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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D리그에서 가장 높이 뜬 김만종, '인내'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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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D리그에서 가장 높이 뜬 김만종, '인내'가 맛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2.2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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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그 1·2차대회 초대 리바운드 1위…3라운드 신인, 선수생활 위기 딛고 키우는 주전 빅맨의 꿈

[300자 Tip!] 올 시즌 프로농구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D리그 개최를 들 수 있다. 기존 2군들의 무대였던 윈터리그에서 이름만 바꾼 것으로 보였지만 선수들의 이동 절차가 간소화돼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왔다. 리그가 활성화되다 보니  지난 17일까지 1,2차 리그를 통해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도 다수 배출됐다. 불사조 군단을 이끈 이정현(28·안양 KGC인삼공사), 변기훈(26·상무)을 비롯한 1군 주전급 선수들이 코트를 휘저었다. 이 가운데 D리그에서 조금씩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오리온스 루키 김만종(23·센터·198㎝)이다. 당장 1군 무대에 그의 자리는 없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무기를 다듬어가고 있다.

[고양=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김만종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히 기량을 끌어올린 결과 프로팀 입단에 성공했고, 마침내 D리그를 거쳐 1군 무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지난 11일 전주 KCC와 원정경기. 처음으로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 선 김만종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1분 7초가 한 쿼터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  오리온스 루키 김만종이 고양보조체육관에서 림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프로 첫 1군 경기였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뭘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D리그와는 다르게 부담감이 생기다 보니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앞만 보이고 옆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출장 횟수를 늘리며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손에 땀이 났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만종은 제몫을 다했다. 자유투로 3점을 넣었고 리바운드 2개, 블록슛 1개를 기록했다. 그는 “형들이 첫 출전에 득점할 수 있도록 나에게 공을 자주 넘겨줬다”며 “운 좋게 파울을 얻은 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웃어 보였다.

루키 시즌 D리그를 평정한 김만종은 1군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김만종의 성실한 면모를 보고, 보상의 의미로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넣었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10경기에서 명단에 올랐다. 이 가운데 3경기에 나선 그는 3점 2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25일 삼성전에서는 코트에서 특별한 졸업식을 치렀다. 이날 김만종의 모교인 성균관대 졸업식이 있었는데, 경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에 오리온스 구단이 학사모와 가운을 준비했고, 경기가 끝난 뒤 부모님, 팬들과 함께 졸업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1군 코트에서 대학생활을 마무리한 김만종은 이제 본격적으로 1군에 진입하기 위한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 리바운드, 센터의 마지막 자존심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1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김만종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D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차 대회에서 경기당 15.92점을 넣으며 4위에 오른 그는 11.0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1위를 차지했다. 2차 대회에서는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득점(20.40점)과 리바운드(12개) 모두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농구공을 처음으로 잡은 서울 대명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센터를 본 그는 꾸준히 리바운드 실력을 키웠다. 배재고 1학년 시절 같은 포지션이었던 졸업반 선배가 갑자기 농구를 그만두자 경기에 꾸준히 나설 수 있었다. 이때 기량이 급성장했다. 성균관대 재학 시절엔 부상을 당한 3학년 때를 제외하고 매년 리바운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골밑에서 포스 있게 움직이는 형들을 보고 처음부터 센터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센터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리바운드인 만큼, 이것만은 같은 포지션 선수에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게 꾸준히 리바운드를 잘하게 된 비결이지요.”

리바운드는 10년 넘게 포스트를 사수하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 리바운드를 센터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여긴 김만종은 올 시즌 D리그 1, 2차대회 리바운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 농구부 해체위기와 부상, 파란만장했던 대학생활

