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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쿼드' 아무나 하나? 지옥 뚫은 전북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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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쿼드' 아무나 하나? 지옥 뚫은 전북의 정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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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사나흘 간격 리그·ACL 결과 성공적…K리그서 압도적인 1위, ACL 4년만의 8강행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닥공(닥치고 공격)과 닥수(닥치고 수비)의 절묘한 조화와 함께 더블 스쿼드까지 만들어낸 전북 현대가 두 달에 걸친 지옥일정을 끝내 이겨냈다. 모두가 주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면서 그 힘을 확인한 게 수확이었고 앞으로의 대약진을 밝히는 자산이었다.

전북은 26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벌어진 베이징 궈안(중국)과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원정에서 에두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고 1승 1무의 전적으로 8강에 올랐다.

전북이 8강에 오른 것은 알 사드(카타르)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북은 빡빡한 일정과 최강희 감독의 부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8강에 오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두달 동안 쉼 없이 이어졌던 강행군을 극복하고 거둔 성과라 값지다. 최강희 감독이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 이어지는 지옥일정을 이겨낸 힘은 강력한 더블 스쿼드였다.

▲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왼쪽에서 두번째)이 26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과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0 승리를 이끈 뒤 알렉스 윌킨슨(왼쪽)과 에두, 레오나르도 등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계속 바꿔주는 공격진, 풀타임 최소화

에두와 이동국, 레오나르도, 에닝요는 전북이 자랑하는 공격의 '판타스틱 4'다. 이들은 K리그 클래식 17골(에두 7, 레오나르도 6, 이동국 3, 에닝요 1)과 AFC 챔피언스리그 11골(이동국 4, 에닝요 3, 에두 3, 레안드로 1골), 대한축구협회(FA)컵 1골(에두) 등 29골을 합작한 공격의 중심이다. 전북이 올 시즌 정규경기에서 넣은 36골의 80%을 넣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이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웬만하면 풀타임을 뛰도록 하지 않는다. 이들의 K리그 클래식 출전 시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힘이 넘치고 컨디션이 좋은 에두를 제외하고 이동국, 레오나르도, 에닝요는 풀타임 출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체력을 아낀다는 얘기다.

레오나르도와 에닝요는 K리그 클래식에서 12경기 모두 나왔지만 정작 풀타임을 뛴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에닝요는 선발로 아홉 차례 나섰지만 풀타임을 뛴 것은 3경기다. 또 레오나르도는 선발로 나선 9경기 가운데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나이가 적지 않은 이동국은 10경기를 뛰었지만 선발과 교체가 각각 다섯 차례고 이 가운데 풀타임은 2경기밖에 안된다.

교체 출전 또는 교체 아웃 회수에서도 레오나르도, 에닝요, 이동국이 1~3위를 차지한다. 레오나르도는 무려 11차례의 교체가 이뤄졌고 에닝요(9회), 이동국(8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한교원(8회), 이상협(5회) 등 주로 공격 쪽에서 교체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국, 레오나르도, 에닝요의 풀타임이 적은 것은 최강희 감독이 구사하는 다양한 공격 포메이션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원톱과 투톱을 병행한다. 처음에는 에두 원톱으로 내세우다가 이동국을 교체로 내보내면 투톱으로 변신한다. 처음부터 에두와 이동국이 투톱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고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며 최전방과 처진 스트라이커를 보기도 한다.

최강희 감독은 출전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 '판타스틱 4'가 모두 그라운드에 나서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 최대한 체력을 아끼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전북 현대 김기희(왼쪽부터), 이동국, 에두가 26일 중국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수비수도 더블 스쿼드, 최대한 체력을 아낀다

공격과 달리 수비는 풀타임을 뛰어줘야 한다. 수비에서 특별한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교체카드 3장은 공격의 몫이다.

수비수들이 공격이나 미드필더에 비해 활동량은 적긴 하지만 상대 공격수와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체력 소진은 만만치 않다. 최강희 감독은 수비수마저도 더블 스쿼드로 극복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2일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는 김형일과 조성환의 중앙 수비라인을 내보냈지만 최근에는 김형일-알렉스 윌킨슨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베이징과 경기에서도 김형일-윌킨슨 라인이 중앙 수비를 지켰다. 김형일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는 윌킨슨-조성환 라인이 가동되기도 한다.

김기희와 최보경도 큰 힘이다. 김기희는 최강희 감독의 조련 아래 최근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지만 원래는 중앙 수비수였기 때문에 주전의 공백 때는 언제라도 자리를 옮길 수 있다.

최보경은 전북 상승세의 중심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다가도 종종 중앙 수비수로도 기용되며 최강희 감독이 선수들을 다양하게 조합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보경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면 수비와 공격을 이어주다가도 중앙 수비수로 나서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전투적으로 나선다.

▲ 전북 현대 에닝요(오른쪽)가 26일 베이징 궈안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상대 태클을 피해 돌파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한숨 돌린 전북, 이젠 더 무서워진다

당초 최 감독은 빡빡한 일정 때문에 5월까지는 상위권에서 버텨내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없는 6월부터 8월 중순까지 대반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북의 성적은 최 감독이 생각한 이상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10승 1무 1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승점 31로 2위 수원 삼성(승점 20)과 승점차가 무려 11이나 된다. 2위 수원부터 최하위 대전까지 승점차가 15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베이징을 넘어서 8강에 올라 8월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모두가 더블 스쿼드의 힘이다.

최강희 감독은 "원래 전반기 목표가 K리그 선두권 또는 상위권,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통과였다. 1차 목표를 달성했다"며 "이제 8강전은 8, 9월로 넘어간다. 어려운 상대를 만나겠지만 남은 기간 팀을 잘 추스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이다. 조직력을 더 끌어올리면 올 시즌도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북의 위대한 2015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 전북 현대 선수들이 26일 베이징 궈안과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8강 진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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