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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현주 감독에게 배운 '희생정신', 조연 한유미를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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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현주 감독에게 배운 '희생정신', 조연 한유미를 빛내다
  • 강언구 기자
  • 승인 2016.03.2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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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존재감 알리며 현대건설 정상 견인…한유미 "희생하라는 말에 서운…이제서야 참의미 꺠달아"

[수원=스포츠Q(큐) 강언구 기자] 수원 현대건설 레프트 한유미(34)가 복귀 후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베테랑의 존재감을 알린 한유미는 고(故) 황현주 감독이 강조했던 희생의 의미를 깨닫고 눈시울을 붉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2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홈경기에서 3-0(25-22 25-20 25-18) 완승을 거두고 2010~2011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한유미는 챔피언결정전 내내 로테이션 멤버로 꾸준히 활약하며 현대건설의 챔피언 등극에 기여했다.

한유미는 "복귀할 때부터 이날만 기다려왔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고 그랬었는데 너무 기분좋다"며 "2년 정도 쉬었었는데 후회 아닌 후회도 했었고 잃은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얻은 것이 많다는 생각에 행복하다"고 과거 힘들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수원 현대건설 한유미(가운데)가 2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15~20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3-0으로 이기고 챔피언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밝게 웃고 있다.

V리그 출범 전인 2000년 데뷔한 한유미는 2005년 V리그가 공식 출범하고 나서도 현대건설에서 뛰었다. 2009~2010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때 당시 현대건설을 지휘하던 황현주 감독과 불화가 있었다. 결국 2010~2011 시즌을 통째로 쉬었는데 얄궂게도 현대건설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유미는 "황현주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난다. 감독님이 그때 내게 희생을 하라고 하셨다. 주인공 역할이 하고 싶었는데 희생하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고 고백했다.

황현주 감독과 사이가 껄끄러워진 한유미는 2011~2012 시즌을 앞두고 대전 KT&G(현 KGC인삼공사)로 팀을 옮겼다. KT&G 이적 첫 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에 복귀했다.

한유미는 "지금은 역할과 희생에 대해 알 것 같다. 희생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 때 미리 알았더라면 현대건설에서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늦게나마 철이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수원 현대건설 한유미가 2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홈경기에서 리시브를 하고 있다.

한유미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조연 역할을 받아들였다. 챔피언결정전 내내 에밀리-양효진-황연주로 이어지는 공격 트리오의 백업으로 맹활약했다.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차이를 몸소 보여준 선수가 바로 한유미였다. 맥마혼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IBK기업은행과 다르게 한유미는 현대건설의 공격을 한층 강화시켜준 알짜배기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한유미 활약에 동료 선수들은 그의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MVP 양효진은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1년만 더 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몸에 좋은 것을 다 챙겨먹는다"고 웃었다. 세터 염혜선은 "팀에서 공격력이 가장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은퇴 후 복귀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우여곡절 끝에 피어난 한유미의 미소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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