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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신 즐기는 '신의 한수' 이범수 "저 나쁜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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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신 즐기는 '신의 한수' 이범수 "저 나쁜놈 됐어요"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09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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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진정한 배우가 되는 길은 '끝없는 도전' 뿐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배우는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안정과 도전이라는 고민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 이후 20여 년간 분명 '끝없는 도전'을 즐기고 계속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배우가 있다. 바로 이범수(43)다. 그는 얼마 전 스크린 전용 배우 타이틀을 버리고 TV 속에서 선량하고 멋진 상남자로 성공적인 연기를 해냈다. 이에 주변에서는 안정적인 연기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누구도 그가 악역을 소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주변의 생각들이 깨졌다. 이범수는 영화 '신의 한수'를 통해 진정한 악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역시 도전을 즐기는 배우였다.

▲ 이범수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나쁜놈 '으로 변신했다. 최근 정의의 배역을 주로 했던 그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스포츠Q 글 박영웅기자· 사진 최대성기자] 큰 키는 아니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작은 거인' 이범수는 최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로 영화 '신의 한수'가 막 개봉(7월 3일)을 했기 때문이다. 초반 분위기가 매우 좋다. 하지만 관객들의 최종 평가, 다시 말해 흥행 결과는 아직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이에 이범수는 긴장되고 설레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TV를 통해 쌓아올린 선한 역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깨는 진짜 '나쁜 놈'으로 또다시 큰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끝없는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배우' 이범수를 제대로 살펴봤다.

◆'자이언트' 이강모냐 '신의 한수' 살수냐

이범수라는 배우의 최근 이미지를 살펴보자. 대부분 국민은 그를 SBS 드라마 '자이언트' 이강모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워낙 스케일이 큰 드라마였고 이범수 본인의 연기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시청률도 매우 잘 나왔다. 이 드라마는 솔직히 이범수라는 배우를 국민적으로 알려준 작품이었다. 결국 이범수는 '자이언트'를 통해서 선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인공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어찌 보면 모든 배우가 이루고 싶어하는 '꿈'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영화 '신의 한수'에서 무지막지한 악역 살수 연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범수는 나이 측면에서 보거나 드라마를 통해 쉽지 않은 캐릭터 구축을 한 부분을 보면 다소 의외였다. 이에 대해 이범수의 생각은 달랐다.

"배우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정체되거나 도태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 과거만큼은 못하겠지만, 여전히 도전을 진행 중입니다. 배우 이범수라는 자기만족을 위해 뛸 겁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관객들의 평가가 좋다는 전제입니다. 오래오래 이런 도전으로 호흡하고 싶어요."

 

▲ '신의 한수'는 이범수에게 또다른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다. '절대 악'의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필요한 변신과 도전이라는 부분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의 한수' 살수 이범수 연기인생 최대 악역

이범수의 이번 새로운 도전은 상당히 강력했다. '신의 한수'에서 그가 연기한 '살수'는 20여 년간 연기한 악역 중 단연 손꼽히는 잔인성과 냉정함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연급으로 잘 나가던 배우라면 누구라도 작품 선택에 고민을 많았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범수는 고민조차 없었다고 한다.

"'신의 한수'를 선택하게 될 쯤 연기로 고파 있었어요. 배우로서 넓은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하고 싶었죠. 최근 착하거나 성실하거나 하는 연기는 밋밋하거나 단조롭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신의 한수'가 나타난 거죠."

▲ 이범수는 절대 악역 살수를 연기하기 위해 전신 문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전라연기까지 펼치며 열정을 보였다. [사진=영화 '신의 한수' 스틸컷]

'신의 한수' 살수의 이야기를 더 깊게 물어봤다. 분명 살수 역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냉정한 말투, 자비란 없는 냉혹한 행동, 기계적인 살인 등 '살수'는 '신의 한수' 최고의 '나쁜 놈'이었다. 분명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이범수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자마자 자비란 없는 악역이라는 부분이 자동으로 당겼어요. 특히 악도 진짜 잔인한 악이더라고요. 이유도 없고, 욕망도 없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악역. 전 이번만큼은 과거 연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최고의 악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낯섦, 공포감, 이질감을 주는 진짜 나쁜 놈을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촬영 전 항상 많은 시간을 투자해 전신 문신을 몸에 그렸고 전라연기는 쑥스러움을 초월하면서 연기했죠. 그뿐만 아니라 가장 냉정하게 칼을 쓰는 조폭을 완성하는 데 주력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배역 속에서 미쳐 있던 것 같아요. 악인이었죠. 배우의 정신적 몰입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웃음)..."

▲ 이범수는 배우란 도전과 변신이 끊임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의 연기 철학은 항상 도전과 변신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 확신에 찬 도전 분명히 '흥행'을 장담합니다

이범수는 최근의 착실했던 캐릭터 이미지를 뒤엎은 만큼, 영화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앞서 누아르적 요소를 담았던 한국 영화 3편이 연속으로 흥행 참패를 맛본 상황에서 '신의 한수'는 비슷하게 누아르적 요소를 깔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 대작 '트랜스포머'라는 절대 경쟁자도 포진해 있다.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주변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범수는 자신이 있단다.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는 말할 것 없고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이 희한하게 다가왔어요. 바둑을 소재로 액션?, 바둑 챔피언 이야기였다면 저도 불안했겠죠. 하지만 '신의 한수'는 사기도박 액션입니다. 게다가 칼과 폭력이 난무하는 하드코어적인 요소가 있죠. 이처럼 바둑을 액션에 접목시킨 부분이 특이함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앞선 3편의 영화와 비슷하게 수컷 냄새가 나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특이한 요소들 때문에 이들 영화와는 다르게 흥행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당시 이범수의 발언대로 9일 현재 '신의 한수'는 '트랜스포머'와 흥행 각축전을 벌이며 선전 중이다. 최단기간 흥행신기록도 갈아치웠다.

▲ 이범수에게 이번 '신의 한수' 살수 역은 고민이 다른 배역이었다. 그동안 쌓아올린 정의감 넘치는 이미지를 한번에 뒤엎는 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범수는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 "미래를 보고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범수의 도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40대 중반의 가장이 안정보다는 도전을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그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이범수라는 배우가 가진 남들과는 다른 연기철학의 영향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미래 모습을 들어봤다.

"제가 추구하는 연기철학은 나중이 기대되는 배우,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되자예요. 배우는 앞으로가 기대되고 궁금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전이 필요한 것이고요. 관객들은 안정적으로 갈 수 있었는데 불안한 길을 왜 가느냐는 질문을 하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도전과 변신은 꼭 필요합니다. 제가 배우로서 살아온 경험을 봐도 5~7년 후를 항상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배우 같아요."

[취재후기] "도전과 변신을 즐긴다"는 이범수. 그가 초라한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오늘날 최고의 배우로 성장한 배경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말이었다. 그의 이런 끝없는 '도전과 변신'은 앞으로 이어질 그의 배우로서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해주는 절대적 요소인 셈이다. 항상 기대되는 배우 이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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