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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20대’ 주전 포수는 왜 없을까 [SQ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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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20대’ 주전 포수는 왜 없을까 [SQ스페셜]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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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포수 김태군(34)은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다. 곧바로 주전 포수 자리에 앉았다. 

김태군은 예전에도 주전으로 뛴 적이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전이었다. 2017년부터 2018년 8월 중순까지는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했다. 2019년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자유계약선수(FA)으로 NC와 계약하면서 주전 자리를 넘겨줬다. 김태군이 투수 리드나 수비에서는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공격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2021시즌을 마치고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지만 백업이었다. 삼성에는 부동의 주전 포수 강민호(38)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로 다시 주전으로 뛸 수 있게 됐다.

6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양현종과 김태군이 5회초 2사 1루 삼성 강한울 타석 때 마운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
7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양현종과 김태군이 5회초 2사 1루 삼성 강한울 타석 때 마운드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IA도 김태군을 영입하기 위해 주전급 선수를 삼성에 내줘야 했다. 내야수 류지혁(29)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군 효과를 말하긴 다소 이르지만 KIA는 김태군이 오고 나서 6연승을 달렸다. 전반기 마지막 7경기에서 6승1패를 거뒀다.

김태군이 주전이 되며 KBO리그 10개 구단 주전 포수 10명은 모두 30대가 됐다. 1985년생인 강민호를 시작으로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 양의지, 김민식(34·SSG 랜더스), 김태군, 박동원(33·LG 트윈스), 박세혁(33·NC), 장성우(33·KT 위즈), 최재훈(33·한화 이글스), 유강남(31·롯데 자이언츠·나이순·이름순)이 주전이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3년 당시 20대였던 강민호와 이지영, 양의지, 김태군은 주전이었다. 당시 20대 주전 포수는 9개 구단에서 6명이었다. 지금 10개 구단 주전 포수들은 서너 개 구단을 제외하고는 2017년과 같다. 주전이 되면 그 자리가 웬만큼 해서는 바뀌는 않는다. 주전을 위협하는 유망주 포수가 없었다는 얘기일까.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는 성실함과 확실한 자기관리로 2003년 프로 입단 후 19시즌 째 주전으로 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는 성실함과 확실한 자기관리로 2003년 프로 입단 후 19시즌 째 주전으로 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포수는 캐치와 송구, 블로킹 능력이 좋아야 수비를 잘한다고 인정받는다. 최근에는 타격까지 좋아야 특급 포수에 오를 수 있다. 강민호, 양의지, 박동원, 장성우 등이 포수 겸 장타자다.

◆ 어떤 유망주 포수가 와도 중요한 건 1군 경험

포수는 9개 포지션 중 경험이 가장 중요시된다. 마운드의 투수와의 공배합을 리드하면서도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분석해 공략해야 한다. 그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경기에 많이 출전해야 경험이 쌓이는 데 출전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1군 주전 포수들의 실력이 월등한데다 거의 대부분이 수십억에 계약한 FA 고액 선수들이다. 현재 형성된 벽이 두껍다.

포수 출신 이성우(42) SPOTV 해설위원은 “포수는 1선발하고 맞먹는 비중”이라면서도 “성장이 제일 어려운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을 쌓게 해 유망주를 주전 포수로 만들어야 하는데 각 팀은 시간이 없다.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전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2년이든 3년이든 무조건 계속 경기에 나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손성빈은 최근 강력한 송구로 100%(4/4)의 도루 저저를 보여주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A구단 B 배터리 코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최소 3년은 풀타임으로 뛰게 해야 한다”며 “하지만 감독 계약기간이 3년 정도인데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유망주를 꾸준히 내보내기 어렵다”고 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실력 있는 주전 포수를 써야한다. 그러다보니 웃픈 일도 발생한다. 김태군은 2015년 시즌 전 경기인 144경기(교체 출전 포함)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유강남은 지난해 LG에서 10개 구단 2번째로 많은 134경기에 나와 가장 많은 1008⅓이닝을 소화했다.

만약 실력 있는 포수가 없으면 FA시장을 두드리거나 김태군처럼 트레이드를 노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와 박동원, 박세혁, 유강남은 FA시장 ‘빅4’로 불렸다. 두산에서 주전으로 잡은 양의지는 2019년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최대 6년 총액 152억원이라는 초대박을 터뜨리며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양의지는 KBO리그에서 포수 중 공격과 수비에서 가장 뛰어나다. 2019년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두산과 최대 6년에 152억원이라는 초대박을 터뜨려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포수 유망주는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2군)에도 있다. 중요한 건 무조건 1군 경험이다. 이성우 위원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난해 1년 동안 LG 2군에서 배터리 코치를 했다. 그는 “2군에도 송구와 블로킹 능력이 좋은 포수가 많다”면서도 “1군과 2군은 완전히 다르다. 1군 경험은 무조건 경기에 나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포수는 실패의 경험이 중요한데, 감독들도 성적을 내야하다 보니 기다려주지 못한다”고 했다.

