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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이영호, 랜덤으로 다시 쓰는 스타크래프트 역사 [ASL 시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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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이영호, 랜덤으로 다시 쓰는 스타크래프트 역사 [ASL 시즌10]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20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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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출시 20년도 넘은 스타크래프트는 이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롤), 배틀그라운드에 밀리는 신세가 돼 버렸다. 신규 유저 유입이 거의 없는 ‘고인물 게임’이 됐고 큰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알면 누구라도 알 법한 ‘FlaSh' 이영호(28)는 정체된 스타판에 새로운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

이영호는 지난 18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 리그(ASL) 시즌10 8강 1경기에서 유영진(테란)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했다.

놀라운 건 ‘테란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랜덤 유저로서 출전해 이룬 성과라는 것이다.

이영호가 랜덤 유저로서 최초로 스타크래프트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화면 캡처]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린다. e스포츠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골든 그랜드 슬램과 골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스타리그와 MSL에서 3차례씩 우승을 차지했던 이영호는 2017년 ASL 시즌 4에서 우승하며 3-3-3 클럽에 가입했고 동시에 골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더불어 골든 마우스, 금뱃지, 골든트로피,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금메달까지 획득한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다.

나아가 ASL 시즌8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채우며 살아 있는 전설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4강에 진출해 시드권을 따냈던 이영호는 ASL 시즌10에선 16강부터 대회를 시작했는데 승자전에서 프로토스 강자 장윤철을 동족전으로 2-0 압도하며 8강에 올랐다. 

4강행이 확실해지자 이영호가 경기 도중 미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화면 캡처]

 

상대는 8강 유일한 테란 유저 유영진. 테란이 걸린다면 이영호의 우위가 점칠 수 있었지만 랜덤이라면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1세트에선 운 좋게 테란이 걸렸다.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영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유영진이 발 빠른 타이밍 러시를 노렸지만 이영호는 당황하지 않고 가뿐히 막아낸 뒤 상대의 GG 선언을 받아냈다.

2세트 프로토스로 시작한 이영호는 유영진의 드롭십 공격에 당하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 셔틀+리버를 뛰어나게 활용하며 상대의 씨를 말렸고 승부의 추를 기울게 만들어 2번째 경기도 따냈다.

3세트는 저그로 시작했다. 유영진은 맵 중앙에 배럭스 2개를 건설하며 빠른 초반 러시를 준비했지만 이영호 또한 초반 전략을 구사했고 유영진의 BBS 전략을 간파하며 1시간도 되지 않아 4강행을 확정했다. 막판 승기를 굳히자 이영호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유영진은 절망했다.

4강을 확정한 이영호는 "랜덤 경기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팬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즐길 수 있다"며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아프리카TV 중계화면 캡처]

 

이승원 해설위원은 랜덤 유저로서 최초 4강에 진출한 이영호를 향해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건 블리자드지만 게임을 완성시킨 건 이영호”라며 극찬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동료 게이머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경기력이었다.

4강 상대는 ‘아마추어 최강 저그’ 박상현과 16강에서 잡아낸 적이 있는 장윤철 둘 중 하나. 이영호는 “박상현을 만나면 힘들 것 같고 장윤철도 워낙 잘하는 선수다보니 불리할 것 같지만 하나씩 극복해가고 있다”며 “더욱 성장해 모두에게 보여주며 이겨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랜덤으로도 스타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이영호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미 다음 시즌 시드권을 따낸 이영호는 “랜덤 경기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팬들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즐길 수 있다”며 “4강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할 순 없지만 열심히 준비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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