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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그녀들, 기적을 쓰는 도로공사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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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그녀들, 기적을 쓰는 도로공사 [V리그]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4.0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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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4일 홈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1세트를 22-25로 내줬지만 기세가 눌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세졌다. 도로공사는 지난 2일 3차전을 따낸 뒤 다른 팀이 돼 있었다. 3차전에서도 1세트를 내주고 내리 3개 세트를 따낸 도로공사는 4차전에서도 ‘역전의 그녀들’이 돼 있었다.

도로공사는 2~3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오히려 기세를 올렸다. 정규리그 득점 3위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5위 김연경 ‘쌍포’ 앞에서도 전혀 기세가 뒤지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점수를 낼수록 김연경의 표정도 굳어 갔다.

이날 4세트에서 도로공사는 끈기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16-21까지 벌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도로공사가 4세트를 넘겨주고 마지막 5세트에서 승부를 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역전을 거듭한 도로공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박정아, 배유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돌아가면서 점수를 쌓아 22-22을 만들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선수들이 4일 홈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 스파이더스와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선수들끼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선수들이 4일 홈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 스파이더스와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선수들끼리 점수를 내고 웃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특히 22-19에서 도로공사가 점수를 내는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옐레나의 오픈 공격이 블로킹을 맞고 튀어 나오자 캣벨이 몸을 날려 디그로 받아냈다. 이어진 김연경의 퀵오픈 공격을 이번엔 이윤정이 디그로 쳐냈다. 곧바로 임명옥 연결해 준 공을 박정아가 스파이크로 상대 코트에 그대로 꽂아 점수를 따냈다. 선수들의 높은 집중력이 만들어낸 값진 득점이었다.

23-23에서는 켓벨이 오픈 공격 기회에서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상대 블로킹을 재치 있게 피하면서 점수를 냈고 켓벨은 이날 마지막 승리 점수까지 책임졌다. 세트스코어 3-1(22-25 25-21 25-22 25-23)로 도로공사의 승리. 두 팀의 승부는 2승2패로 원점이 됐다. 캣벨은 이날 이번 시리즈에서 개인 최다인 30점을 몰아쳤다. 국가대표 공격수 박정아도 20점으로 2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해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역대 남녀 챔피언결정전을 통틀어 1~2차전을 내주고 3~4차전을 승리한 팀은 도로공사가 최초다. 당연히 1~2차전을 내주고 우승한 팀도 없다. 역대 남자부는 9회, 여자부는 5회 1~2차전 승리팀이 우승했다. 도로공사는 0% 가능성에 도전하는 셈이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전문가들도 (도로공사를) 5, 6위로 예상했는데 이변을 만들었고, 챔피언결정전도 여기까지 왔다"며 "0%(를 극복하는) 도전이 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경기가 인상을 쓰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이 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흥국생명은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도로공사보다 많은 범실(23-14)을 기록하면서 3차전을 내준 흥국생명은 4차전에서는 1세트를 먼저 잡고도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모자랐다. 옐레나 26점(공격성공률 32.8%), 김연경이 24점(공격성공률 34.5%)으로 분전했지만 둘 다 정규리그에서 4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승이 두려운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찬스를 놓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공격력이 강한 팀이었는데 오늘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블로킹 수비에서도 디테일에서 미스가 있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두 팀은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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