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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ACL 효과, 시민들과 함께 기지개 켜는 성남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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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ACL 효과, 시민들과 함께 기지개 켜는 성남 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31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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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운동장 앞 푸드트럭 즐비, 각종 이벤트로 시끌벅적…평균보다 두 배 늘어난 8천여 관중 운집

[성남=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성남 시민들의 성남FC를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탄천종합운동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운동장에 활기가 돌면서 선수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성남과 전북 현대의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맞대결이 벌어진 3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앞은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적지 않은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관중들이 4000~5000명 몰려들었을 때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운동장 건너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 판매대가 등장했고 국수와 생선초밥을 파는 푸드 트럭이 생겨났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아이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이벤트 존을 만들었다. 또 야구장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킨 노점상까지 등장했다.

이날 경기의 공식 관중수는 8116명. 평균 1만 이상을 찍는 다른 팀과 비교하면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원 삼성과 3라운드 경기에서 기록한 8369명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이런 성원 덕분에 성남은 K리그 클래식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을 상대로 짜릿한 2-1 역전극을 펼치며 '성남 극장'을 찾은 팬들에게 화답했다.

◆ 광저우와 ACL 경기 이후 달라진 인식

성남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중을 맞았지만 순수 성남 팬 숫자만 놓고 보면 수원과 3라운드 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실제로 수원전 때는 트렌테 트리콜로 서포터들이 원정 응원석을 가득 메워 절반도 채우지 못한 이날 전북 서포터들과는 차이가 있다. 성남이 올 시즌 홈에서 치른 7경기에서 평균 관중이 4934명에 그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두 배 가까이 들어온 것이었다.

또 성남은 지난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1차전에서 김두현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승리했다. 평일 오후 벌어졌던 경기였음에도 공식 집계 1만3792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5400명의 중국 원정팬들이 입장한 덕도 있지만 한국서 열렸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4경기 가운데 가장 많은 관중을 기록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푸드 트럭과 노점상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광저우전부터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니까 저절로 늘게 된 것 같다"며 "광저우를 비록 넘어서지 못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르고 난 뒤 성남 시민들이 팀을 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고 밝혔다.

▲ [성남=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성남FC의 홈경기 전북전이 벌어진 3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앞에는 이벤트존과 놀이기구, 푸드트럭, 노점상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장 앞이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은 네이버 카페 '분당 판교 따라잡기'가 오전 11시부터 사생대회를 열었다. 이 카페는 회원수 8만이 넘는 유치원, 초등학생 자녀 학부모들의 모임으로 이날 성남 구단과 공동으로 사생대회를 가졌다. 그 결과 성남 구단은 적지 않은 어린이 팬들을 관중으로 맞이했다.

◆ 관중 증가로 활기 띠는 야탑역 상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성남 구단은 야탑역 안에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트로피를 전시해놓고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눈길을 주는 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날도 우승 트로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한 여성 팬은 "평소에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제서야 발견했다"며 "모처럼 남자친구와 경기를 보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소 관심을 줬더라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왜 지금 발견했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야탑역 광장도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성남팬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인근 햄버거집에는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거나 더운 날씨에 목을 축이는 성남 팬들로 가득 채워졌고 김밥집 등도 경기장에서 먹기 위한 도시락을 싸가려는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 성남 황의조가 3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이 던져준 머플러를 목에 감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렇지 않아도 야탑역 광장 상권은 지난 27일 특수를 봤다.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2차전 당시 성남 팬들이 광장에 모여 거리 응원전을 펼쳤던 것. 성남시와 구단이 공동 기획한 이날 행사는 경기 하루 전 급하게 확정됐지만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팬들은 성남을 응원하기 위해 몰렸고 성남시는 장소 마련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힘을 보탰다. 야탑 상인회 역시 현수막을 지원하며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냈다.

이에 고무된 야탑 상인회는 31일 경기에 앞서 성남 구단과 협약식을 맺고 경기 당일 티켓 소지자와 유니폼 착용자에 한해 20%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업구단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성남 구단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구단이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전파시키고 있다. 점점 지역사회의 성원과 응원을 얻는 시민구단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재미있는 경기력까지 보여준다.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후반 35, 40분 황의조가 터뜨린 연속골 향연에 탄천종합운동장은 떠나갈 듯했다. 향상된 경기력과 늘어난 팬, 지역상권 활성화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성남 구단이 흥행몰이의 분위기를 탄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 시민구단 성남FC가 흥행몰이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광저우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1만3000여 관중들이 운집하더니 31일 전북 현대와 K리그 경기에서도 8000여 관중이 몰려들었다. 사진은 20일 광저우전 승리 뒤 환호하는 성남 선수들. [사진=성남FC 제공]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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