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챌린지 2015] (3) 10년 꿈도 훌쩍 자란 180cm 초등생 박정원의 '햇살' 스트로크
상태바
[챌린지 2015] (3) 10년 꿈도 훌쩍 자란 180cm 초등생 박정원의 '햇살' 스트로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제 배워가며 '테니스 스타 계보' 잇는 잠재력 펼치는 유망주…롤모델은 페더러·조코비치

[300자 Tip!] 한국 남자 테니스는 지난 10년 이상 이형택(39)만 바라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수층이 얇았다. 신체적인 열세와 열악한 훈련 환경이 세대교체를 더디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테니스협회는 전문가의 의견을 모은 결과, 중·고등부 선수들의 기량 향상 속도가 느리다는 결과를 얻었고 해외에서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정현(19·삼일공고), 이덕희(17·마포고) 등 재능 있는 유망주를 발굴했다. 정현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우승, 이덕희는 각종 국제 주니어대회 우승으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제 형들의 영광을 박정원(13·신갈중)이 이어가려 한다.

[용인=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노민규 기자] 열세 살에 180㎝의 키와 긴 팔다리. 핸드볼 선수 출신 아버지로부터 '운동 지능'을 물려받은 박정원은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지난해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거둔 에더허 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남자 단식 우승은 정현과 이덕희를 잇는 유망주라고 불리게 하는 성과였다. 정현은 2008년, 이덕희는 2010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 또래 중에서 월등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실전 경험이 적어 경기 운영능력이 부족한데, 앞으로 중학교 대회에 나가면서 개선할 참이다.

박정원은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게 목표였는데 승수가 쌓이니 자신감이 붙어서 우승까지 했다. 트로피를 받고 나서도 얼떨떨했다”고 당시 우승을 떠올렸다.

또래 선수들보다 기량이 출중해 신갈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3년 10월부터 신갈중학교 선수들과 훈련을 시작한 그는 오예환 코치의 지도 아래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신갈중으로 진학하는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중학교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나선다.

◆ 절제의 연속, 꿈 있기에 참을 수 있다

박정원이 처음으로 테니스 라켓을 잡은 시기는 2007년. 여섯 살 때였다. 아버지 박정근씨와 함께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겨루는 테니스 경기를 보다가 아버지가 테니스를 배워보라고 권유했고 곧장 해보겠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실력이 늘어 코치님들이 선수생활을 권했습니다. 저 역시 제가 테니스를 얼마만큼 더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도 있어서 선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수가 된 뒤에는 절제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훈련을 소화하고 밤 10시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들었다. 어린 나이에 키가 훌쩍 자란 것은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이 한몫했다.

박정근씨는 공무원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아들의 식사까지 신경쓰는 등 지극한 뒷바라지를 했다. 학교 훈련을 마친 뒤 아들에게 스피드 강화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키는 박씨는 건강식으로 구성된 식단을 직접 짜 매일 먹게 한다. 일주일 중 토요일 하루만 라면과 치킨 등 특식을 허용했다.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어 아쉬울 법도 하지만 테니스 선수로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이 있기에 모두 참아낼 수 있다. 박정원은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내 꿈은 시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없지만 박정원은 "꿈을 위해 모든 것을 참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 경기 운영능력·심리적인 부분 보완 필요

박정원의 장점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체격에서 나오는 포핸드 스트로크다. 재미를 느끼다 보니 한 번을 맞히더라도 신경을 쓰게 됐고 세게 쳐 보니 장점이 됐다. 하루에 300번 정도 포핸드 스트로크 훈련을 하는데 무리한 연습으로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보강 운동도 빼놓지 않고 있다.

1년 4개월째 박정원을 지도하고 있는 오예환 신갈중 코치는 “같은 또래 중에서는 적수가 없고 한 학년 위 선수들과도 대등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선수”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좋다”고 평가했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실전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경기 운영능력이 부족하고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 수비를 보강해야 한다. 또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라 경기할 때 실수라도 하면 쉽게 위축되는데, 이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오 코치는 “우리나라는 초·중·고교대회가 나눠져 있어서 정원이가 형들과는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며 “이따금씩 형들을 이기기도 했고 앞으로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나 노련미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지고 있을 때 포기는 하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도 “테니스를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면 매 대회 우승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백핸드 스트로크를 하고 있는 박정원. 큰 키에 비해 순발력이 부족한 그는 매일 한 시간씩 스피드를 보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 "페더러·조코비치 장점 흡수하고파"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가 박정원의 롤모델이다. 이들의 장점을 잘 흡수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다.

“페더러는 정확하고 빠른 샷을 구사해요. 아직 샷 정확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닮고 싶습니다. 조코비치는 끈질기게 수비를 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강공으로 밀어붙여요. 저는 그 중에서도 끈질긴 면을 본받고 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만 돼도 참 좋을 것 같네요.(웃음)”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우상들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박정원은 “페더러나 조코비치가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테니스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 언젠가는 큰 무대에서 우승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테니스를 하면서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재미를 느낀다는 박정원. 대선수가 돼서도 그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미흡한 점을 찾아 완벽을 추구할 참이다.

“저는 테니스 선수이지만 테니스는 저에게 가장 큰 흥미를 주는 취미예요. 하지만 설렁설렁 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보다 더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성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취재후기] 아직 열세 살에 불과하지만 박정원은 테니스 선수로서 10년 뒤 그림까지 그려 놨다. 단기적으로는 한 학년 위 선배들을 이기며 자신감을 얻는 것이고, 4년 뒤 국가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다. 19~20세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스물세 살 이전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기회가 되면 메이저 대회 제패까지 원대한 꿈을 꾸는 유망주다. 어린 나이에 테니스 한 길만을 바라보며 걷는 박정원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자.

▲ 박정원이 용인 신갈중학교 테니스장에서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