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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북한에 강공맞불 '절반의 성공' 한국 여자축구, '세 고비'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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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북한에 강공맞불 '절반의 성공' 한국 여자축구, '세 고비' 넘으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29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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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 맞불로 귀중한 승점 1…베트남전 이전까지 3연전 제대로 넘어야 올림픽 본선행 가능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의외의 '강공 드라이브'였다. 북한을 상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고 4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앞세운 것이 제대로 먹혔다. 후반에 동점골을 내줘 승점 3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첫 단추를 잘 끼운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9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북한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풀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32분 이민아(인천 현대제철)의 완벽한 어시스트에 이은 정설빈(인천 현대제철)의 선제골로 1-1로 비겼다.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9연패를 끊어내고 1승2무14패로 무승부를 추가했다.

후반 34분 북한 김은주의 중거리포로 동점골을 내주긴 했지만 북한에 승점 3을 주지 않으면서 승점 1을 챙긴 것 하나만으로도 첫 고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승점 3을 얻었다면 최고 시나리오였겠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 한국이 6위 북한을 상대로 접전을 펼친 것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바로 체력이다. 북한을 상대로 과도한 힘을 썼다. 이틀 간격으로 치러지는 풀리그 예선전에서 체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큰 부담으로 찾아올 수 있다.

◆ 물러서지 않았던 한국, '북한전 전반처럼만 지배하자'

윤덕여 감독은 그동안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당연히 북한을 상대로도 그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윤 감독은 조소현(고베 아이낙)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정설빈(인천 현대제철) 원톱에 이금민(서울시청),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이민아, 장슬기(이상 인천 현대제철) 등 무려 4명의 선수를 공격 진영에 포진시켰다.

이는 제대로 북한의 허를 찌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러서지 않는 경기력으로 북한을 당황시켰다. 한국이 공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북한의 측면 수비가 헐거워졌다. 이민아의 어시스트에 이은 정설빈의 골도 측면 수비에서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 서현숙(이천 대교)이 찔러준 패스를 이민아가 재빨리 북한 수비 2명 사이로 빠져들어가면서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하는데 성공했다. 이민아는 침착한 트래핑으로 북한 수비 한 명을 따돌린 뒤 정확한 어시스트를 정설빈에게 배달했다.

전반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은 45분 동안 4개의 슛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2개의 유효슛이 나왔다. 반면 북한은 한국보다 2개 적은 슛만을 기록했다. 유효슛은 단 하나였다. 그만큼 한국이 전반은 완벽하게 북한을 제압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전에서 보여준 강공 드라이브는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호주, 중국을 맞아 물러서지 않으면서 공격을 한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남은 강행군에 던진 교훈, '북한전 후반처럼 뒷심 저하는 안된다'

문제는 선취골을 넣은 뒤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로 나서자 한국은 다시 뒤로 물러서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이는 오히려 북한의 사기를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 경기 양상은 전반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후반 25분 이후 중원을 장악한 북한에 고전한 한국은 후반 30분 이후에는 체력까지 떨어지면서 발걸음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북한은 그 틈을 타 더욱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끝내 후반 34분 중거리 슛으로 한국이 실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반복적이다. 2014년 9월 29일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뒤 북한의 '죽기살기' 공세에 뒤로 물러서다가 동점골을 내주고 후반 중반 이후 체력까지 떨어지면서 결승골을 내줘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경기 역시 하마터면 똑같은 전철을 밟을 뻔했다.

북한과 1-1로 비기면서 승점 1을 따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경기력은 나무랄데 없었지만 전술과 체력은 별개의 문제다. 새달 2일 일본과 2차전까지 남은 이틀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덜미를 잡힐 수 있다.

이는 좋았던 흐름이 꺾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다음달 4일에는 호주와 3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호주는 일본과 첫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두면서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호주는 2차전 상대가 최약체 베트남이기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자신감과 체력을 아끼면서 3차전을 치르게 된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9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북한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함께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역시 한국이 남은 이틀에 해야 할 것은 체력 회복이다.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일본전이 무척 힘겨워지고 이는 호주전 악영향으로 이어진다. 북한전에서 승점 1을 따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한국은 다음달 7일 중국전까지 3개의 '깔딱 고개'를 넘어야 한다.

고비 셋을 무사히 넘기지 못한다면 베트남전을 맞기도 전에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기회를 2020년 도쿄 올림픽으로 또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일본, 호주, 중국과 3연전에서 기대했던 성적을 거둔다면 다음달 9일 베트남전은 리우행 비단길이 될 수 있다.

■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순위 (29일 현재)

순위 국가 (FIFA랭킹) 승점 득실차 한국전
1 호주 (9위) 3 1 0 0 3 1 +2 3월4일
2 중국 (17위) 3 1 0 0 2 0 +2 3월7일
3 한국 (18위) 1 0 1 0 1 1 0 -
3 북한 (6위) 1 0 1 0 1 1 0 2월29일
5 일본 (4위) 0 0 0 1 1 3 -2 3월2일
6 베트남 (29위) 0 0 0 1 0 2 -2 3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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