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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조선 총잡이'가 너무 특별한 '역사드라마'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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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조선 총잡이'가 너무 특별한 '역사드라마'인 이유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6.28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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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KBS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가 '신식총'을 소재로 우리나라의 슬펐던 구한말 역사를 조명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25일부터 처음 방송을 시작한 '조선 총잡이'의 주요 내용은 조선의 마지막 칼잡이 박윤강(이준기)이 총잡이로 거듭나 민중의 영웅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얼핏 줄거리로만 보면 조선 말기 배경을 담은 단순한 퓨전 사극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순한 퓨전 사극이 아니었다. 구한말 민족의 아픔 그리고 개혁과 보수,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립과 외세의 도전을 신식총이라는 소재로 모두 설명하고 있다.

시대는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의 초반 친정(직접정치를 관장)기다. 당시는 개화파와 수구파가 극심한 대립을 하던 시기였다. 고종 역시 개화냐 수구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이 와중에 드라마의 주인공인 조선 최고 검객 박윤강은 개화파를 한 명씩 죽여 나가는, 신식총으로 무장한 적과 마주하게 된다.

▲ '조선 총잡이'는 시도가 새롭다. 단순한 액션 멜로 퓨전사극이 아니었다. 주연 이준기에게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요한 작품이 됐다. [사진=나무 엑터스 제공]

주인공은 최고의 검객이다. 누구보다 검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검에게서 한계를 느꼈다. 검은 신식총을 이길 수 없었다. 솔직히 이긴다는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이었다. 주인공은 끝내 검을 버리고 신식총을 잡게 된다.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조선이 어쩔 수 없이 외세에 의한 '개화'를 선택한 것과 똑같다.

이렇게 신식총은 이 드라마를 한 번에 설명해 주는 절대적 도구다. 너무나 강력한 무기, 조선에서는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이 신식총은 외세이자, 변화와 혁명이라는 당시 조선이 갈망하던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박윤강이 그토록 사랑하던 검을 버리고 신식총을 잡고 적들과 새로운 싸움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한계와 어쩔 수 없는 변화로 이뤄진 조선 말기의 역사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조선 총잡이'는 색다른 재미를 예고하는 드라마다. 단순히 조선 시대 최고 검객의 새로운 액션을 담기만 했다면 그저 그런 퓨전 사극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신식총과 검'이라는 소재를 통해 구한말의 역사와 당시 지도층과 백성들의 고민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처럼 단순한 '사물 소재'를 통해 역사적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극이 그동안 존재했느냐는 의문까지 들게 만들정도로 '조선 총잡이'의 시도는 새롭다. 쉽게 말해 '조선 총잡이'는 역사를 단순히 담은 드라마가 아니라 스스로 설명해 주는 드라마다.

'조선 총잡이'는 배우들의 열연이나 화려한 액션만을 기대하고 본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만족감을 갖게 하는 드라마다. 첫주 방송분만을 봤을 때는 그렇다.

▲ '조선 총잡이'에서 등장하는 신식총은 변화이자 개혁이지만 우리민족 스스로가 쟁취한 것들은 아니다. 외세에 의한 변화와 개혁이다. 이 드라마는 신식총을 통해 일어나는 것들을 담아낸다. [사진='조선 총잡이' 포스터 KBS 제공]

시청자들도 시청자 게시판 등지에서 "수준 높게 당시의 역사를 완벽히 설명해 주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남기고 있다. 또 시청률 역시 8%대로 처음 방송 치고는 꽤 좋은 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첫주 방송에서 보여준 '신식총'이라는 소재를 통한 구한말 역사를 담는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또 얼마나 잘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드라마 역사에서 출발은 좋았으나 결말은 초라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앞으로 제작진은 '신식총'이라는 소재를 '역사의 설명 도구로 처리하느냐 일반적 액션 도구로 다루느냐'라는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극의 흐름이나 느낌이 180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첫주 방송을 보고 신식총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당시 역사를 그대로 설명하는 데 색다른 매력을 느낀 청자들은 제작진이 초심을 지켜주기만 바랄 수밖에 없다.

섣부른 감이 있지만 첫주 방송분을 통해 본 '조선 총잡이'의 작품성은 기대 이상이다. 그래서 다음 회가 더욱 기대되면서도 불안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최고의 작품으로 전진할지 한계에 빠진 단순 액션극이 될지.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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