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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안정환과 김성주, 축구 이야기는 안 하고 축구선수 뒷담화로 '마리텔'을 제패했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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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안정환과 김성주, 축구 이야기는 안 하고 축구선수 뒷담화로 '마리텔'을 제패했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1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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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분명 시작은 축구였으나 마지막은 축구가 아니었다. MBC 스포츠의 축구 중계 콤비인 캐스터 김성주와 해설위원 안정환이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해를 맞아 축구에 대해 좀 더 폭넓게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리텔'을 찾았지만, 축구 이야기가 아닌 뒷담화와 나이트클럽 이야기로 얼결에 '마리텔'을 제패해 버렸다.

9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는 새로운 출연자로 김성주와 안정환의 조합이 등장했다. 원래 직업은 아나운서와 축구선수이고 현재도 축구중계에서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맡고 있지만,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예능감을 선보인 두 사람의 조합인 만큼 이들의 '마리텔' 출연은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김성주와 안정환이 '마리텔'에 출연하게 된 것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해를 맞아 축구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소통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덧붙이면 2002년부터 축구 중계 캐스터를 해왔지만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아육대' 캐스터가 A매치 중계를 하냐"는 말에 발끈한 김성주와 레전드급 축구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해설을 하며 "축구를 잘 모른다"는 말에 발끈한 안정환이 본업을 통해 축구 전문가의 진가를 선보이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김성주와 안정환을 아나운서와 축구선수가 아닌 전문 예능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들의 '마리텔' 방송 역시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안정환의 '솔샤르'에 대한 발언이었다. 안정환은 자신의 현역시절을 솔샤르와 비교하는 네티즌의 말에 "솔샤르는 저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있는 미드필더"라며 칭찬에 화답했고, 이 말 이후 네티즌들은 솔샤르가 공격수지 어떻게 미드필더냐며 안정환을 '축알못'(축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안정환과 김성주의 방송은 무슨 말을 하든 축구 전문가들의 토크가 아닌 축구계를 잘 아는 동네 형들의 뒷담화 경연장으로 변해 버렸다. 야생마 김주성 선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주성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보다는 김주성에게 맞고 등에 다트까지 맞았다는 안정환의 뒷담화가 바로 이어졌고, 이렇게 시작된 뒷담화가 반응이 좋자 이제 최용수, 이민성, 하석주 등 안정환과 동시기에 활동하던 동료선수들에 대한 안정환의 뒷담이 끝없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축구선수들의 나이트클럽 이야기까지 화두에 오르며 이들의 토크는 점차 축구와는 관계없는 자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안정환은 나이트클럽 죽돌이로 "왼발의 달인"이라며 고종수 선수의 이름이 언급되자 박장대소를 터트렸고, 히딩크 감독은 어땠냐는 말에 "한국 나이트가 수질검사가 엄격해서 히딩크가 아니라 파바로티가 와도 안 된다"며 아예 나이트클럽 이야기에 단단히 재미를 붙였다. 오죽하면 이들은 인터넷 생중계 당시에는 1위를 하면 다음에는 아예 나이트클럽 이야기로 방송을 준비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까지 했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9일 방송된 '마리텔'의 안정환과 김성주의 방송은 역대 '마리텔'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난 방송이라는 점은 감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종이접기 장인 김영만 교수가 처음 '마리텔'에 출연했던 때처럼 인터넷 생중계 당시 실시간 검색어는 온통 솔샤르, 김주성, 안정환 등 이들과 관계된 단어로 도배가 됐고, 네티즌들의 지지 역시 역대급 호평이 이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마리텔'이라는 방송의 특성을 생각하면 안정환과 김성주의 방송이 재미있었으니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존재한다. 네티즌과의 소통이나 재미도 중요하지만 개인방송이라는 콘텐츠의 가치도 중요한 방송에서 "축구라는 큰 목적을 두고 나오지 않았습니까?"라는 애초의 목적은 사라진 채 뒷담화와 나이트클럽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방송은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마리텔'에서 김성주와 안정환의 조합처럼 별다른 콘텐츠 없이 오로지 토크만으로 네티즌들을 매혹시키는 방송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와 상관없이 오직 토크만으로 채워나가는 방송의 고평가가 이어진다면 자칫 '마리텔'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더욱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성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즉흥적인 인기보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의 기본을 지켜내는 것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빠르게 식을 수 있는 '마리텔'이라는 젊은 프로그램을 장수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은 기존의 TV 스타들과 사회 각층에서 전문가들까지, 특별히 선별된 스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으로, 9일 방송에서는 김구라,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안정환과 김성주, 최현석과 오세득 셰프, 댄서 조진수가 출연한 가운데 MLT-19의 후반전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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