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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쥐고 소림사' 소림사 첫 입성 신고식,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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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쥐고 소림사' 소림사 첫 입성 신고식,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1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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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대한민국 예능 최초로 1500년 동안 무술의 성지로 불려온 중국 소림사에서 촬영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주먹쥐고 소림사'가 17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7일 방송된 SBS '주먹쥐고 소림사'는 상당히 독특한 탄생과정을 거쳐서 방송이 성사된 프로그램이다.

'주먹쥐고 소림사'는 무려 2년 전인 2014년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방송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후 계속 제작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2년 만인 2015년 10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규편성이 확정됐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들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인 후 문제점들을 수정해 늦어도 두세 달 내에 프로그램을 런칭하는 것을 생각하면 탄생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셈이다.

▲ 남소림사에 입소한 카라 구하라, 유이, 최정윤, 임수향, 미쓰에이 페이, 하재숙, 오정연 아나운서[사진 = SBS '토요일이 좋다 - 주먹쥐고 소림사' 방송화면 캡처]

17일 방송된 '주먹쥐고 소림사'의 첫 방송은 다소 평범했다. 김병만을 중심으로 장미여관 육중완, 박철민, 온주완, 김풍, 씨앤블루 이정신 등 여섯 명의 출연진으로 꾸려진 남자팀은 2년 전 파일럿 프로그램을 촬영했던 북소림사로, 카라 구하라, 미쓰에이 페이, 유이, 임수향, 최정윤, 하재숙, 오정연 아나운서로 꾸려진 여자팀은 2년 전 파일럿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있는 김병만, 육중완과 함께 남소림사로 입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남자 출연자들은 북소림사로, 여자 출연자들은 남소림사로 보내 각각 다른 문파의 무술을 배우게 한다는 '주먹쥐고 소림사'의 제작취지는 제법 흥미롭지만, 시청자의 관점에서 이는 그다지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다. 방송이 남자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여자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반씩 나눠서 보여주며 깊이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갈 여력을 상당 부분 제한해 버린 것이다.

첫 날 방송에서 이런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송은 소림사에 대한 짤막한 소개영상 이후 먼저 남소림사에 입소하게 된 여자 출연자들의 소개와 입소식만을 진행한 후, 곧바로 다시 북소림사로 넘어가 이번에는 남자 출연자들의 소개와 입소식을 반복했다. 이후에는 북소림사에 간 남자 출연진들이 소림무술을 처음 접하는 장면과 함께 소림사의 사형들에게 자신이 가진 무술실력과 체력을 간단히 선보이는 장면이 첫 방송의 전부였다.

한 번에 남자팀과 여자팀의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나가기로 결심한 '주먹쥐고 소림사'의 첫 방송은 SBS가 앞서 방송되는 '오 마이 베이비'와 엮어 '토요일이 좋다'라는 프로그램까지 신설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그램치고는 너무 성의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남자편과 여자편을 모두 빨리 끝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만약 SBS가 '주먹쥐고 소림사'를 '정글의 법칙'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장기적으로 이어갈 생각이었다면 먼저 소림사 유경험자인 김병만과 육중완을 중심으로 한 남자팀의 북소림사 체험을 먼저 방송하고, 이 이야기가 모두 끝날 즈음 여자팀의 남소림사 체험을 이어가는 편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MBC의 경우 '진짜 사나이'에서 이런 식으로 '여군특집'을 준비하며 남자들의 이야기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훌륭한 선례도 있으니 말이다.

▲ 북소림사에 입소한 김병만, 장미여관 육중완, 박철민, 온주완, 김풍, 씨앤블루 이정신 [사진 = SBS '토요일이 좋다 - 주먹쥐고 소림사'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SBS는 '주먹쥐고 소림사'에 그런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지 않았다. 남소림사와 북소림사의 무술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이 크게 다른 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다면 남자팀과 여자팀이 비슷하게 진도를 나간다고 가정할 때 시청자들은 '주먹쥐고 소림사'라는 방송에서 남자팀과 여자팀의 비슷한 이야기가 매주 흘러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처럼 여자팀의 이야기를 아예 이후 편성으로 뺐다면, 비슷하게 무술을 수련하는 과정이 반복되더라도 시청자들은 이를 새로운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단지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성별이 다르니 매주 반복해도 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다.

'주먹쥐고 소림사'의 성패는 첫 방송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본 것은 여자팀과 남자팀으로 반복되는 출연자 소개와 입소식이 전부였기에, 향후 이 프로그램이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첫 방송부터 '노잼'소리가 나오며 비난받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떤 방송이든 첫 방송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면 이어지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임을 '주먹쥐고 소림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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