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07:02 (화)
KT 박병호 부활예감, 어게인 2011? [프로야구 시범경기]
상태바
KT 박병호 부활예감, 어게인 2011? [프로야구 시범경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1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군 홈런왕, 만년 거포 기대주 박병호(36·KT 위즈)의 야구 인생에 단 한순간 가장 중요했던 시기를 꼽자면 대부분 2011년 트레이드를 꼽을 것이다. LG 트윈스에서 날개를 펴지 못했던 박병호는 팀을 옮긴 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지난 2년은 박병호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팀은 가을야구에 나섰으나 박병호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시즌 내내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고 키움 히어로즈는 결국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그를 붙잡지 않았다.

박병호는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의 마지막 퍼즐이 되기 위한 영입 결과였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박병호의 부활을 기대케 하는 예감 좋은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박병호가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솔로포를 터뜨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3년 최대 30억 원. 아무리 지난 2년간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고는 하지만 41홈런을 날렸고 132타점을 기록한 타자였다. 박병호가 되살아날 수만 있다면 30억 원은 매우 합리적인 투자처럼 보였다.

키움에서도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으나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4번타자라는 중책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가 부진했던 2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서긴 했으나 모두 5위로 턱걸이를 했다.

부족했던 장타력을 더하기 위해 박병호를 데려왔지만 그가 큰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그 없이도 우승을 거둔 팀이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시범경기에 나선 박병호는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병호는 3회말 상대 투수 김이환의 시속 142㎞ 속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렸다.

지난 18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했고 20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멀티 히트를 작렬했고 이날까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박병호 첫 합류 때부터 이강철 KT 감독은 “욕심 내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했다. 부담 없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는 것. 박병호의 부활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장타력에도 불구하고 박병호는 LG에서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다. 1군에만 올라서면 자신감을 잃었고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왼쪽). [사진=KT 위즈 제공]

 

넥센에선 달랐다. 당시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가 잘하든 못하든 “시즌 끝까지 4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LG에서 늘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시달리던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그해 66경기 만에 13홈런을 때리며 팀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박병호는 홈런왕만 5차례를 수상했고 두 차례나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KT에서도 이처럼 박병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효과를 보는 듯 하다.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박병호의 은사 염경엽 전 키움 감독은 “박병호가 좋을 때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3할에 30홈런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즌 성적을 전망했다.

또 하나 박병호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건 강백호와 헨리 라모스의 존재다. 지난해 한국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거듭난 강백호와 이날 홈런을 날리는 등 팀 중심 타자 중 하나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라모스는 그에게 큰 힘이다.

연습뉴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박병호는 “강백호, 라모스라는 좋은 타자가 내 앞뒤에 배치돼 있다. 두 선수 모두 콘택트 능력이 좋다”며 “내가 해내지 못해도 다음 선수가 해결해줄 수 있다는 편안한 생각으로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타석에서 타이밍을 신경 쓰고 있다. 홈런이 나온 건 타이밍이 맞아가는 것”이라며 “지난 겨울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심적으로나 외적으로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이라고 감사함을 나타냈다.

KT가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팀 평균자책점(ERA) 2위(3.67)에 달하는 강한 마운드의 힘 덕분이었다. 타선은 상대적으로 부족해보였다. 특히 홈런(106개)은 10개 구단 중 7위에 그쳤다. 장타율(0.381)도 6위.

전폭적인 신뢰 속 장타 본능을 깨워가고 있는 박병호. KT의 올 시즌 전망도 밝아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