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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문재인 대통령-최윤희 차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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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문재인 대통령-최윤희 차관 나섰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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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경주시청 팀에서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문재인 대통령과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나섰다. 그동안 비일비재했던 체육계 폭력 및 인권 유린 행태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윤희 문체부 2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숙현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게 4월 8일이었는데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이 일어난 건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최윤희(사진) 문체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한다. [사진=연합뉴스]

최숙현 선수는 지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등을 고소했고 4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폭력 행위를 알렸지만 별도의 조치가 없자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23세에 불과했다. 

발인을 엄수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최숙현 선수의 사연이 처음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체부는 2일 “최숙현 선수 사망 사고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체육 정책 주무 부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한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내달 출범 예정인 스포츠 윤리센터를 통해 스포츠계 비리 및 인권침해 사례에 관해 신고접수 및 조사, 상담, 법률지원, 실태조사, 예방 교육 등을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최윤희 차관은 이날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사건 관련 경위를 보고 받고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최 차관은 “선수 출신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며 “후배 선수들이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행복하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줬다.

고 최숙현 선수. [사진=유가족 제공/연합뉴스]
최숙현 선수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나눈 메시지. [사진=유가족 제공/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앞서 1일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성명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공정위 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며 9일로 예정됐던 스포츠공정위원회를 6일로 당겼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최숙현 선수의 지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이 증언한 가혹행위 내용을 살펴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팀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어치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 구체적 피해 사례가 담겼다.

지인은 “(최숙현이) 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폭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최숙현 선수가 공공 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출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YTN이 최숙현 유족으로부터 입수해 단독 공개한 녹취록이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가해자 얼굴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녹취록에 따르면 경주시청 철인3종팀 관계자는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최숙현에게 “이리 와, 이빨 깨물어!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구타 행위에서 촉발된 듯한 ‘찰싹’ 소리도 들린다. 당시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에 공식 입단한 상황도 아니었다.

경주시체육회는 2일 오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수 2명 등 모두 3명을 대상으로 사안을 청취했다. 인사위원회는 감독이 선수단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해당 감독은 올 초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며 사죄의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태도를 바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재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폭행 의혹을 받는 선수 2명이 폭행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당장 징계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검찰 수사 결과와 재판 결과 등에 따라 감독과 선수에게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다.

폭행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팀닥터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 청문 대상에서 빠졌다.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임시 고용한 이로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획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해당 팀닥터는 당시 군인올림픽에 출전한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 팀에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알려졌다.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3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해자 구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와 팀 선배는 최숙현 선수에게 목적이 불분명한 금전을 요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고인과 고인 가족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500만 원이 넘는 돈을 선배 개인 계좌에 보냈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은 현재 경주경찰서,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을 거쳐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최숙현 선수 사건이 알려지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는 모양새다. 최소 2명이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최숙현 선수가 지난 2월 소송을 준비할 때 뜻을 같이한 이들이 있었지만 선수 생활에 불이익이 생길까 포기했다.

이용 의원이 주축이 된 미래통합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진상 규명 및 체육인 권리 보호 간담회’를 열고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상 피해자 구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림픽 핸드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지도자 생활을 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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