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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기대상' 긴장감 없었던 '용팔이' 주원의 대상 수상과 참석자만 과하게 챙긴 SBS의 지독한 편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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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기대상' 긴장감 없었던 '용팔이' 주원의 대상 수상과 참석자만 과하게 챙긴 SBS의 지독한 편애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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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용팔이'의 주원이 대상 수상자로 발표되는 순간 그야말로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SBS 연기대상'에 참석한 모든 배우들과 방청객들은 이미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에서 주원이 수상을 못하는 순간 주원의 대상 수상을 예감했다. 가장 긴장감 넘쳐야 할 대상이 누구나 수상자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가장 뻔한 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방송된 'SBS 연기대상'은 연말에 방송된 방송 3사의 연기대상 중 가장 수상자를 예측하기 쉬웠다. 2015년 한 해 SBS 드라마가 방송 3사 중 가장 나은 성과를 거뒀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수상자 예측이 쉬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 최우수상 발표 순간 직감할 수 있었던 주원의 대상 수상

▲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용팔이'의 주원 [사진 = SBS '2015 S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주원의 대상 수상은 이미 최우수연기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가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주원은 '용팔이'로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 중 하나로 점쳐졌지만,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연기상에서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박유천에게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원은 최우수연기상 수상에 실패함으로써 자동으로 대상 수상이 확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유력한 대상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펀치'의 조재현과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 '애인있어요'의 김현주는 모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펀치'의 김래원은 해외촬영으로 인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소거법을 적용하면 대상을 수상할 사람은 '용팔이'의 주원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SBS 연기대상의 이런 김빠진 대상 수상이 벌써 몇 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것이다. 2014년에는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 최우수상에서 탈락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이 최우수상 수상에 실패하며 당연한 듯 대상을 수상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2012년에는 '추적자'의 손현주, 2011년에는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 2010년에는 '대물'의 고현정, 2009년에는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 2008년에는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등 벌써 몇년이나 계속 유력한 대상 후보들 중 최우수상을 못 받은 사람이 자동적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사실 이렇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대상 수상을 연출하는 것은 SBS의 문제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MBC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지성에게 대상을 다시 수상한 것처럼, 의지만 있다면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들이 자동으로 대상 후보가 되는 방법으로 긴장감을 충분히 높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SBS 연기대상의 대상 긴장감을 한층 더 떨어트린 것은 10대 스타상에 선정된 10명의 스타가 자동으로 대상 후보에 오르는 방식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2015 SBS 연기대상에서 10대 스타상에 선정된 10명의 스타 중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한 배우는 '용팔이'의 주원과 '애인있어요'의 지진희가 유일했다. 유아인과 박유천, 김현주, 김태희, 조재현은 최우수연기상을, 신세경과 문근영, 주지훈은 우수연기상을 각각 수상했다. 그러니 남은 대상은 주원 아니면 지진희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긴장감이 생길래야 생길 여지가 전혀 없었다.

◆ 참석 안 하면 상도 없다? 불참 때문에 10대 스타상도 '물 먹은' 김래원과 김희애

▲ '펀치'의 김래원은 유력한 대상후보로 발표됐지만, 해외 촬영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대상후보에서 제외되고 10대 스타상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사진 = 스포츠Q DB]

대종상영화제가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도 주지 않는다는 '갑질논란'으로 사상 최악의 불참사태를 빚은 것이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SBS 연기대상은 대종상영화제와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말았다.

SBS는 당초 연기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펀치'의 김래원과 '용팔이'의 주원, '육룡이 나르샤'의 유아인, '애인있어요'의 김현주 등 네 명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중 '펀치'의 김래원은 대상 후보는커녕 10대 스타상조차도 받지를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래원은 해외촬영으로 인해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참으로 인해 10대 스타상에서 제외된 비운의 스타들도 있다. '미세스캅'의 김희애와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이 그 주인공이다. 현빈은 그래도 드라마가 시청률이 안 좋았으니 10대 스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미세스캅'의 경우에는 시청률과 작품성 양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최근에는 '미세스캅' 시즌2가 편성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김희애가 시상식에 불참하면서 대상후보는 커녕 10대 스타상에서도 제외가 됐다.

SBS는 이날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지나칠 정도로 참석자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였다. 10대 스타상 수상자 10명 중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 것은 '애인있어요'의 지진희가 유일했으며, 신인상에 해당하는 뉴스타상을 받은 박형식과 변요한, 고아성은 우수연기상까지 덤으로 가져갔다. 여태까지 SBS는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한 연기자에게 우수상 등 연기상을 수여한 전례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스타상과 우수연기상을 동시에 수상한 세 배우에게는 공통점도 있었다. 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 중 시상식에 참석한 유일한 배우라는 점이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고아성은 시상식에 불참한 '하이드 지킬 나'의 신은정과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호정을 제치고 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상류사회'의 박형식도 '미세스캅'의 김민종과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의 연우진, '상류사회'의 성준이 모두 불참하며 자연스레 상을 품에 안았다. '육룡이 나르샤'의 변요한도 '달려라 장미'의 고주원, '애인있어요'의 이규한, '육룡이 나르샤'의 최종원을 제치고 상을 수상했다. 고아성의 연기가 같은 드라마에 나온 유호정보다 월등했다거나 변요한의 연기가 최종원을 능가했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 최명길·조재현·유준상, 중견배우들에 대한 배려는 빛났다

▲ '펀치'로 중편드라마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최명길 [사진 = SBS '2015 S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그래도 SBS 연기대상에서 칭찬할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점차 연기대상에서 밀려나가는 중견배우들을 비교적 후하게 대접했다는 점이다.

