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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하우스 잠식한 불안과 경계의 시간 '디올 앤 아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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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하우스 잠식한 불안과 경계의 시간 '디올 앤 아이'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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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는 그동안 인상적인 패션영화를 만들어 왔다. 다큐멘터리 ‘라거펠트 콘피덴셜’(2007), 극영화 ‘코코 샤넬’(2009), 다큐멘터리 ‘마드모아젤 C’(2013), 극영화 ‘이브 생 로랑’(2014)에 이어 다큐멘터리 ‘디올 앤 아이’(감독 프레드릭 청)가 스크린을 캣워킹한다.

‘디올 앤 아이(Dior And I)’는 여성미의 상징인 패션하우스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한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첫 오뜨 꾸뛰르 쇼를 준비하는 8주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몬스의 디올 데뷔 무대였던 2012 F/W 오뜨 꾸뛰르(‘고급 의상실’·디자이너의 뛰어난 독창성과 디자인, 장인들의 기술이 만난 최고 수준의 작품을 의미)는 지금까지도 명 컬렉션으로 손꼽히고 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크리스찬 디올을 제2의 전성기로 이끈 존 갈리아노는 과감하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시즌마다 화제에 올랐던 수석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유대인 모욕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디올은 즉시 해고하고, 미니멀리즘 브랜드 질 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라프 시몬스를 영입했다. 그의 디올 입성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디올의 여성적인 풍성한 라인, 장식적 화려함과 달리 라프 시몬스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출발한 ‘미니멀리스트’였으며 기성복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보통 오뜨 꾸뛰르를 준비하는데 4~6개월이 소요되나 라프 시몬스에게 허용된 시간은 단 8주. 영화 ‘디올 앤 아이’는 20세기 중반 디올을 론칭한 걸출한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의 회고록과 21세기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의 작업과정을 교차시키며 패션하우스를 관통하는 정신에 주목한다.

시몬스의 디올 데뷔 무대는 ‘시모니즘’이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인상적이었다. 미국화가 제프 쿤스의 ‘꽃 강아지’에 영감을 얻어 크리스찬 디올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으로 쇼장을 가득 채우고, 옷에는 플라워 프린트를 넣는가 하면 코르셋을 부활시킨 ‘뉴 룩’의 바 슈트 라인을 재해석했으며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의 작품을 직조에 옮겨 생생한 움직임의 드레스를 제시했다.

영화 ‘디올 앤 아이’는 이렇듯 놀라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훑어간다. 화려한 패션계 이면에 자리한 불안과 경계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라프 시몬스의 창의적인 작업 방식, 신경쇠약 직전의 초조함은 생생하며 신입부터 40년 이상 경력의 재봉사들이 자부심에 가득 차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해나가고, 몇mm 단위로 주름을 잡거나 밤새워 장식을 붙여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스펙터클한 쇼가 끝난 뒤 “아뜰리에 만세!”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1947년 이후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자리한 아뜰리에에서 지켜온 오리지널리티, 크리스찬 디올의 말대로 ‘기계의 시대에 인간적이고, 개인적이며 모방할 수 없는 마지막 피난처’인 오뜨 꾸뛰르에 대한 헌사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패션쇼장에 운집한 셀러브리티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패션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안나 윈투어 미국 보그 편집장을 비롯해 디올의 뮤즈인 여배우 샤를리즈 테런,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와 이자벨 위페르,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와 샤론 스톤,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 김성주 MCM 대표이사,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모나코 왕비 샤를린 위트스톡 등이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에 매혹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된다. 러닝타임 1시간29분. 전체 관람가. 8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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