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32 (월)
[무비Q 리뷰] '로봇, 소리'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신파 없는 눈물과 감동
상태바
[무비Q 리뷰] '로봇, 소리'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신파 없는 눈물과 감동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20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벌써 10년, 아버지는 아직도 손에 딸을 찾는 전단을 들고 전국을 누비며 혹시라도 살아 있을지 모르는 딸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경찰도, 그리고 아내조차도 이제 딸은 죽었으니 그만 사망신고를 하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우리 딸은 분명히 살아있다"며 10년 넘게 혹시나 딸의 전화가 올까봐 전화기도 바꾸지 못하고 살아간다.

1월 27일 개봉하는 이호재 감독의 '로봇, 소리'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인 SF라는 토대 위에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덧씌우며 절제된 휴먼 드라마로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로봇, 소리'의 근간에 깔려 있는 이야기는 2003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이다. 아버지 해관(이성민 분)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당시 딸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에 대해 "내가 사고 한 시간 전에 딸을 그 앞에서 내려줬는데, 딸이 그 때까지 지하철에 있었을 리가 없다"며 딸이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10년 동안 딸을 찾아 헤맨다.

▲ 영화 '로봇, 소리'

그런 해관의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세상의 모든 전화통화를 감청하는 미국 NSA의 도청위성이었던 로봇 '소리'(목소리 심은경 분)다. 자신의 잘못된 지시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폭격에 휘말린 여학생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추락한 로봇 '소리'는 자신의 능력으로 딸을 찾는 '해관'을 돕고, 대신 '해관'은 '소리'가 아프가니스탄으로 소녀를 찾으러 갈 수 있도록 돕는다. 참으로 기묘한 조합이다.

이렇게 딸을 찾는 아버지의 여정 위에 '로봇, 소리'는 자신들이 위성을 통해 감청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미국 NSA와 위성을 확보해 이를 미국과의 거래에 이용하려는 국정원의 추격을 얹는다.

하지만 '로봇, 소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 '소리'를 둘러싼 미국 NSA와 한국 국가정보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아니라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해관은 '소리'와 함께 딸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딸을 이해하지 못했던 10년 전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어느 순간 '소리'에게 자신의 딸을 덧입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봇, 소리'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 대신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된 국정원과 미국 NSA 요원들의 추격전이, 이런 잔잔하고 절제된 감정의 흐름에 툭툭 불친절하게 끼어든다는 점이다. 이런 과정이 뜻밖의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로봇, 소리'가 만들어내는 진한 감동을 일부 희석시키는 안타까움도 존재한다.

▲ 영화 '로봇, 소리'

'로봇, 소리'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연기파 배우 이성민의 홀로서기다. 그동안 단독 주인공보다는 극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해오던 이성민은 '로봇, 소리'에서 투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절절함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호소해낸다.

여기에 분명 목소리로만 참여했음에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로봇 '소리' 위에 배우의 이미지가 덧입혀지게 만드는 심은경의 목소리 연기 역시 '로봇, 소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도 그랬지만 심은경은 주연 뿐 아니라 조연으로도 언제나 스크린에 자신만의 강렬한 낙인을 새기는 배우다.

반면 이성민과 심은경의 호연에 비해 국정원 요원 진호를 연기한 이희준과 항공우주연구소의 연구원 지연을 연기한 이하늬의 모습은 지나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웃음은 만들어내지만, 극의 감정선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 자체가 충분한 만큼 휴머니티를 조금 더 밀어붙였다면 '로봇, 소리'는 신파가 배제된 휴먼 드라마로 충분히 훌륭한 완성도를 가졌겠지만, 추격극의 가세로 인해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1월 27일 개봉.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