2010년 국제농구연맹(FIBA) 18세 이하(U-18)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뽑히는 등 김만종은 고교 3학년 때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성균관대에 진학한 2011년에는 U-19 세계농구선수권대회 크로아티아전에서 19점 8리바운드로 대이변을 일으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속한 성균관대 농구부가 2012년 9월 해체 논란에 휩싸인 것. 당시 성균관대 스포츠단은 최근 3년간의 성적과 취업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종목별로 인원을 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성적이 부진한 농구부의 신입생을 2014년부터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만종은 “선수의 부모님들이 총장실을 점거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은 운동만 열심히 하라고 하셨지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올리는 건 힘들었다. 성적이 부진한 우리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다행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돼 해체위기를 넘겼지만 시련은 또다시 그를 찾아왔다. 이번엔 경기 도중에 당한 부상이 그의 걸음을 주춤하게 했다. 2013년 3월 MBC배 대회 한양대전에서 발목 인대가 끊어진 것. 이 부상으로 그는 이듬해 초까지 재활훈련에 매달려야 했다.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야 할 상황이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아픔을 참고 뛰었다.

“제 포지션에 한 선수가 더 있었지만,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이대로 시즌을 접으면 그동안 잘해준 형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클 것 같아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한동안 후유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나았어요(웃음).”

▲ 김만종은 대학시절 팀 해체위기와 부상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결과 프로에 입단할 수 있었다.

◆ "어디에 있느냐 따지기 보다, 현실에서 장점 찾을 것"

오리온스는 선이 굵은 포워드 농구를 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4번(파워포워드)과 5번(센터)을 넘나드는 선수들이 많다. 최진수(상무)와 장재석, 이승현이 바로 그들이다. 김만종이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전자랜드나 KCC, 삼성 같은 경우는 4~5번 포지션이 약해 이곳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면 주전이나 식스맨으로 활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만종은 오히려 오리온스에 입단한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고 봤다.

“빅맨 자원이 부족한 팀으로 갔다면 당장 주전으로 뛸 수는 있지만,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수가 없어서 시행착오를 겪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는 재석이 형이나 승현이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걸 습득할 수 있어요.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기 보다, 내가 처한 현실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장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인 동기 이승현에게는 빼어난 슛 감각과 더블팀이 들어와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인드를, 장재석에게는 왕성한 활동량과 공이 없는 곳에서의 움직임을 닮고 싶은 김만종이다. 둘의 장점을 흡수해 기회가 왔을 때 주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 이승현과 장재석은 김만종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다. 그들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공부가 된다는 김만종이다.

◆ 출발 늦지만 '3라운드의 기적' 쓴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유독 루키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승현을 비롯해 김준일(서울 삼성), 정효근(인천 전자랜드), 김지후(전주 KCC) 등이 프로 첫해부터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동기들이 1군 무대를 누비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혹 조바심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김만종은 고개를 저었다. 부럽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는단다.

“내가 올 시즌만 뛰고 선수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바심이 생기지는 않아요.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D리그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동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올 시즌 D리그에서 뛰다 1군에 복귀한 뒤 기량이 향상된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김현민(부산 케이티), 이정현(KGC인삼공사), 정창영(창원 LG) 등 예비역 3인방이다. 이들은 상무에서 전역한 뒤 소속팀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또 데뷔 당시 후순위로 뽑힌 선수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훌륭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연습생 신화를 쓴 주희정(서울 SK), 3라운드에 입단한 정병국, 2라운드 이현호(이상 전자랜드)는 모두 무명의 설움을 실력으로 극복한 스타들이다.

김만종은 “지금 당장은 D리그에 있지만 속도보다는 방향에 집중하겠다.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그것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3라운드 출신 센터의 기적을 쓰고 싶다는 김만종의 목소리에서 무한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취재후기]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서려는 기자를 붙잡은 김만종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며 성균관대 재학 시절 친분을 유지한 농구동아리 ‘프렌즈’의 이야기를 꺼냈다. 프로 입단이 확정됐을 때 학교 정문에 커다란 플래카드도 걸어주고 D리그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격려 전화를 해준단다. 졸업을 한 뒤에도 여전히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코트를 누비겠다고 다짐하는 김만종. 그의 마음 씀씀이에서 겸손함을 엿볼 수 있었다.

▲ 김만종(왼쪽)이 25일 삼성전에서 열린 코트 졸업식에서 김병철 오리온스 코치에게 졸업장을 받고 있다. [사진=KBL 제공]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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