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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반란, 길게 본 임근배 감독 [여자농구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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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반란, 길게 본 임근배 감독 [여자농구 PO]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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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길게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한 용인 삼성생명이 반전 드라마를 썼다.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을 따돌리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은 3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 엠(Liiv M) 여자프로농구(WKBL)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3차전에서 우리은행을 64-47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69-74로 진 삼성생명은 2차전에서 76-72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결국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올 시즌부터 4위까지 PO에 나설 수 있게 됐는데, PO행 막차를 탄 삼성생명이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을 누른 것.

임근배(54) 삼성생명 감독은 PO에 대비해 정규리그 막판 다양한 선수들에게 실전경험을 부여하며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PO가 체력전이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적중한 셈이다. 그는 결승에서 만날 청주 KB스타즈를 상대할 계획도 이미 그려놨다고 선언해 눈길을 끈다. 

임근배 감독이 이끄는 삼성생명이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규리그 4위가 챔프전에 오른 건 2001년 겨울리그 시절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 이은 역대 두 번째이자 20년 만이다. 삼성생명은 2018~2019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로 PO에 오른 뒤 당시 2위 우리은행을 2승 1패로 잡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챔프전은 오는 7일 오후 1시 45분 용인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선승제로 열린다. 삼성생명의 상대 KB는 3위 인천 신한은행을 2연승으로 제압해 하루 더 휴식한다.

이날 삼성생명은 3쿼터 5분 22초를 남기고 신이슬의 스틸에 이은 레이업 득점으로 44-28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3쿼터 막판 10점을 연속해서 쌓아 3쿼터 종료 시점 스코어는 38-44까지 좁혀졌다.

특히 4쿼터 초반 2차전에 이어 이날도 맹활약하던 윤예빈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빠져나가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하지만 배혜윤을 앞세워 골밑에서 우위를 점했고, 다시 58-4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종료 4분 34초 전 박혜진, 김소니아 등 주전을 빼고 오승인 등 백업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이어 박지현마저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다. 사실상 패배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위해 올 시즌 함께한 어린 선수들에게 큰 경기 경험을 쌓게 한 것.

이날 삼성생명에선 배혜윤이 16점 7리바운드를 올렸고, 김단비가 11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윤예빈은 9점 7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하며 주관방송사 MVP로 선정됐다.

4위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을 격침시켰다.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은 외국인선수가 없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베스트5를 갖췄지만 골밑이 약하고, 선수층이 얇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 시즌 등록선수는 15명으로 6개 구단 중 가장 적었는데, 결국 '봄 농구' 들어 과부하에 걸렸다. 시즌 초 부상을 앓았던 박혜진이 복귀하자 김정은이 이탈하는 악재와 싸워왔다. 반면 삼성생명은 풍부한 선수풀(18명)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를 마치고 임근배 감독은 "내가 한 건 하나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들이 다 해줬다"면서 "체력 등 모든 게 힘들 텐데 견뎌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PO 들어오면서 선수들에게 한 발 더 뛰고, 하나 더 잡아줄 것을 강조했는데, 잘해줬다"며 "초반에 김단비가 기선 제압을 잘해준 덕에 리듬을 살려갈 수 있었다. 배혜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김한별과 윤예빈도 다 잘해줬다. 다른 선수들까지 3박자, 4박자가 다 맞아 떨어졌다"고 기뻐했다.

챔프전 상대 KB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포함 7관왕을 달성한 국내 최장신(196㎝) 센터 박지수를 보유했다. 특히 박지수는 정규리그 전 경기는 물론 PO 2경기까지 모두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외인이 없는 골밑을 호령하고 있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또 '언더독'이라는 평가 속에 맞대결을 시작해야 한다.

임 감독은 "정규리그 6라운드 들어갈 때 KB의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이에 맞춰 PO를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어 (우리은행의 우승이 유력해지자) 투 트랙으로 대비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미 준비한 대로 챔프전에 나설 생각"이라는 말로 은근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위성우(왼쪽) 우리은행 감독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진=WKBL 제공]

우리은행을 잡아 얻은 자신감도 큰 수확이다.

주장 배혜윤은 "1위가 챔프전으로 가는 뻔한 경기를 하지 않고, 우리가 2패를 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어 기쁘다"며 "우리는 잃을 게 없었다. 끝까지 매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KB를 상대로도 부담이 없다. PO처럼 악으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패장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정규리그에선 버틸 수 있었지만, 단기전으로 가면 결국 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고민이 있었다"며 "어렵게 온 올 시즌 마무리가 좋지 않지만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하다"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PO에 대해선 "이런 경기를 많이 뛰어 본 선수가 박혜진뿐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경험은 해봤지만, 주전으로 오래 뛰진 않았다"며 "삼성생명은 PO 대비를 미리 시작했고, 노련함에서도 우리가 밀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힘을 다 쏟아낸 뒤 5일 정도 휴식이 주어지더라도 다시 체력을 끌어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순위가 빨리 정해졌으면 PO에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은 건 내 잘못"이라며 "이 구성으로는 챔프전을 갔어도 어려웠을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끝으로 "챔프전에 올라가더라도 우승보다는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기를 바랐다. 3패를 하더라도 관중도 오고 정신없는 상황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서 "PO 3경기를 통해 많이 느꼈을 거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미 부여했다.

한편 챔피언결정전에는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용인실내체육관은 전체 수용인원 10%, 충북 청주체육관은 전체 수용 인원 30% 이내에서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1차전 티켓 예매는 4일 오전 11시부터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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