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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어셈블리' 부패총리 임명 저지한 정재영의 25시간 연설, '필리버스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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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어셈블리' 부패총리 임명 저지한 정재영의 25시간 연설, '필리버스터'는 무엇인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2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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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필리버스터(Filibuster)’. 한국 정치계에는 비교적 낯선 개념인 이 단어가 지난주 방송된 ‘어셈블리’ 12화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주 방송된 ‘어셈블리’ 12화에서는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의 국회인준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의 25시간 2분에 달하는 긴 시간의 ‘필리버스터’가 펼쳐졌다.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행위’를 의미하는 말로,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펼치거나 장시간 동안 연설을 펼치며 표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국회에서 수적우위를 점한 다수당이 표결로 해결하려는 사안에 대해 수적열세인 소수당이 쓰는 방법이다.

▲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을 막기 위해 정재영은 임시국회 회기 마감까지 25시간 동안에 걸친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 [사진 = KBS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어셈블리’에서 정재영은 여당인 국민당 소속이지만, 친청계와 반청계에 반대하는 국민당내 제3 계파 ‘딴청계’를 설립하며 고립된 상황. 국민당은 당론으로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 후보자를 국회표결을 통해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인준을 강행하려고 하고, 정재영은 국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의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무려 25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를 펼친다.

원래 한국에서는 ‘어셈블리’와 같은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했다. 국회법 60조 1항에서는 ‘위원은 위원회에서 동일의제에 대하여 회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다’라며 필리버스터를 인정하고 있지만, 국회법 104조를 통해 본회의에서의 발언시간을 규제하며 상임위원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가능해도 중요한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놨다.

하지만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며 한국에서도 다시 필리버스터가 가능하게 됐다. ‘어셈블리’에서 정재영이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 인준을 막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25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리버스터에서 재미난 점은 반드시 회의 의제와 관련된 내용만을 발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셈블리’에서도 정재영은 필리버스터 시작 18시간이 넘어가며 발언할 내용이 바닥을 드러내자 대한민국 헌법을 외다가 다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에는 국민들이 정재영을 격려해 보내준 엽서를 읽기까지 한다.

▲ 정재영은 25시간에 달하는 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다리에 쥐가 나고, 발언할 내용이 바닥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부르면서도 결국 25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를 성공시켜,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을 저지하고야 만다. [사진 = KBS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필리버스터의 역사는 1854년 미국 상원에서 네브래스카주와 캔자스주의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진행한 필리버스터가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1964년 당시 민중당 국회의원이던 김대중 前 대통령이 한일 비밀회담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비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준연 의원의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종료까지 5시간 19분을 진행한 필리버스터가 유명하다.

필리버스터가 등장한 최초의 영화인 프랑크 카프라 감독이 1939년에 연출한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어셈블리’의 정재영과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을 보인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에서는 미국 잭슨시의 상원의원이 임기 중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 후임자로 잭슨시에 들어설 댐 건설을 반대하지 않을 인물을 물색하다 정치에 문외한인 소년단 지도자 ‘제퍼슨 스미스’(제임스 스튜어트 분)가 지명된다. ‘어셈블리’에서 백도현(장현성 분)은 차기 경제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경제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노동자 출신으로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진상필(정재영 분)을 지명한 것과 비슷한 이유.

이렇게 정치적 입지도 식견도 없이 국회에 들어온 제퍼슨 스미스와 진상필의 행보는 상당히 비슷하다. 제퍼슨 스미스는 댐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국회에서 2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펼쳤고, 진상필 의원은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을 막기 위해 25시간 2분의 필리버스터를 펼쳤다.

정재영의 25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는 그야말로 사투였다. 정재영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악전고투 끝에 성공한 정재영의 필리버스터는 ‘어셈블리’의 향후 전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11화에서 홍찬미 의원(김서형 분)과의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정재영은 12화의 필리버스터로 전국에 그 이름을 떨치게 됐다. 

정재영의 최대 라이벌인 장현성조차도 정재영의 필리버스터 성공 이후 송윤아를 찾아가 “내가 그동안 진의원에게 패한 이유를 분석해봤는데, 상대가 너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 패인이었다”며, “머리싸움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칼을 뽑아들 수밖에. 진의원, 주변을 깨끗이 해두는 게 좋을 거다”라며 이제는 정재영에게 더러운 정치공작의 수법까지도 강행할 것을 암시하며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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