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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뉴욕의 4차원 그녀 '프란시스 하'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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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뉴욕의 4차원 그녀 '프란시스 하'와 사랑에 빠지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9 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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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프란시스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했으나, 뉴욕의 한 프로 무용단에 견습 단원으로 있는 처지다).

“소피, 내가 속상한 건 네게 애인이 생기면 내 하루 중에 재미있는 일이 생겨도 넌 그 사람한테만 얘기할 거고, 난 못 듣는단 거야.”(대학동창인 절친 소피와 동거 중인 프란시스는 스스럼없이 ‘우린 섹스만 하지 않는 레즈비언 커플 같다’고 말할 만큼 친구에 집착한다).

“가끔은 확 그냥 막 해보는 것도 좋아.”(없는 형편에 카드를 긁어 파리로 2박 여행을 휘리릭 떠난다. 무용단의 사무직 제의에 대책 없이 때려 치고, 안면 몰수한 채 모교의 안내요원으로 알바를 한다).

 

풍문으로 들었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KT&G상상마당음악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실체를 확인한 시네필들의 손가락질로 SNS가 뜨거웠던 영화, ‘프란시스 하’가 달려온다.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 소피(믹키 섬너)와 살고 있는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팍팍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의지하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고, 무용가로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프란시스의 삶은 복잡한 실타래처럼 뒤엉킨다.

20대를 훌쩍 지나 30대로 진입하는 징검다리 나이 스물일곱. 되돌아보면 여전히 어리지만 스스로는 늙었다고 느끼는 나이다. 모든 게 기대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두려움에 가위눌리는 때다. 영화는 “Undatable(남자 없어)?”라며 놀림 당하는, 직업 우정 사랑 뭐 하나 쉽지 않은 여주인공의 성장통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듯 따라간다.

 

친구와의 자취(브루클린), 괴짜 예술가 남자 2명과의 동거(맨해튼 차이나타운),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무용단 동료 레이첼의 아파트 더부살이(뉴욕 어딘가), 무작정 지른 첫 해외여행(파리), 무용단 탈퇴 후 모교 기숙사에 기거하며 아르바이트(뉴욕 포킵시) 그리고 무용단 사무직원 겸 초보 안무가로 새 출발(뉴욕 워싱턴하이츠)에 이르기까지.

2005년 ‘오징어와 고래’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며 유명세를 탔다. ‘프란시스 하’를 통해 위트 있는 각본과 감각적 연출 능력, 폭풍수다 스타일을 선보여 ‘제2의 우디 앨런’으로 각광받고 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그는 우디 앨런이 ‘맨하탄’ ‘애니홀’에서 보여줬듯 뉴욕의 일상에 깃든 노스탤지어와 감성을 신작에 실어냈다. 앨런이 시니컬하다면 바움백은 매우 긍정적이다.

 
 

검은색 가죽재킷을 걸친 채 뉴욕 거리를 천방지축 달음박질치고 춤추는 프란시스 역 그레타 거윅은 미국 인디영화계의 여신으로 통한다. 직접 영화를 연출하기도 하는 그녀는 각본에 참여한 ‘프란시스 하’에서 발랄하고 엉뚱한, 실수투성이라 짠한 캐릭터를 황홀하게 연기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모노톤의 흑백영상은 여유롭고 기품 넘치는 누벨바그 시절의 영화들을 연상케 한다.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데이비드 보위, T-렉스, 펠릭스 라밴드, 핫 초콜릿 등의 1960~70년대 록음악 향연은 빈티지 느낌을 배가한다.

마침내 꿈과 현실의 중간 지점에 둥지를 튼 프란시스가 자신의 아파트 우편함에 ‘프란시스 하’라는 반쪽짜리 이름을 삽입하는 엔딩신은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보기 드물게 사랑스러운 영화다. 오는 17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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