젊은 포수가 경험을 쌓으려면 사실상 팀이 전면적인 리빌딩을 해 경험을 쌓지 않게 않는 한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민호가 그랬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프로 데뷔 2년차였던 2005년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원래 주전이었던 최기문(50)의 부상이 있었지만 당시 양상문 감독이 부임했을 때 롯데는 4년 연속 꼴찌에 그친 팀이었다.

당시 롯데 사령탑이었던 양상문(62)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강민호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당시 롯데를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완전한 리빌딩이 필요했어요. 강민호가 당시 눈에 띄게 잘한 건 아니었지만 팀의 미래를 생각해 가능성을 많이 봤어요. 물론 맡겨볼만한 값어치가 있었죠. 본인도 잘했어요. 3박자가 다 맞아 떨어진 거죠. 요즘은 완벽한 리빌딩을 선언한 팀도 많지 않잖아요.”

주전이 아닌 백업 포수들은 타자와의 싸움에서 심리적으로 급해진다. B코치는 주전과 비주전의 포수의 차이 중 하나가 공배합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 포수들은 어떻게든 안타를 안 맞고 실점을 안 하려다보니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1군이 보장돼 있는 경험 있는 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맞아도 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투수 리드를) 할 수 있다. 어쨌든 경험이 쌓여야 좋은 포수다. 그래야 투수도 믿고 따라가고 벤치에서 믿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벤치에서 포수에게 사인을 주고 포수가 다시 투수에게 사인을 전달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이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성우 위원은 “벤치에서 사인을 주면 경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그러면 투수들이 싫어한다. 포수는 벤치에서 개입하게 되면 책임감도 없어진다. 본인만이 느껴야 하는 게 사라진다”고 했다.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이 6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전 포수와 백업 포수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조계현(58)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달 9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명단을 발표하며 포수 포지션을 선발하는 게 “가장 고민하고 논의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5세 미만으로 국한되다 보니 경험이 많은 포수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3년 뒤 202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바라보고 포수에게 이번 대회에서 국제경험을 쌓게 해 육성하는 방안으로 초점을 모았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포수는 김형준(24·NC 다이노스)과 신인 김동헌(19·키움 히어로즈)이다.

김형준은 프로 데뷔 6년차 포수다. 1군 포수 출전은 통산 149경기. 704⅔이닝 동안 포스 마스크를 꼈다. 하지만 올해 1군 출전 기록은 없다. 지난해 상무 전역을 앞두고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받았고 올해 5월 말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 손상을 당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지난 5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1군 경험은 김동헌이 더 많다. 포수로 56경기에서 295⅔이닝을 소화했다. 10개 구단 주전 포수 10명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책임졌다.

B코치는 "포수를 너무 유망주만 뽑지 않았나 싶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대만에 큰 점수차로 못 이겼다"며 "한국은 무조건 금메달이 목표일텐데 매우 접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포수 김동헌(왼쪽). [사진=연합뉴스]

◆ KBO리그 40명 신인왕 중 포수는 3명

애초 포수 쪽에서는 특급 유망주가 적은 건 아닐까. 신인 포수에는 유독 초특급이나 특급이라는 말을 찾기 힘들다. 41년 KBO리그 역대 40명의 신인왕(1982년에는 수상자 없음) 중 포수는 딱 3명(1990년 김동수·1999년 홍성흔·2010년 양의지) 뿐이다.

양상문 감독은 “아마추어에 좋은 능력을 갖춘 포수들이 부족하다. 포수가 가장 체력적으로 힘들고 빛이 안 나니까 능력 있는 선수들이 포수를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고교 야구팀에 포수 전담 코치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양상문 감독은 “포수는 정말 전문적인 포지션”이라고 강조했다.

민훈기(63) SPOTV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도 보면 사실 포수가 타격 재능이 뛰어나면 다른 포지션으로 갈 수 있으면 가게 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유망주가 포수로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체력적으로 좋고 운동신경이 탁월하면 굳이 포수로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타격이 좋으면 지명타자로 쓸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최근 나균안(롯데)이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그는 2017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롯데 지명을 받았다. 지명 당시에는 강민호의 뒤를 이을 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투수로의 전환은 부상이 계기였지만 결론적으로 포지션을 바꿔 1군에 자리 잡았다.

롯데 나균안(입단 당시 나종덕)은 2017년 입단 당시에는 포수였지만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해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사진=연합뉴스]

나균안처럼 포수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종종 지명 받는다. 2018~2023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와 2차 1라운드(2023신인드래프트부터 1차 지명 폐지)에서 지명 받은 포수는 8명이다. 최근 뛰어난 도루 저지로 화제를 모은 손성빈(21·롯데)은 2021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다.

2023신인드래프트에서는 김건희(19·키움)와 김범석(LG)이 1라운드에서 뽑혔다. 올 시즌 김건희는 투수와 1루수로 각각 3경기 나왔다. 포수로는 뛰지 않았다. 김범석(19)은 1군에서 2경기만 뛰었고 2군에서 47경기를 나섰다. 올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서 4타수 2안타 4타점을 몰아쳐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20대 주전 포수는 나올 수 있을까? 현재 추세라면 5년 혹은 7~8년에 한 번씩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양상문 감독은 “사실 그렇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젊은 포수가 치고 올라오는) 선순환은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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