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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주년' 비밀리에, 변화가 이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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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주년' 비밀리에, 변화가 이름다운 이유!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6.0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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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출신 감독 선임, 세련된 야구를 위해 굳은 땀 흘리며 훈련 매진

[300자 Tip!] 2004년 3월 국내 최초 여자 야구단이 창단됐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KBO총재배, 연맹회장기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 여자 야구를 대표하는 팀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로 비밀리에 여자 야구단의 이야기다. 현재 한국여자야구연맹 산하에는 40여 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선구자격인 비밀리에는 지난해부터 프로선수 출신 감독을 선임하면서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야구를 펼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스포츠Q 글 신석주·사진 이상민 기자] ‘Baseball Is My Life(야구는 내 삶의 모든 것)’

국내 최초 여자 야구팀인 비밀리에의 이름 속에 담겨 있는 의미다. 이들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2004년 안향미 선수의 뜻에 따라 창단된 비밀리에는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한국 여자야구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이 팀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여자야구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청난 열정과 쉼 없는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을 개척하며 10년 동안 팀을 이끌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체계를 갖춘 팀으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든 여자야구팀이 그러하듯 비밀리에 여자야구팀도 야구장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홈구장 없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 비밀리에 야구팀은 지난달 11일 인천 부평 국화리그에서 플레이볼 야구팀을 난타전 끝에 13-8로 물리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밀리에는 변화를 선언했다. 지난해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최길상 총감독(36)을 선임하며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야구화를 질끈 동여맸다.

지난달 11일 비밀리에는 인천 부영공원에서 펼쳐진 부평 국화리그에 출전해 플레이볼 여자팀과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은 공원 한쪽 편에서 캐치볼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비 훈련할 때는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선수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은 단연 비밀리에였다.

연습을 지휘한 최길성 총감독은 훈련 도중 볼을 놓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질 때마다 선수들을 다그쳤고 반대로 잘 했을 때는 한없이 칭찬해 주며 격려했다. 연습하고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듯이 훈련 내내 어린아이처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비밀리에 야구팀은 이제 '단순히 야구가 좋아 모인 사람들'이 아닌 '야구를 잘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야구인'들로 하나가 돼 있었다.

◆ 야구가 좋아 모인 여인들, 도약을 노린다

비밀리에 야구팀은 다양한 나이 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한마음으로 친자매처럼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감독을 맡은 차봉은 씨를 중심으로 40여명의 선수가 활약하는 비밀리에 야구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야구팀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밀리에 카페 회원이 3500명을 넘을 정도로 야구에 관심 있는 여자 회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습에 참여하는 인원들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 비밀리에 선수들은 고르지 않은 그라운드 사정이지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수비 훈련에 열중했다.

이들은 단순히 야구가 좋아 모였다. 그래서 항상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무작정 훈련만 한다고 해서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그 한계를 느끼고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해 총감독을 모시기로 했다.

차봉은 감독은 “지금도 선수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야구를 잘 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최고다. 여기에 기본기만 조금 더 좋아진다면 보다 수준 높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비밀리에 팀은 지난해 프로야구 LG선수 출신인 최길성 씨(36)를 총감독으로 영입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선수와 프로야구 출신 총감독 등 모든 것을 갖춘 비밀리에는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최길성 총감독은 연세대를 졸업한 뒤 2000년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LG로 이적한 그는 2004년 10월 프로 데뷔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주로 2군에서 활약하며 ‘2군의 배리 본즈’라는 별명으로 주목받다가 2008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 열정적인 선수들, 프로감독이란 날개를 달다

비밀리에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항상 변화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넘어 실력 있는 선수로 한 단계 발전하려는 방법을 고민했고 최길성 총감독은 이러한 열정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최길성 총감독은 “사실 처음엔 여자 야구팀이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지만 선수들을 직접 만나본 이후 마음이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가 마음을 바꾼 데는 ‘선수들의 열정’이 한몫했다. “직접 만나 본 선수들의 열정은 나를 부끄럽게 할 정도로 강했다. 야구를 하기 위해 직접 회비를 내고 시간을 내서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웬만한 남자 선수들보다 열정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총감독은 야구선수를 은퇴한 이후 비밀리에 팀의 연습을 도와주던 친구의 소개로 감독을 맡게 됐다. 현재 ING생명에서 재무컨설턴트(FC)로 일하면서 비교적 시간조율이 쉬워 감독 역할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그는 “감독을 맡기로 한 이상 일정한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하며 “선수들의 열정에 걸맞은 플레이를 하도록 지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최길성 총감독은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는 비밀리에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에 감동해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은 펑고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수비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장면.

6개월 정도 이들을 지켜본 최 총감독은 실력 향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임을 털어놨다. “사실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주말에만 운동한다. 게다가 주말마다 대회가 있어 경기에 맞춰 훈련하고 수비 연습을 하니 온전한 연습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소프트볼을 했던 선수들은 야구를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고 기술을 터득하는 것도 뛰어난 편이지만 순수하게 처음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은 기량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선수들이 자신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아직도 선수들이 플레이한 뒤 나의 눈치를 본다. 스스로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감독을 더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길성 총감독은 ‘즐기는 야구’를 전파하고 있다. 연습할 때나 경기할 때 ‘웃자’고 끊임없이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점수를 내든지 못 내든지, 실수하든지 서로 웃고 격려하자는 감독의 방침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고 선수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비밀리에는 조금씩 능동적인 플레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 비밀리에, 세련된 야구를 추구하다

비밀리에 야구팀은 최길성 총감독의 지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날 경기에서도 난타전 끝에 13-8의 승리를 따냈지만 차봉은 감독은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실수가 많은 데다 볼넷도 너무 많이 내줬기 때문이다. 경기 후 차 감독은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해야 했는데 부끄럽다. 앞으로 열심히 훈련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겠다”고 담담히 소감을 말했다.

그래도 최길성 총감독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이들의 열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록 많은 훈련시간을 갖진 못하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정이 고마울 뿐이다. 때로는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목표를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차봉은 감독은 올 시즌에는 세련된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세련된 야구란 "야구다운 야구를 하는 것. 실책이나 볼넷을 줄이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최 총감독 지도로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의 실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수준차를 좁혀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비밀리에는 올 시즌 기존보다 세련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대회 우승으로 그 결실을 맺길 원하고 있다.

▲ 2004년 창단한 비밀리에는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국내 대표적인 여자야구팀으로 자리매김했다.

■ 비밀리에 야구팀은?

2004년 3월 창단한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야구팀으로 현재 최길성 총감독과 차봉은 감독의 지휘 하에 40여명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계룡시장기 전국여자야구대회 3연패를 비롯해 KBO총재배, 연맹회장기 대회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내 여자야구 활성화에 이바지한 전통 있는 팀이다. 올해는 한층 더 성숙한 플레이로 다시 한 번 전국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취재후기] 10년 전 비밀리에 팀이 창단했을 때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야구팀이 40여 개나 창단돼 리그를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비밀리에는 그 중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 한국 여자야구의 질적 성장을 고민할 만큼 내공이 쌓인 비밀리에는 더욱 향상된 기량과 매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그들의 성장과 함께 한국여자야구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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