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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FIFA 독재' 블래터, 왜 스스로 퇴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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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FIFA 독재' 블래터, 왜 스스로 퇴장하는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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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거센 반대, 유럽세 분리독립 움직임에 백기…혁명 성공한 반대세력 입김 거세질 듯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제프 블래터(79)의 국제축구연맹(FIFA) 17년 독재가 사실상 끝났다. 자신을 향한 반대의 목소리에 블래터 FIFA 회장이 백기를 들었다.

블래터 회장은 3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오는 임시 총회에 맞춰 자신의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은 기자회견과 FIFA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40년 동안 FIFA에서 일하고 회장직을 수행한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FIFA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FIFA와 축구를 위한 최선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FIFA의 조직을 위해 재선거를 하는 것이 FIFA를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자신의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년 5월 멕시코 시티에서 열리는 다음 총회까지 기다리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해 집행위원회에 차기 회장직을 뽑는 임시총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나는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블래터 회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그의 앞날과 FIFA의 미래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FIFA 비리 수사가 계속 되고 있어 블래터 회장까지 수사의 칼날이 미칠 수 있다. 또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 압도적인 표차 5선 성공에도 UEFA의 거센 반대

블래터 회장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총회 선거에서 요르단 왕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 부회장에 이겨 4년 임기의 회장에 뽑혔다. 가시밭길 행보가 예상됐지만 그래도 1차 투표에서 60표나 앞섰기 때문에 지지기반은 굳건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이 그를 지지했다.

문제는 FIFA를 이끌어가는 중추 세력인 유럽축구연맹(UEFA)의 반대였다. 블래터 회장 역시 스위스 출신인 유럽인이었지만 유럽세의 반발에 부딪혔다. 17년 전 블래터 회장을 적극 지지하며 '킹 메이커'가 됐던 미셸 플라티니(60) UEFA 회장 등이 지금은 정적이 돼 반(反) 블래터 세력 중심이 됐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도 "부패 의혹이 터진 뒤에도 블래터가 계속 FIFA를 떠맡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찌감치 선거 이전부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선거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했던 루이스 피구는 "오늘 FIFA는 졌다. 무엇보다도 축구가 졌고 진짜 축구를 아끼는 모두가 패배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설상가상 UEFA가 FIFA에서 분리 독립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일 플라티니 UEFA 회장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은 물론이고 아예 UEFA를 FIFA로부터 분리해 독립 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UEFA가 FIFA로부터 분리될 경우 최대시장인 유럽이 떨어져나가는 것 외에도 A매치까지 타격을 입는다. 유럽 국가들이 월드컵은 물론 A매치에 참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리그의 팀들이 선수 차출을 거부할 수 있어 A매치가 사실상 마비된다.

UEFA의 분리 독립은 곧 FIFA의 붕괴를 의미한다. 블래터 회장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블래터 회장이 UEFA의 반대를 견디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럽 축구 입김이 거세다는 반증이다.

◆ 점점 좁혀져오는 비리 수사망, 블래터의 몰락으로?

블래터 회장이 주위 반대 세력을 물리치고 17년 동안 FIFA의 수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지지 세력이 탄탄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지 세력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미국 수사당국의 FIFA 비리 의혹 수사 때문이다.

이미 미국 검찰은 전,현직 FIFA 부회장 3명을 포함해 7명의 임원들을 긴급 체포했다. 지난달 27일 스위스 연방경찰이 미국 검찰의 요청을 받아 FIFA 임원을 체포해 송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또 스위스 검찰도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놓고 비리가 있었다고 보고 취리히 FIFA 본부를 압수 수색했다.

이에 불구하고 블래터 회장은 "부패 스캔들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회장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FIFA 비리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블래터 회장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FIFA의 고위 간부가 1000만 달러를 동원해 남아공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관여한 사실이 미국 검찰에 의해 드러났다고 보도하며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을 지목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2007년부터 직을 수행해온 블래터 회장의 최측근이자 오른팔이다.

블래터 회장은 아직까지 자신의 비리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 미국 검찰 역시 아직까지 블래터 회장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ABC 뉴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블래터 회장에 대한 부패 연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혐의만 포착된다면 블래터 회장은 그대로 몰락하게 된다. 반대급부로 플라티니 UEFA 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럽세가 힘을 얻어 FIFA의 헤게모니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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