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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허준혁, 좌완천국 두산의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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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허준혁, 좌완천국 두산의 화룡점정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27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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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ERA 0.47' 니퍼트 공백 지운 임시선발, 김태형 감독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줘 기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보면 반드시 부상자가 나오기 마련, 이 위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된다.

두산은 15승을 책임져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어깨 부상에도 전혀 공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임시 선발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투를, 그것도 3경기 연속이나 해낸 허준혁(25)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0.47이다.

좌완 허준혁은 26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KIA전에서 7.2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전까지 통산 승수가 단 1승에 불과했던 이 투수는 이번 시즌 3경기 19이닝을 던져 단 1점만을 내줬다.

▲ 허준혁이 26일 광주 KIA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이날 7.2이닝 1실점하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위기 때는 병살타 유도, 허허실실 피칭 압권 

허허실실 피칭이다. KIA전 허준혁의 최고 구속은 시속 136km에 불과했다. 하지만 좌우 구석구석을 찌르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서클 체인지업에 포크볼까지 던져가며 KIA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특히 병살타를 세 차례나 유도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7회말 브렛 필에게 맞은 솔로포가 유일한 흠이었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허준혁은 경기 후 방송인터뷰를 통해 “실점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면서 “초반에 제구가 흔들렸지만 선배들과 친구들이 초반에 잘 쳐줘서 신나게 던졌다. 의지 형의 지시대로 야수를 믿고 적극적으로 던지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2009년 롯데 2차 3라운드 18순위로 지명된 허준혁은 2010년 57경기에 나서 1승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2011년 7경기 3이닝 소화에 그치며 이승호의 보상 선수로 SK로 이적했고 별다른 활약 없이 2014년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에도 8경기 6.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던 허준혁은 이번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니퍼트의 부상을 틈타 이달 중순 콜업돼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다. 그는 “계속 선발로 나서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앞으로도 기회를 얻으면서 계속 던져봐야 알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 허준혁은 좌완 천국으로 변한 두산의 화룡점정이다. 그의 호투에 힘입어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좌완 천국으로 변모한 두산, 화룡점정은 허준혁 

3경기 연속 호투라면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지난 13일 잠실 NC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5.1이닝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을 벗어난 첫 경기, 광주에서는 개인 최다 이닝(7.2), 최다 탈삼진(5개), 최소 피안타(3개)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더군다나 두산은 전날 잠실에서 SK와 빗속 혈전을 벌였다. 1회부터 비가 쏟아졌지만 경기는 멈추지 않고 진행됐고 선수들은 9이닝 내내 비를 맞으며 4시간을 보냈다. 이기기라도 했다면 다행이었지만 맹렬한 추격전 끝에 7-8로 패해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시점이었다. 광주에는 오전 3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초반에는 공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잘 이끌어가줬다”며 “니퍼트가 없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줘 감독으로서 매우 기분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걸출한 좌완이 없어 고민하던 두산은 장원준-유희관이라는 토종 최강 원투펀치에다 진야곱, 이현승, 이현호, 함덕주에 이르기까지 수준급 자원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잔혹사를 깔끔하게 청산했다. 화룡점정은 허준혁이다. 그에게서 2013년 임시 선발로 등장해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유희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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