이기에 돌려드린다는 차원으로 이벤트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는 수의 공은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용으로 활용된다.

한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얼마나 될까. 20일 두산과 NC의 경기에 나섰던 한 심판에 따르면 매 경기 통상 12개들이 10여 박스의 공이 소모된다고 한다. 100개가 훌쩍 넘는다는 것. 연장 11회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에선 총 57개의 파울볼이 나왔는데 관중석으로 넘어간 건 양의지의 홈런볼을 포함해 10개 남짓. 이를 제외해도 100개 이상을 훈련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공인구 가격은 1만2000원. 매 경기 10여만 원이 아까워서 파울볼을 훈련용으로만 활용하는 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는 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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