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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권 '신의 한수' 이유 있는 조연 '셀프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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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권 '신의 한수' 이유 있는 조연 '셀프 강등'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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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들의 꿈은 주연이다. 소위 말하는 '운'으로 단번에 떠버린 배우들이 아닌 이상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이 될까 말까 한다. 이런 이유로 배우들은 한 번 주연을 달기 시작하면 다시는 조연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어려운 선택을 한 배우가 있다. 바로 김인권(36)이다. 그는 데뷔 이래 수많은 작품 속 단역과 조연을 거쳐 최근에는 주연 전문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충무로 일부에서는 그가 이제 조연으로 돌아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김인권은 예상을 넘는 선택을 했다. 영화 '신의 한수'를 통해 다시 한 번 조연의 길로 나선 것이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꼭 주연 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김인권.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기준은 확실히 달랐다.

▲ 주연 배우를 주로 해오던 김인권이 영화 '신의 한수'를 통해 조연으로 복귀했다.

[스포츠Q 글 박영웅기자· 사진 이상민기자] 요즘 김인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의 한수'(7월 3일 개봉)가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김인권은 '꽁수' 역을 소화했다. 꽁수는 '신의 한수'에서 주연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배역이다. 그러나 영화를 주도하는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다. 충무로에서 주연급 배우로 힘들게 성장한 김인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좋단다. 이런 그의 ('신의 한수'를 통한) 주연과 조연에 대한 생각과 연기관이 궁금해졌다.

◆ 조연으로 돌아온 '신의 한수' 선택 이유는 '스타성'

최근 수년 사이 김인권이 출연했던 작품들 대부분은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영화 '방가? 방가!(2010)',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신이 보낸 사람(2014)' 등은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김인권이라는 배우가 주연으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는 평가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김인권은 편안한 주연의 길을 밟은 준비를 사실상 끝내 놓은 셈이었다. 그러나 그는 느닷없이 영화 '신의 한수'를 통해 조연으로 돌아왔다. 결정적 이유가 있단다.

"솔직히 주연에서 조연으로 내려간다는 부분이 고민이 됐죠. 하지만 이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어요. 최근 너무 주연만 하다 보니 주·조연을 넘나들어야 하는 충무로에서 사회성이 결여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7번 방의 선물'을 만드셨던 이환경 감독께서도 '너 계속 주연만 하면 조연으로 누가 널 찾겠느냐'는 지적을 하시더라고요. 전 그날부로 시나리오가 좋아서 고민하던 '신의 한수'를 곧바로 선택했습니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역시 얼마나 잘하는 배우인지 증명해 보이기로 한거죠."

▲ 김인권은 영화 '신의 한수'에서 모든 배우들이 잘될 수 있게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인권은 '신의 한수'를 통한 조연으로의 복귀에 대해 또 하나의 이유를 말해줬다. 바로 '스타성'이다. 그는 본인 스스로 '티켓파워'에 대한 불안감과 스타성 부족을 인정했다.

"사실 제가 대부분 작품성 있는 영화들의 주연을 했지만, 흥행을 목표로 하는 영화의 주연은 많이 하지 않았잖아요. 아직 전 스타성과 티켓파워를 갖춘 배우로 올라서야 하는 고민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코 제가 '신의 한수'를 통해 주연에서 조연으로 추락하는 선택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김인권은 이번 영화에서 비중은 크기 않지만 핵심 감초 역을 맡으며 코믹 연기를 시도했다.

◆ 그래도 '신의 한수' 꽁수는 작은 비중 '극복' 방법 찾았어

배우가 주연에서 조연으로 돌아온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다. 이런 행보를 하는 다른 배우들의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배역의 비중에 있다. 같은 조연이라도 '신의 한수'에서 김인권이 선택한 꽁수 역은 전작까지 주연을 맡아 영화를 이끌던 배우가 맡기에는 매우 비중이 매우 작은 편이다. 꽁수는 영화 내용을 연결해 주는 역이지만 극을 이끌거나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김인권에게는 이런 약점을 극복해야 만하는 과제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멋지게 극복해냈다. 그가 연기한 꽁수는 영화 속에서 뺄 수 없는 특별한 감초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후배 배우들이 참고 할 만한 감초 연기의 정석이었다.

"'신의 한수'를 촬영하면서 철저한 보조자 역할만 하기로 결심했어요. 수다를 떨면서 자칫 무겁고 잔인하게만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이완시키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생각만 했죠. 또 이 영화의 멋진 인물들이 더 살게끔 뛰어다녔어요. '신 스틸러적' 성향도 배제했죠. 철저하게 보조자 역을 해내서 내 가치를 높임으로써 '신의 한수'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은 셈이죠."

▲ '신의 한수'에서 김인권은 코믹적 요소와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담당하는 '꽁수' 역을 소화했다. [사진=영화 '신의 한수' 스틸 컷]

◆ '신의 한수' 통해 꾸준한 배우의 중요성 깨달아

김인권의 연기관은 '꾸준한 배우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자'라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끝없는 연기 변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주연과 조연의 굴레를 벗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에 김인권은 '신의 한수'를 통해 많은 부분을 깨달았다.

"연기관은 오래가고 꾸준한 배우가 되기 위해 맞춰가는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생각만 할 뿐 해답을 이끌어 내긴 쉽지 않았죠. 그러나 이번에 좀 알겠더라고요. '신의 한수'를 통해서요. 꾸준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주목받기 위해서 혹은 변신하기 위해서, 주연을 하기 위해서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어요. 융통성 있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는 저의 목표가 맞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어요."

▲ 주연에서 조연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어쩌면 연기를 위해 자신의 안락함을 버릴 수 있는 김인권 같은 배우들만 할 수 있는 도전이다.

이처럼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김인권. 그는 마지막으로 '배우 김인권'을 설명해 달라는 부탁에 그다운 답변을 남겼다.

""김인권은 관객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배우죠(웃음). 왜냐하면, 관객들에게 가장 소중한 인권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배우.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들며 보여드릴게요."

[취재후기] 때로는 코믹, 때로는 진지한 연기를 소화하며 주연과 조연을 넘나드는 김인권. 그는 정말 똑똑한 배우가 맞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안정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한 자리 만을 고집하는 배우들과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명한 변신을 추구하는 그의 노력은 분명 훗날 '배우 김인권'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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