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8:39 (월)
[여적] 배우 이성민, '진솔한 삶이 곧 진정한 연기' 보여준 '식사하셨어요' 초대손님
상태바
[여적] 배우 이성민, '진솔한 삶이 곧 진정한 연기' 보여준 '식사하셨어요' 초대손님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6.02.07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이성민은 역시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었다.

배우 이성민(48)은 7일 오전 방송된 방송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이하 식사하셨어요)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평소 여러 작품에서 보여줘 온 친근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재확인시켰다.

1968년에 태어난 이성민은 1985년부터 연극을 시작해 30대 중반의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조연과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연기파 배우다. 최근 개봉된 영화 ‘로봇, 소리’에서는 첫 단독 주연을 맡아 깊이있는 연기력으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날 이성민은 ‘식사하셨어요’ 출연 내내 가식이나 꾸밈을 찾아 볼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평범한 아버지이고 아내이고 형님이고 동네 아저씨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수한 입담을 자랑했고 날렵하지는 않지만 무던하고 진솔하고 성실했다.

‘방랑식객’ 오지호 요리연구가가 방송 시작과 함께 이성민에 대해 밝힌 인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는 네잎 클로버 같은 배우’의 모습이었다.

▲ 배우 이성민 [사진= SBS '식사하셨어요' 방송화면 캡처]

이제는 아내에 대해서 큰소리 칠만 한데도 ‘일찍 결혼해서 아내를 고생시킨 원죄’ 때문에 여전히 미안하고 꼼짝 못한다는 말에서는 여느 서민 남편의 깊은 애정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성민은 유독 작품 속에서 ‘남남케미’가 많았다. 임시완(‘미생’), 이선균(‘파스타’), 황정민 강동원(‘검사외전’) 등이 그들이었다. 그는 이들 중 최고의 남남 커플 상대역을 묻자, 서슴없이 ‘이선균’을 꼽았다. “작품을 많이 했고, 편하기 때문”이라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듯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식사하셨어요’는 과학단지 조성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향땅을 떠나야 하는 대전의 한 마을을 찾아 명절상을 차려주는 설특집으로 진행됐다. 오지호 요리연구가가 차리는 밥상을 위해 이선균은 상추 씻기에 나섰다. 뿌리에 묻은 흙을 꼼꼼히 씻으며 몰두하는 모습은 크든 작든 쉽든 힘들든 어떤 배역에나 최선을 다해온 그의 연기관이 묻어나는 듯했다.

특히 방송 말미에 보여준 이성민의 모습은 제대로 익은 벼가 자연히 고개를 숙이듯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넓은 마음을 읽게 했다. “저 아저씬 누구야?”라는 마을 꼬마의 질문에 당황할 만도 했지만, “괜찮아. 몰라도 돼”라며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인간미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 배우 이성민과 '식사하셨어요' 진행자 오지호 김수로. [사진= SBS '식사하셨어요' 방송화면 캡처]

인간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릴 적 무언가를 꿈꾸고 누군가를 동경하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그같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성민은 상대역으로서의 ‘로망 여배우’를 묻는 질문에, 어릴 적부터 동경해 왔던 강수연의 이름을 꺼냈다. 군생활 내내 함께한 군모 속에 강수연의 사진을 넣고 지냈다는 그는 여전히 강수연은 “우상같은 존재”라며, 아직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때 그의 두 볼은 사춘기 소년처럼 발그스레해졌다.

“이제 여배우와 멜로 연기도 해야죠?”라고 묻는 진행자 김수로의 질문에 답할 때도 이성민의 내면이 잘 드러났다. 중년의 나이답지 않게 수줍은 표정까지 띄웠다. 오는 3월 18일부터 방송될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그리게 될 드라마다. 이 작품에서 박태석 역을 맡은 이성민은 현 아내(김지수 분)와 전 부인(박진희 분) 사이에서 멜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내가 두...명...”이라고 입에 손을 대며 겸연쩍게 웃는 이성민의 표정은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연기자의 설레임마저 엿보였다.

이날 ‘식사하셨어요’ 방송 초반, 이성민은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고민해야 했던 핸디캡도 공개했다. 몇해 전부터 코에 문제가 생겨 냄새를 못맡아 출연하는데 고민했다는 얘기였다. “습한 여름엔 가끔 후각이 돌아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고, “그런데 병원에 잘 안가게 된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도 좀처럼 병원 가기를 꺼리는 우리들의 오랜 고민과 닮았다.

이에 대한 ‘방랑식객’ 오지호의 배려도 빛났다. “냄새를 못맡아도 바라만 보면 된다. 바라보면서 다 느낄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은 ‘식사하셨어요’의 자연 친화적인 요리 문화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배우 이성민을 말할 때 ‘연기력 갑,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잘 떠올린다. 이날 ‘식사하셨어요’에서 이성민은 바로 그런 뚝배기같은 된장국 맛이 났다. 이성민이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 권력 라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워커홀릭’ 오상식 과장으로 왜 그렇게 진실된 반향을 일으켰는지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쏠쏠한 시간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