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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맨'으로 돌아온 불사조 이정협, 마지막 질주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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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맨'으로 돌아온 불사조 이정협, 마지막 질주는 시작됐다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5.09.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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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군인체육대회 사전경기 미국전 교체로 5분 출격

[스포츠Q 정성규 기자]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이정협이 ‘마스크맨’으로 그라운드에 복귀, 짧지만 강렬한 불꽃투혼을 불살랐다. 2002 한일월드컵서 김태영이 마스크를 쓰고 4강 신화의 투혼을 보여줬듯이 이정협이 세계군인체육대회 사전 경기로 벌어진 남자축구 첫 결전에서 불사조 정신을 발휘했다.

상무는 30일 문경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미국과 대회 A조 1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나란히 2골씩 뽑은 조동건과 이승기의 활약을 앞세워 7-0 대승을 거두고 우승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무엇보다 화제를 모았던 것은 말년 병장 이정협의 출격. 상무 박항서 감독은 후반 41분 이정협을 교체 멤버로 '깜짝 출전'시켰다. 이정협은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검은색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피치로 뛰어나갔다.

유독 얼굴 부상자가 많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테리, 토레스, 파브레가스 등이 썼던 그런 마스크였다.

지난달 K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 머리에 받혀 쓰러진 뒤 정밀검사 결과 광대뼈와 인중 부위에 복합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이정협은 강한 군인정신으로 2주 전부터 치료와 회복 훈련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김태영의 마스크 투혼을 히딩크호의 코치로 현장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며 영광을 함께 맞았던 박항서 상무 감독은 이정협의 강한 의지를 살려줬다.

부상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 주포지션인 원톱 스트라이커 대신 공중볼 경합 부담이 덜한 처진 스트라이커로 투입해 5분 정도 컨디션을 점검케 한 것이다.

부상 트라우마를 잊게 해주려는 배려 차원의 첫 출격이었다. 이정협의 전역일은 세계군인체육대회가 폐막하고 하루 뒤인 12일이다. 누구도 뛰라고 강권하지 않지만 자신이 상무에서 뛸 동안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도약하는 기회를 얻은 만큼 우승으로 상무에 마지막 선물을 하고 군복을 벗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마스크맨’ 이정협의 마지막 질주는 그렇게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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