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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김민석, '검사' 노진혁… 웃음 빵빵 올스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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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김민석, '검사' 노진혁… 웃음 빵빵 올스타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7.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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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올스타전을 지켜본 팬들은 경기 시작과 함께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드림 올스타 1번 타자 외야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이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했기 때문이다. 긴 머릿결을 자랑한 그는 나눔 올스타 선발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에게 깜찍한 ‘V(브이)’를 취했다. 양현종도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화려한 등장과 달리 구자욱은 양현종이 던진 초구에 파울 뜬공으로 물러났다. 드림 올스타 2번 타자 외야수 호세 피렐라(삼성)는 딸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한 가발을 쓰고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3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기전에 드림팀 김민석이 제니의 솔로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O리그 프로야구 선수들이 올스타전에서 팬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물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내야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레게머리를 하고 포수 김태군(KIA 타이거즈)이 임금 복장을 등장한 것 이상이었다.

1회 드림 올스타 선발투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은 '레인맨 박세웅'이 적힌 노란색 우비를 입고 김원형(SSG 랜더스) 드림 올스타 감독과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형 감독은 옆에서 박세웅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중계해설에 따르면 박세웅이 선발 등판이 예고된 날 우천 취소된 날만 19번. ‘비를 부르는 남자’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올스타전을 앞두고도 소나기가 내렸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드림 선발 박세웅이 우비를 입고 등판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원형 감독. [사진=연합뉴스]

나눔의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KIA)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팔을 불면서 타석에 천천히 걸어나왔다. 팀 동료 최지민, 이우성이 소크라테스 뒤에 한 줄로 서서 그를 따랐다. 웅장하게 등장한 것만큼 타석에서도 화끈했다.

1-0으로 1회 2사 1,2루에서 박세웅의 시속 133km 직구를 그대로 당겨쳐 오른쪽 폴대를 맞추는 3점홈런(비거리 125m)으로 연결했다.

올스타전에는 선수들의 자녀들도 팬들에게 소개됐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나눔팀 소크라테스가 트럼펫을 불며 타석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나눔팀 소크라테스가 트럼펫을 불며 타석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회 드림 전준우(롯데) 타석 때는 전준우 대신 아들 전재욱 군이 롯데 마스코트의 손을 잡고 먼저 타석에 들어섰다. 이윽고 그라운드에 나온 전준우가 아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드림 안치홍(KIA)은 빈손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곧바로 더그아웃에서 안치홍의 어린 딸이 방망이를 들고 아버지에게 전했다.

팬의 아이디어로 성사된 광경도 있었다. 나눔 김주원(NC 다이노스)은 타석에 들어설 때 양쪽에 커다란 버튼이 툭 튀어나온 독특한 헬멧을 쓰고 나왔다. 스위치히터인 김주원을 위해 팬이 특별히 제작한 헬멧이라고 한다. 하지만 곧바로 심판이 바꿔 쓰고 오라고 해서 일반 헬멧으로 다시 바꿔 써야 했다. 안전을 위해서인 것으로 보였다.

김주원의 재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드림 투수 홍건희(두산 베어스)가 공을 한 개씩 던질 때마다 좌우 타석을 바꿔 들어섰다. 스위치히터의 재치였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드림올스타 노진혁이 검사복을 입고 타석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드림올스타 노진혁이 검사복을 입고 타석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림 노진혁(롯데)은 검사복을 입고 타석에 들어섰다. 날카로운 이미지로 ‘노검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노진혁의 재치였다. 같은 팀 한동희(롯데)는 롯데 응원 도구인 주황색 비닐 ‘봉다리’(봉지)에 바람을 넣은 채 헬멧에 붙여 타석에 나왔다.

하지만 어떤 세리머니도 김민석(롯데)을 이길 수는 없었다. 김민석은 자신의 타석 때 머리핀을 한 채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더니 블랙핑크 제니의 노래에 맞춰 롯데 마스코트와 ‘댄스 타임’을 가졌다.

팬들에게 제니의 닮은꼴로 불리는 김민석이다. 앞서 구단 유튜브에서 “제니 퍼포먼스를 잘 준비 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에서 나눔 채은성이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에서 나눔 채은성이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단히 준비한 듯 보였다. 마스코트와 합이 제대로 맞았다. 같은 팀 투수 구승민은 ‘오늘은 구PD’가 쓰인 모자를 쓰고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평소 구단 유튜브에 자주 출연했다고 한다.

5회 등장한 나눔 외야수 오스틴(LG 트윈스)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왔다. 오스틴의 고향은 카우보이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미국 텍사스다. 드림 포수 유강남(LG)은 배우 김수현의 주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캐릭터를 따라하기도 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있었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드림 구자욱이 가발을 쓰고 타석에 들어선 뒤 파울 아웃당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드림 구자욱이 가발을 쓰고 타석에 들어선 뒤 파울 아웃당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경은(SSG)은 3회 드림의 3번째 투수로 출전했다. 2003년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으로 마운드를 밟았다. 39세 4개월 4일의 나이다.

올스타전에서 승리나 홀드, 세이브, 패배 어떤 걸 해도 최고령 기록이었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자신의 첫 올스타전 등판을 마쳤다.

나눔 채은성(한화 이글스)은 올스타전 역대 2번째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4-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에서 구승민의 시속 141km짜리 직구를 당겨쳐 좌측 펜스를 넘어 가는 120m짜리 아치를 그렸다.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이 나온 건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1982년 김용희(롯데) 이후 41년 만이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롯데 소속으로 올스타전 MVP를 차지한 김용희 허규옥 김민호 김응국 전준우가 시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롯데 소속으로 올스타전 MVP를 차지한 김용희 허규옥 김민호 김응국 전준우가 시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KBO 경기감독관인 김용희는 이날 역대 롯데 출신 올스타전 미스터 올스타(MVP)와 함께 경기에 앞서 시구를 했다. 김용희(1982년·1984년), 허규옥(1989년), 김민호(1990년), 김응국(1991년), 전준우(2013)가 마운드에 나란히 서서 시구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사직야구장에서 벌어진 올스타전에는 2만2990명이 들어차 각 구단의 응원가를 돌아가며 부르며 즐겁게 응원했다.

8회 나눔 노시환(한화)이 들어섰을 때는 1루와 3루에서 번갈아 가면서 육성 응원이 벌어지기도 했다. 3루 관중석에서 “최강 한화!”라고 소리치면 1루 관중석에서 “최강 롯데”라고 받아쳤다. 응원하는 팀과 상관없이 모두가 한 자리에서 한마음으로 즐겼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화려한 폭죽이 사직야구장 하늘을 수 놓았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15일 부산 사직야구장. [사진=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팬과 선수가 모든 즐긴 올스타전에서는 홈런 2방을 포함해 10안타를 때린 나눔이 12안타를 친 드림에 8-4로 이겼다. 2015년부터 나눔과 드림이 치른 올스타전 역대 전적(2020년·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미개최)에서는 나눔이 3승4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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