SBS 연기대상은 중편드라마 부문 최우수연기상에 '펀치'의 조재현과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준상, '펀치'의 최명길 등 중견배우 3인방을 수상자로 선택했다. 유준상과 최명길은 그리고 10대 스타상이나 뉴스타상에 선정되지 않은 배우로는 유이하게 최우수연기상이나 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이기도 했다.

연기대상들이 '특별연기상'이나 '황금연기상'이라는 명목으로 중견배우나 조연배우들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고현정, 이영애 정도의 톱스타급 중견배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중견배우들은 연기대상의 하이라이트인 우수상이나 최우수상에서 젊은 배우들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펀치'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최명길의 수상소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명길은 "이런 큰 상은 젊은 배우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괜히 아줌마 배우가 나서서 큰 상 하나 뺏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연기대상 대상 수상경험까지 있는 최명길이라는 자타공인의 연기파 배우에게서 "상을 뺏은 것 같아 미안하다"는 수상소감을 들어야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방송 3사 연기대상의 현실일 것이다.

◆ '사임당'에 목 매달은 SBS의 과도한 홍보

▲ 2014년 대상 수상자인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을 대신해 대상 시상자로 나선 '사임당, 더 허스토리'의 이영애 [사진 = SBS '2015 S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SBS 연기대상에서 볼 수 있었던 이색적인 풍경은 바로 '사임당, 더 허스토리'에 대한 지나친 홍보였다.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이라는 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임당, 더 허스토리'는 2016년 9월에 첫 방송될 예정이지만, SBS는 연기대상에서 '사임당, 더 허스토리'를 소개하는 영상을 별도로 시상식 중간에 내보낸 것에 이어 대상 시상자로 '사임당, 더 허스토리'의 주인공 이영애를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대상 시상자로 이영애가 등장한 것에는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전년도 대상 수상자가 시상자로 나와야 하지만, 2014년 대상 수상자인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은 임신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기 힘들었기 때문.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10년 넘게 방송활동에서 사실상 은퇴했던 이영애를 굳이 대상 시상자로 내세운 것은 노골적인 '사임당, 더 허스토리'의 광고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임당, 더 허스토리'가 2016년 상반기에 방송되는 드라마도 아니고 2016년 9월에야 방송되는 드라마라는 것을 감안하면 SBS의 광고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 2015 SBS 연기대상 수상자 명단

▲ 대상 : 주원(용팔이)
▲ 방송3사 드라마 PD가 선정한 프로듀서상 : 김래원(펀치)
▲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 박유천(냄새를 보는 소녀) 
▲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 김태희(용팔이)
▲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 유준상(풍문으로 들었소), 조재현(펀치)
▲ 중편드라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 최명길(펀치)
▲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 유아인(육룡이 나르샤)
▲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 김현주(애인있어요)
▲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박형식(상류사회)
▲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문근영(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주지훈(가면)
▲ 중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고아성(풍문으로 들었소)
▲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변요한(육룡이 나르샤)
▲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신세경(육룡이 나르샤)
▲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특별연기상 : 남궁민(냄새를 보는 소녀)
▲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 : 이다희(미세스캅)
▲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특별연기상 : 장현성(풍문으로 들었소)
▲ 중편드라마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 : 유인영(가면)
▲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특별연기상 : 박혁권(육룡이 나르샤)
▲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 : 박한별(애인있어요)
▲ 일일드라마 부문 남자 특별연기상 : 이한위(어머님은 내 며느리)
▲ 일일드라마 부문 여자 특별연기상 : 전미선(돌아온 황금복)
▲ 네티즌 인기상 : 김현주(애인있어요)
▲ 중국 네티즌 인기상 : 주원(용팔이) 
▲ 공로상 : 이덕화
▲ 베스트커플상 : 유아인,신세경(육룡이 나르샤), 주원,김태희(용팔이), 김현주,지진희(애인있어요)
▲ 10대 스타상 : 유아인, 박유천, 주원, 지진희, 주지훈, 조재현, 문근영, 김태희, 김현주, 신세경
▲ 뉴스타상 : 윤균상, 변요한, 박형식, 육성재, 손호준, 이엘리야, 고아성, 임지연, 이열음, 공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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