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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뿔났다! '미조' 제한상영가 결정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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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 뿔났다! '미조' 제한상영가 결정에 반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0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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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화인들이 뿔났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미조'(감독 남기웅)에 대한 제한상영가 분류를 결정함으로써 국내 개봉길이 막히자 제한상영가 분류 철회를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조'는 개봉을 6일 앞둔 지난달 19일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판정의 사유로 총 7가지 장면에 대한 지적과 함께 "폭력성의 수위가 매우 높고, 비윤리적인 설정 등 일반적으로 사회윤리에 어긋나며 선정성, 폭력성, 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다"고 밝혔다.

▲ 영화 '미조'의 한 장면

특히 "태어나자 마자 버림받은 아이가 친부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것과 여자로서 접근해 사랑하게 만들고 죽음으로써 복수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 왜곡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제한상영가 전용관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는 점이다. 다수의 영화인들은 관객의 평가와 무관하게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예술작품에 등급이 매겨져 세상에 나올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점의 부당성을 짚고 있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 '미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출생 직후 버려져 저주의 굴레에 빠진 소녀 미조(이효)의 잔인한 복수를 그렸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오타 토키토시 프로그래머가 '미조'의 국내 제한상영가 판정에 유감 표명을 한데 이어 정지영 감독, 김경형 감독을 비롯해 영화평론가 정지욱, 강성률 등 국내 영화인들이 릴레이 지지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영등위의 결정은 국민의 재산권 침해일 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형제도, 간통죄를 사문화켜가면서 문화 선진국이라는 긍지를 키워가고 있다"며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영화 '미조'가 아니라 사문화되어야 마땅한 제한상영가를 내세워 우리가 문화 후진국임을 기필코 증명하려는 영등위의 권위적인 잣대"라고 주장했다.

김경형 감독 역시 "모든 영화는 관객 앞에서 공개될 권리를 가진다. 등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미성년자들 때문이다. 영등위는 그것만 판단하면 된다. 영등위의 행태를 필요악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간다면 그들은 분명히 이걸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 작품을 보고 관객들에게 영화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제한하거나, 관객 개개인이 그 영화를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미개한 영화관객들을 악으로부터 구원해주시겠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오지랖"이라고 비판했다.

강성률 평론가는 "이 영화는 한국 최고의 B급영화가 될 것 같다.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과 폭력에 대한 복수와 파멸을 섬뜩하도록 끔찍하게 그려낸다. 우리 시대의 금기를 가볍게 넘어서면서 묵직하게 그 너머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영화평을 했다.

위기에 빠진 '미조'는 올해 하반기 무삭제 버전으로 일본 개봉을 확정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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